아쟁 독주자로 오페라 무대에 서는 재독 작곡가 김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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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 독주자로 오페라 무대에 서는 재독 작곡가 김남국
  • 베를린리포트
  • 승인 200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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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국
세계현대음악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작곡가 겸 지휘자 한스 첸더 Hans Zender(69)가 한국의 전통악기 아쟁을 전면에 내세운 오페라 “조셉 추장 Chief Joseph”이 베를린 슈타트오퍼에서 6월 23일을 초연으로 7월 3일까지 4회 공연될 예정이다.

첸더의 제자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 작곡가 김남국(34)이 아쟁 독주를 맡는다.

그는 지난 2002년 세계현대음악의 메카로 알려진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에서 아쟁을 포함한 5중주 “화두”에서 아쟁의 새로운 기법 그리고 한국 악기와 서양 악기의 조화로운 음색을 선보여 동양인 최초 작곡 부분 1위로 유럽작곡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2004년 같은 현대음악제에서 위촉 작품 “마중”을 발표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 받은바 있는 주목 받는 작곡가이다.

 김남국은 경희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던 것과 동시에 아쟁 명인 윤윤석을 사사했으며, 그 후 1998년 독일로 건너와 프랑크푸르트 음대 입학시험 당시 첸더에게 한국의 아쟁을 처음 선 보인다.

 평소 동양 문화와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첸더는 제자 김남국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에 대해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에 연주 될 “조셉 추장”에서 아쟁은 솔로 바리톤과 함께 무대 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이 곡에서 아쟁 부분에 관해 김남국의 설명에 따르면 “활을 긋고 농현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세 줄을 동시에 누르는 등 전통적인 아쟁 주법에 없는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기법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연주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몹시 힘이 듭니다. 아쟁의 여덟 개 줄을 서양의 현악기처럼 완전 4도 조율해서 첼로 활로 연주 합니다. 첼로 활은 아쟁의 뻣뻣한 활과 달리 탄력이 좋고 미세한 음색의 처리나 강약 조절 등에서 좀 더 자유롭고 폭넓은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조셉 추장’은 19세기 미국 인디언의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남은 실존 인물. 인디언 말투로 ‘인무트투야라트랏’으로 불리는 그는 자기네 부족의 땅을 빼앗고 죽음의 땅으로 몰아넣은 백인들에 맞서 싸웠는데, 1879년 워싱턴의 미국 의회에서 백인의 탐욕을 질타하고 인디언의 권리를 웅변하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첸더의 오페라는 이 인물을 통해 환경보호와 이익 추구, 전쟁과 평화 등 우리 시대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음악사적으로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가들이 당시 생소했던 클라리넷과 같은 악기를 오케스트라 협주에 내세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보다도, 첸더의 “조셉 추장”은 동양의 찰현 악기인 ‘아쟁’을 과감하게 솔로로 내세움으로써 세계 음악계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중요한 사건이다. 동시에 이것은 첸더의 개인적인 음악여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로써는 한국의 전통악기 아쟁이 당대 거장의 오페라에 음악사상 최초로 솔로 악기로  연주 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쟁의 현대기법을 가능케한 김남국의 아쟁솔로는 지금까지 거장들의 상상으로만 그쳤어야 했던 동양의 찰현 악기를 통한 까다로운 현대음악의 전면적인 출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많은 현대음악가와 그 관련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사제보 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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