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쳐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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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쳐 다오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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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동포들은 그동안 박찬호 선수가 다저스에서 활약한 탓에 투수의 던지는 맛에 더 익숙해져 있다. 또 '핵 잠수함'이라는 별명으로 등장한 김병현 선수도 투수이기에 멀리서라도 투수의 입장을 응원해 왔다. 이들이 삼진으로 타격선수를 스트라익 아웃시키거나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승리라도 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 특히 박찬호 선수가 이곳에 있을 당시에는 많은 동포들이 직접 구장에 나가 응원을 했다. 더구나 경기가 여름철 밤에 있는 그런 날 구경가면 야구장의 푸르름과 함께 빚어지는 백구의 향연은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다 씻어주기도 했다.
LA 동포들이 이렇게 야구를 즐기게 된 것은 아마 한국에 있을 때 고교야구를 많이 좋아했던 것도 그 원인이 될 것이다.

◎ 총동창회나 향우회
사실 기량면에선 고교야구는 이런 프로야구보다 형편없이 뒤지지만 보는 재미는 또 다르다. 봉황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등 각 신문사마다 특징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데 결승전에서 만약 영남과 호남이 격돌하게 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결승전까지 올라 온 학교들은 거의 야구명문 고등학교들이고 선배들이 서울에 많기 때문에 이 날은 운동장에서 동창회를 하는 것과 같다.
웬만한 직장은 응원가는 것을 눈감아 주기도 한다. 적당히 숨겨온 소주를 마시고 오징어와 땅콩을 씹으면서 온갖 간섭(?)을 다 하는 재미는 재미를 넘어 정말 가관이다. 나중에 보면 경기장엔 아예 눈을 돌리지 않고는 그냥 주위 분들과 어울려 소주만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 이기면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2차로 몰려가고 지면 졌다고 화가 나서 또 2차를 간다. 그렇게 한판 멋지게 어울리고 소리 지르고 나면 고달픈 하루가 휙 지나가는 것이다.

◎ 제발 신인왕이 되길
그런데 최근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 그 기량을 한껏 자랑하는 최희섭 선수가 나타났다. 시카고 커브스 팀이라 아직 LA 동포들이 직접 볼 기회는 없었으나 연일 터뜨리는 안타와 홈런은 참으로 신난다. 최희섭은 22일 현재 타율이 3할 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출루율 3위, 장타율 6위, 볼넷 7위, 홈런 8위 등 각종 통계가 10위권 이내에 들어있어 무척 든든하다.
고교야구에 익숙해 있던 동포들에게 사실 말이 메이저리그이지 정말 이는 하늘의 별 따기 보다 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꿈만 같았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는가 하면 최희섭 선수는 아예 신인상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인상이란 그야말로 신인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매년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신인일 경우 즉 평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 바로 이 기회가 최희섭 선수에게 온 것인데 제발 마구 휘둘러서 공을 맞히고 안타와 홈런을 터뜨려 주었으면 한다. 지금 동포들이 대리만족 할만한 대상은 최희섭 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히데키 마쓰이도 잘 치고 있지만 아직은 최희섭이 단연 앞서고 있다. 미국의 한인타운은 경기가 불투명하고 장사가 안돼 우울하고 한국사회를 돌아보면 학원은 전교조와 교장이 갈등하고 있으며 국방부 장관은 이북이 주적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은 퍼주자고 하고 있고 전 대통령이었던 DJ는 대북정책은 사법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것은 대통령이 판단 할 것이 아닌 삼권 분립된 나라에서 사법부가 결정할 일인데도 말이다.
〈짐이 곧 국가〉라던 중세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같은 망발이 계속된 지금 최희섭! 제발 좀 쳐 다오. 시원하게. 갑갑해 미치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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