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대회 참가자 간담회 기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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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기자대회 참가자 간담회 기록문
  • 김제완
  • 승인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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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6일 오후 4시 태평로 프레스센터 13층에 위치한 한국기자협회 회장실에서 제1회 재외동포기자대회에 참석했던 동포기자 네명이 모였다. 뉴욕의 라디오서울 방송위원 안동일씨, 일본 동경의 아리랑 곽미정편집장, 독일의 인터넷신문 베를린리포트 발행인 김원희씨, 프랑스 빠리의 오니바 편집인 김제완씨등이다. 이 자리는 지난 대회 참가자로서 평가와 함께 다음대회에 바라는 점등을 자유롭게 발언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기서 오간 발언내용은 기자협회 발행 월간 기자통신 1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기록과 사회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서 발족한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 사무간사로 선임된 김제완씨가 담당했다.  


김제완 : 오늘까지 서울에 체류하고 있는 분들중에서 연락이 가능한 분들만 이렇게 모이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 평가와 다음 대회에 바라는 점, 그리고 이번에 발족한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이후 동포언협으로 줄임)의 앞으로 활동방향 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발언하시죠.

안동일 : 먼저 이번 기자대회를 마련해준 한국기자협회와 재외동포재단에 감사드려야겠지요. 다들 어려운 여건에서 한인사회를 위해 일하는 동포기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13개국 20개 도시에서 모였는데 장삼이사들이 만난 것이 아니고 지역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언론인들이 만난 것은 앞으로 600만 재외동포사회의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원희 : 저도 역시 주최측에 감사를 표시하고 싶어요.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진심을 담아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동포사회에서 언론인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됐고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 행사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제완 : 저도 식사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오신 분들과 많은 말씀을 나누었는데요. 이런 대회를 통해서 지역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더라도 한인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연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겠죠.
특히 제주도에서 각 나라의 특성과 동포언론현황을 발표하는 자유토론회가 인상적이었는데요. 5대주 13개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발표를 하니 마치 국제회의장을 연상케 했는데요. 여느 국제회의장에서처럼 헤드폰 통역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의사를 100% 표현하고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일부지역에서는 2세 3세 동포가 참석했지만 한국어로 기사를 쓰는 분이라서 한국말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요.

김원희 : 이번이 처음 대회인데도 5박6일동안의 대회진행이 짜임새 있었어요. 주최 측의 성의가 느껴졌습니다.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는 현장실습 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도 그렇죠. 다들 비행기를 타고 오신 분들이라서 시차 때문에 피곤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참가자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행사 끝무렵인 제주도 일정에 주어졌는데요. 이런 시간을 대회 시작 앞부분에 두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참가자들이 일찍 잘 알게 되고 논의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제완 : 내년에는 우리가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발제도 하고 토론하는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이 지역에서 온 분이 그 사회의 깊은 사정에 대해서 발표하는 그런 시간 말입니다.  

곽미정 : 저는 전에 인터뷰할 때 어떤 분에게 교포라는 말을 썼다가 주의를 받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 문제에 대해 저도 명확하게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제완 : 제주도에서 자유토론 때의 말씀을 하시는 거죠. 미국에서 오신 신재열 선배님께서 교포라는 말을 사용하면 벌금을 내라고 했었죠. 그래서 다들 말을 조심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벌금을 피하지 못했죠. 저도 기사를 쓸 때는 동포라고 쓰는데 말을 할 때는 교포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알기로는 ‘교포(僑胞)’라는 말은 중국계 이민자들이 사용하는 말인데 그 ‘교(僑)’ 자가 ‘껴붙을 교’자입니다. 이민자로서의 발딛고 사는 나라에서 나름대로 주체성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이와 배치되는 말이죠.
  
안동일 : ‘해외’라는 말도 역시 문제입니다. 교포가 중국어라면 해외는 일본말입니다.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이 말을 쓸 수 있는 거죠. 우리의 경우 중국이나 유럽은 해외가 아니지요. 이제 기차타고 갈수 있게 됐잖아요. 그런데 재외동포재단도 재외의 영어표기로 OVERSEA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우리같이 외국에서 한국말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 적지 않은 것같습니다.

김원희 : 이번 대회의 목적중에는 국내언론과의 교류와 함께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들었는데요. 이 기회에 동포언협이 발족된 것이 참 다행한 일로 생각돼요. 그리고 모임이 정치화되거나 위인설관식의 형식적인 모임으로 가지 않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실무팀 중심으로 짜여진 것도 우리 만남의 기본 취지를 잘 찾아간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것은 비교적 젊은 층인 30-40대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제완 : 동포언협의 앞으로의 활동중에서 참정권 되찾기운동이야말로 적극적으로 해볼만한 일입니다. 모든 지역의 동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실한 문제로 이만한 문제를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할 것없이 참정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것을 동포언론이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제가 청와대에서 질의할 때 한 말이지만, 지난 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되고 나서 한달 후에 선거법을 고치면서 부재자 투표조항 중 부재자의 대상을 국내로 제한했어요. 그러니 참정권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도 유신치하에 살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사실 제가 이 대회를 열자고 이상기회장에게 제안했던 것도 동포기자들이 참정권 문제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계기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기 사는 나라로 돌아가서 지역 언론에 불을 붙이고, 이런 식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김원희 : 청와대건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이유로든 우리 일행중에 한사람이 청와대 관련 부서에 의해 대통령 단체면담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몇 분이 한나라당에 달려가서 이 문제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들었는데요. 이것이 적절한 방법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사자인 코리아나 뉴스 정채환 발행인은 한나라당을 방문한 바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이같이 보도한 하니리포트 기사가 오보인 것으로 보입니다.--김제완) 성명서를 발표하더라도 우리 참가자들이 모여서 논의하고나서 성명서를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같아요.

김제완 :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오지요. 동포언협이 할 수 있는 일가운데 이런 것도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연대 의식을 갖고 적절한 활동을 하는 것이죠. 왜냐면 우리들 재외동포야말로 외국에서 거주하면서 여러 가지 차별을 겪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곽미정 : 다음 대회에는 국내에서 외국인 인권 운동하는 분들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네요. 우리의 경험도 이야기 해주고 우리가 사는 나라의 외국인정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말이죠.

김제완 : 이 기회를 이용해서 동포언협의 사무간사로서 앞으로 활동계획을 몇가지 말씀드리죠. 저는 실질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먼저 하려고 합니다. 동포언론인들은 한 지역사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고착되어 일을 하다보니까 타성이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언론사나 대형동포언론사는 부서라도 바꾸면서 일을 하므로 낫긴 하지만요. 그래서 기자교환근무제를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언론재단같은데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1년에 한명씩 선정해서 출판지원을 하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언론출판지원기금같은 것이 한국에 있는 것같은데 재외동포 언론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습니다.

곽미정 :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의 회칙도 정해야할텐데요. 제1조1항은 고려신문 김성조 편집국장님이 청와대 건배사에서 하신 말씀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한줄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 사흘낮밤을 걸었다.”는 말씀이죠.

안동일 : 그거 정말 좋은 말씀이었어요. 사실 이상기 회장이 지적한대로 요즘은 열줄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 단지 30분동안 인터넷에서 서핑하잖아요. 요즘의 세태와 비교하면 찬우물같이 우리를 일깨우는 말씀이었습니다.

김원희 : 외국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귀국못하는 동포인사들이 아직도 수십명이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캐나다의 김원동발행인님은 80년대초 전두환에게 자결하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10여년동안 귀국을 못했다지 않습니까. 국내 인권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명단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도 우리 동포언론인들이 취재에 나서면 쉽게 해낼 수 있지 않습니까. 바로 이런 일이 우리 활동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일이죠.

곽미정 : 일본의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합니다. 소위 총련계라고 하는 분들의 문제인데요. 이분들은 북한국적이 아니고 해방전부터 갖고 있던 조선적을 갖고 있어요. 조선이 지금 없는 나라이므로 이들은 사실상 무국적자입니다. 이런 분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김원희 : 이런 일도 가능하겠죠. 가령 해외문화재가 각지역에 있는데 이것을 서울의 어느 기관에서 파악하려면 상당한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령 문화의 달을 맞아 각지역에서 이런 기획을 하고 그래서 취재해서 기사를 작성해내면 그리고 그것을 모아놓으면 쉽게 큰 일을 해낼 수가 있지 않겠어요.  

김제완 : 동포협회와 기자협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안동일 : 당연히 독립적인 단체로 하고 기자협회와는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아무래도 우리가 도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요.

김제완 : 반면에 우리가 국내언론인의 해외취재여행시에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겠죠. 이 경우 기자협회를 창구로 하면 좋을 것같네요.

안동일 : 동포기자끼리 공동취재하는 문제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일례로 캐나다 코리아미디어, 프랑스 오니바와 일본 아리랑이 지난달에 모여서 재외동포재단 문제를 공동취재하고 있는데요. 이런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 희망하는 기자들끼리 공동취재단을 구성해서 힘을 모아서 하면 좋겠어요. 이런 일도 동포언협에서 주선하면 좋겠네요.

곽미정 : 재외동포법 문제나 참정권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언론에서는 재외동포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연합뉴스 재외동포부에서 많은 기사를 송고하지만 국내주요언론에 소개되는 경우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연합뉴스 기사의 내용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너무 피상적이고요. 그래서 지난번 제주도 토론회에서 재외동포는 “잊혀진 여자”라는 말까지 나온 것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동포관련 행사를 심층취재해서 이것을 전체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지 않겠나.

김제완 : 그 연장선에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계 각지역 소식을 담을 매체가 필요하지 않겠나. 월간지나 격월간지 정도의 오프라인 매체를 만들어서 서울에서 발생하는 동포관련 세미나든지 각종 행사를 보도하는 거지요. 국내에서 동포관련행사가 자주 있는데 정작 동포매체에서는 이런 것들을 취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예요.
요컨대 두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매체가 필요합니다. 국내의 일어나는 동포관련 사건들은 여기서 기사를 작성해서 동포언론이 받도록 하고 역으로 해외에서 생산되는 기사들을 국내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매체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런 거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역량이 쌓이면 해볼만 한 일이라고 봅니다.

곽미정 : 연합뉴스 식으로 받는 거는 어떨까요. 동포언협에서 주요 문제에 대해서 취재기자를 고용해서 기사를 작성하고 이 기사들을 연합뉴스처럼 외국에서 받아서 쓰는 방식으로요.

김제완 : 우리가 공동으로 서울특파원을 운영하는 식이네요.

김원희 : 이런 것 정말 좋은 의견이네요. 진작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 이런 문제가 논의됐어야 했는데...  

안동일 : 기사의 컬러티나 인건비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죠. 제가 봐도 연합뉴스 기사는 동포들의 시각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관련 기사도 우리 시각에서 나온 기사가 필요하죠.

김제완 : 이제 마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꼭 해야할 말이 있으면 하시죠.

김원희 : 이번 대회를 활기있게 만든 이상기회장님의 Y담과 폭탄주도 꼭 기록에 남겨야 할 겁니다. 이회장님은 정말 가공할 내공을 갖고 있는 것같아요. 분위기 메이커로, 상머슴으로 수고하신 이회장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기록자 주 : 11월29일 동포언협의 홈페이지가 개통됐습니다. 주소는 ‘동포인포’입니다. www.dongpo.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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