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19:11 (목)
[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① 진주기반 K-기업가정신 “우연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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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① 진주기반 K-기업가정신 “우연이 아니야”
  • 박철의 기자
  • 승인 2024.05.2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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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인터뷰
16세기 남명의 ‘실천적 유학사상’이 삼성, LG, GS, 효성 창업자에 영향
기업가정신은 無에서 有를 창조해 내는 도전정신

그는 경영학자도 기업가도 아니다. 젠틀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요즘 글로벌 경제무대에 자주 등장한다. 다소 이색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진주 출신도 아니지만 진주시 명예시민이기도 한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을 최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이하여 특집으로 사회 각계 각층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다양한 명사들을 초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준 전 UN대사가 서울 마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무국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아동구호 NGO에서 6년째 활동을 이어오며 제2의 삶을 살고있는 근황을 밝히고 있다.  
오준 이사장이 서울 마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무국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아동구호 NGO에서 6년째 활동을 이어오며 제2의 삶을 살고있는 근황을 밝히고 있다.  

오준 이사장이 유엔대사로서 한국인 최초로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2015~2016년)을 겸직하고 있던 어느 날이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소속 아이만 타라비시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한국의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현 진주K-기업가정신재단 국제학술위원장)가 찾아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중소기업 관련 회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당시 유엔과 기업 간의 소통 채널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오 이사장은 난감했다. 더구나 글로벌콤팩트는 유니레버, 베네통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중소기업이 끼어들 틈새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어렵게 찾아온 ICSB 회장단에게 글로벌콤팩트에 가서 상의하라고 떠미는 것은 ‘불가'라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고민 끝에 유엔의 파키스탄 출신 담당 국장 등을 만나 분위기를 만들었다.

숙고 끝에 오 이사장은 “유엔이라는 국제기구가 대기업만 상대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만큼, 이들도 유엔에 와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제도적 채널이 있어야 한다”며 과감하게 회의를 허락했다. 이를 계기로 2016년 최초의 중소기업 회의가 유엔에서 열렸고, 2년 후에는 유엔총회에서 ’세계 중소기업의 날‘(매년 6월 27일)이 제정됐다. 이처럼 ICSB의 노력과 오준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유엔에서 중소기업과 관련된 의제가 상정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준 이사장의 중소기업 분야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매년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회의와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세계중소기업협의회는 1955년 설립된 중소기업 관련 학자, 정책책임자, 기업인들의 국제기관이다.

서울 태생인 오준 이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78년 제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이후 외교관 생활의 3분의2 이상을 UN 등 다자외교 분야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퇴직했다. 이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과 KDI대학원에서 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2018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2021년부터는 한국아동단체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오 이사장의 부친은 독립유공자이자 외교부 창설멤버인 오우홍 전 LA 영사이며, 모친은 건국대학교 학장을 지낸 진인숙 여사다. 모친의 고향이 개성이고 장인도 함경도에서 월남한 실향민이라 평소 북한의 인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준 전 UN대사는 진주시 명예시민으로서 국제무대에 진주 K-기업가정신을 알리는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무국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준 전 대사.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진주시 명예시민으로서 국제무대에 진주 K-기업가정신을 알리는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무국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준 이사장.   

▲ 지난해 우리나라의 진주와 광주에서 세계중소기업협의회 총회가 열렸는데.

"제가 진주에서 열린 한국기업가정신 국제포럼에 조규일 진주시장과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포럼은 진주에서 시작된 K-기업가정신에 대한 최초의 국제회의라고 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만 200여명의 학자, 기업가, 청년 대표들이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4월 25-26일 간 (현지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개최된 ‘글로벌 K-기업가정신포럼’ 역시 지난해 포럼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 주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취지에서 큰 의미가 있다."

▲ 이번 워싱턴 포럼에서 직접 참여해서 발표도 하였는데, 어떤 내용인가.

"‘진주의 K-기업가정신을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업가정신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16세기 남명 조식(1501~1572년) 선생의 실천적 유학 정신의 중요한 가치(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 자기규율, 애국정신, 인재육성)가 훗날 이 지역에서 삼성, LG, GS, 효성 등 한국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자원 고갈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K-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제K기업가정신학회(ISKE)‘도 발족되었다. 아이만 타라비쉬 ICSB회장을 비롯해 오바마 정부에서 중소기업 비서관을 했던 원슬로 사전트 ICSB 전 의장,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김기찬 교수 등이 주도했다."

"1970년대 말 하버드대학의 에즈라 보겔 교수가 ‘Japan as number one (일등국가 일본)’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이 괄목할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고, 일본 사회의 교육, 사회질서, 근면성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과 가치에 기반을 둔 결과다”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유교문화가 일본을 일등국가로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보겔의 이런 진단을 놓고 찬반이 있었지만, 80년대 들어 일본에 이어 4룡(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이 부상했다. 이들 4개국 모두가 유교문화권에 속한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보겔 교수의 진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유교문화가 한국 자본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진주 K기업가정신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00년 전 진주에서 4대 기업 창업자들이 모두 지수초등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이것이 우연일까. 오 이사장은 “우연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 진주 K-기업가정신 논의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남명 조식의 사상이 300여 년을 넘어 한국 최초의 대기업 창업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이것이 결국 진주 K기업가정신의 뿌리라고 라고 강조했다. 2016년 한국경영학회가 진주시를 '진주 K-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 진주 K기업가 정신이 세계의 기업가 정신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퇴계는 성리학의 이론과 예법을 중시했지만, 남명은 유교의 이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천적 학문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명 사후 20년이 지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경남 지역에서만 남명의 후손과 제자 50여명이 의병장이 될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했다. 기업가 정신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유수한 학자들과 정책담당자들이 모여 이번 포럼에서 진지한 토론을 벌인 데서 보듯이 이제 K-기업가정신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진주K-기업가정신이 자칫 중소기업들에게 ‘대기업,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질 우려도 있는데.

"기업가정신은 영어의 Entrepreneurship을 번역한 것인데 위험(Risk)부담을 안고 성장(Growth)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의무도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 출신 창업주들은 100년 전 기업을 일으킬 당시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데만 그치지 아니하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이를 ‘K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 즉 진주 K기업가정신은 당초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을 일으켜 성장시킨 ‘도전정신’의 구현이었으며,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

오준 전 UN대사가 지난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와 '세이브더칠드런 데이' 행사를 가졌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지난 7일 잠실야구장 LG트윈스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와 '세이브더칠드런 데이' 행사를 가졌다.   

▲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워싱턴 포럼에서도 저의 발표에 향후 모든 국가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 발전과 환경 보호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환경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이런 문제는 대기업이나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글로벌시대 지속가능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장은 커녕 생존하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아이템과 업종을 선택할 때 윤리경영뿐만 아니라, 반드시 지속가능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바로 지속가능발전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이런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한 중소기업의 창업과 도전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 10년 전인 2014년 이사장님의 UN연설은 아직도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후 북한의 인권실태는 어떻게 변화했나.

"2014년 최초로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1년 동안의 북한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원들이 북한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탈북자 200여명을 조사해서 약 400페이지 분량으로 보고서를 만들었다. 당시 보고서 내용은 북한인권침해 상황이 전반적으로 심각해서, ‘인류에 대한 범죄’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럴 경우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를 하게 되어 있는데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유엔 안보리의 결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사상 최초로 안보리의 북한인권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안보리 내 북한 우방국들의 도움으로 형사재판소 회부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북한입장에서는 논의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프리카 등의 몇몇 전직 국가지도자는 인권탄압으로 인해 네덜란드 감옥에 갇혀 있다. 현재 기준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거나 되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대외 봉쇄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상황은 퇴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올해 6년째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소개를 좀 해 달라.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에글렌타인 젭이라는 영국 여성이 주도해 만들었다. 올해 창립 105주년을 맞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NGO단체이다. 젭 여사는 세이브더칠드런 이외에 1923년 아동권리선언문을 만들어 오늘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세이브더칠드런을 설립한 배경은 세계1차대전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이 영국에 패하면서 독일 아이들이 굶어 죽는 등 참상이 있었다. 이를 본 에글렌타인 젭이 굶주린 독일 아이들의 사진을 들고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으로 나가 구호활동을 전개한 것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적국의 아이를 돕자”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젭은 재판에 넘겨져 5파운드의 적지 않은 벌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벌금을 부과한 검사가 대신 벌금을 내줬다. “아이들은 민족이나 국적, 종교를 떠나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인류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젭의 주장에 동조했던 것이다. 201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리카에 빨간 염소 보내주기 운동 등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을 미약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인격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사업은 철저히 아동권리에 기반하여 운영하고, 유엔의 아동정책수립 과정에도 함께 하는 국제 아동권리 NGO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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