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일행의 부적절한 외유 논란’에 대해서
상태바
‘국회의장 일행의 부적절한 외유 논란’에 대해서
  • 임용위
  • 승인 2005.03.09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포들 모두는 그들의 땀을 닦아주고 싶었다.

<동포칼럼>
동포들 모두는 그들의 땀을 닦아주고 싶었다.
‘국회의장 일행의 부적절한 외유 논란’에 대해서

인터넷신문에 소개된 멕시코 주재 한 통신원의 글이 깊은 수렁의 파장을 몰아가고 있다.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진위의 본질은 다른 일간 신문들이 앞 다퉈 인용해 보도하면서 점차 이상한 모양새로 변모해 확대 해석되고 있다.

필자는 멕시코에 7년째 거주하는 동포 작가로서 한국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에 즈음해 멕시코를 방문하고 현재 미국에서의 공식 일정을 맞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 및 여야의원들의 메리다 및 멕시코 시티에서의 공식일정을 예의 주시해 온 멕시코 한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국내 일간지 사설들이 지적한 몇 가지 사항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로잡고자 펜을 들었다.
필자 주

‘국회의원들이 사흘간 멕시코 카리브해 연안의 대표적 휴양지 칸쿤에서 특별한 공식일정 없이 관광과 유흥만 했다’는 보도를 인용한 각 일간지의 사설은 맨 먼저 그 보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본다.

만일 그들 의원들이 사흘간의 공백기를 칸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보냈어야 했다면 그곳은 아마도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였을 것이다. 의원 일행이 메리다 행사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정을 마치고 시티에서의 공식 일정(폭스대통령과의 면담 및 멕시코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공식 면담 등)에 돌입하는 동안 ‘저러고도 쓰러지지 않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필자의 염려였다.

그들은 멕시코 한인경제가 처한 열악한 침체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인동포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까지도 감행했다. 이민 100주년 행사보다 더 중요한 미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있는 그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대다수의 초청된 한인동포들은 단 며칠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미국 순방 일정을 맞이했으면 하는 염원으로 입을 모았다. 초행길의 방문자에게는 수도인 멕시코 시티의 고원 기후와 메리다의 폭염이 더욱 그들의 분주한 일정을 지치게 만들고 만 마지막 공식 행사의 자리에서였다.

사설은 이번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외국의 사례까지 떠 올리면서 공백 기간 체류과정의 본질을 심하게 확대 왜곡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서 필자는 멕시코에서 보낸 국내 정치인들의 방문과정에서의 땀 흘린 노고와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멕시코 한인사회는 여타의 나라에 비해 한인들이 정착해 살아가기가 여간 힘든 나라가 아니다. 이민정책에 극히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멕시코가 체류 비자 발급과정에서부터 신규사업 인허가, 외국인의 무역 및 노동과 관련된 업무 등에 그 어느 것 하나 손쉬운 과정이 없는 나라에서 저마다 스스로 개척해 살아가는 한인들의 주 된 관심사는 양국 정부차원에서의 우호적 개선책이 실효를 거두어 멕시코 한인들에게 좀 더 편익한 도움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고국에서의 거물급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멕시코를 방문해서 현지 정부의 주요인사와 면담이라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대다수의 동포들은 귀를 곧추 세우고 좋은 결실의 희망을 기대하는 단면을 곧잘 보이곤 한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맞이해 이번 국회의장 및 여야의원 일행의 방문은 이미 그 소식이 예고된 오래 전부터 동포들에게는 큰 기대와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대다수 한인동포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메리다 본 행사와 수도인 시티에서의 공식 일정에 만전을 기했다고 자신있게 장담한다. 물론 그 몫의 주역이 의원들에게 국한되었던 것만 아니고 그 뜻 깊은 행사를 역사적인 민족차원의 행사로 맞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재 멕시코 한국대사관과 멕시코 각 지역의 한인회, 주재원 상사 및 백년제에 관련된 공인단체들에게도 있었겠지만 곁에서 지켜본 의원일행의 노고와 역량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발휘했다.

한인후손들에게 선사해준 민족애의 고취와 정체성 확보의 결실은 물론이고 메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주요 현지 정부요원들로부터의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아 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탄성’ 그 자체였다. 행사 기간 중에 국내 언론에 소개 된 보도 내용은 단 한 가지도 보태서 전해진 게 없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더 많은 감동의 화합과 자부심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워했던 필자였다.

만일 그들 일행이 멕시코 방문을 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면 칸쿤 일정은 한 통신원의 주장에 설득력을 얻을 수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미국을 좀 더 수월하게 통과하기 위한 경유도시가 세계적인 휴양지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이제 막 한 고비를 넘은 멕시코 이민역사의 재조명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5월의 시티행사에 전체의 한인동포들이 혼연일체의 기대감을 갖고, 성공적인 메리다 행사의 연 이은 결실에 흥분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동포들에게 일간신문들의 사설이 지적한 내용은 충격적인 허탈감을 자아내게까지 한다.
우리 한인동포들은 이번에 방문한 의원 개개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한민족이 단합해서 마련한 역사적 잔치마당에 함께 참여했던 고국방문단으로서 만족했고, 그들이 별로 호화롭지도 못한 호텔 객실에서 여러 사람들씩 묶어져서 지내는 동안 생소한 멕시코 음식에 적응하면서 보여준 열의와 땀 흘림에 감사할 따름이며, 경유지인 칸쿤에서 누적된 피로라도 풀었다면 더 없이 다행스러울 수밖에 없는 우리 한인동포들 모두의 생각인 것이다.

이국만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작은 한인사회에서 모처럼 승화되어 한 데 모아져가는 민족적 자긍심을 언론계가 좀 더 신중하고 사려깊은 시각으로 바로잡아주기만을 절절히 희망하며 꼭 그렇게 해 줄것으로 기대해 본다.
임용위/재 멕 작가 (5255-5297-3156)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