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청 설치지역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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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외동포청 설치지역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이다
  • 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 승인 2023.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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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지난 2월 27일, 대한민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재외동포청을 정부기관(외교부 산하)으로 설립해야 한다. 

재외동포의 한 사람이자 남아공 한인회장인 필자는 한인사회의 오랜 염원의 결실이라 생각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핵심은 재외동포청이 생김으로써 무엇이 달라지고 730만 재외동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아닐까? 

그런데 최근 각국 한인회들은 재외동포청의 국내 소재지와 관련하여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심지어 선호하는 소재지에 따라 지지 성명까지 내면서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재외동포청 위치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이며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주제인지 의아하다.

고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각자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주요 공공기관의 해당지역 유치에 대해 경쟁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해당지역 국민들은 현재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만 수십만리 길을 고국에서 떨어져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재외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자주 재외동포청을 찾아갈 수 있으며 찾아갈 일이 있을까? 현재도 재외동포청의 전신(前身) 격인 ‘재외동포재단’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데 그곳을 찾아가 본 재외동포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제주도에 ‘재외동포재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재외동포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각국 한인회들이 경쟁적으로 뛰고 있는 재외동포청의 국내 특정지역 유치경쟁들은 과연 그 누구를 위한 활동들일까?

필자가 남아공 한인회장이라고 해서 필자 개인의 의견이 전체 남아공 한인회 회원 수천명의 뜻을 온전히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 한인회들의 회장단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재외동포청 설립지역에 대한 지지성명이나 경쟁들이 해당지역 한인회 회원들의 전체 의견도 아닐 것이다. 

각국 소재 한인회장들의 의견은 해당 한인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각 한인회는 재외동포청 위치라는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재외동포청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 어떨까? 

왜냐하면 신설될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사회에 대해 충분히 모르는 디테일도 있고 수렴해야 할 건의사항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재외동포청의 설립 위치는 형식이고 재외동포청이 730만의 재외동포를 위해 해야할 일들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재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인회들이 ‘형식’ 보다는 ‘내용’에 집중하여 정부정책과 공동보조를 취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에서 힘차게 살고 있는 동포들을 하나로 묶는 실질적인 ‘코리안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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