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미국 유학 여대생에게 들은 북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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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미국 유학 여대생에게 들은 북한이야기
  • 서승건 재외기자
  • 승인 2023.03.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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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서대서 공부 중인 아이리스 킴, 북한생활과 탈북과정 등 이야기 나눠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 위치한 머서대학에서 탈북소녀 아이리스 킴 학생이 자신의 탈북과정과 북한의 실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서승건 재외기자)

3월 2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소재 머서 대학 오디토리움에서는 이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탈북소녀 아이리스 킴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자리가 강연 형식으로 마련됐다.

이 대학 바이오 엔지니어링 전공 현신재 교수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동료 교수와 재학생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진행은 머서대학 한국학생회(KUSA) 제니 워크먼 학생회장이 맡았다. 워크먼 학생회장은 인사말에서 “아이리스 킴과 대학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즐거웠다”라면서 “이제 몇 개월 후 졸업을 하게 돼 너무 아쉽고, 아이리스와 지낸 시간 속에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주최자 현신재 교수는 아이리스 킴을 소개하면서 “어린 소녀가 미국으로 유학 와 우리 학교에 입학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다. 벌써 졸업생이 될 줄은 몰랐다”라면서 “오늘 행사는 아이리스 학생의 북한 생활과 탈북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 등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의응답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아이리스 킴과 소통하자”고 말했다. .

아이리스 킴 학생은 강연을 시작하며 “출신 배경과 성장 환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국가 북한의 실상을 여러분께 소개할 것”이라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

아이리스 학생은 탈북과정에서 30일간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탈출하게 되었으며, 몸이 아파 걷지 못하는 아빠가 북한은 미래가 없다며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탈북 이유를 밝혔다.이 과정에서 아이리스는 아빠와 가족 생각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사진 서승건 재외기자)

아이리스 학생은 “자신은 북한 출신이며 그곳에는 초중고 교육이 의무화돼 있으며, 초등학교부터 ‘조선소년단’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리스 킴에 따르면 조선소년단은 7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이가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으며 수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조선소년단의 주요 활동 목적은 사회주의 국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어린이에 주입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가입할 수 있는 세 가지 행사가 있는데, 첫 번째 행사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행사다. 상위 30%에 드는 학생이 참가한다. 두 번째는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이다. 이 행사에는 50%의 학생이 참여한다. 나머지 학생은 조선소년단이 결성된 6월 6일 가입한다. 아이리스 킴은 “자신도 상위 30%에 들어 가입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에서 나이 14세가 되면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입단해야 한다. 농촌지역 활동에 중점을 둔 활동과 준군사 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소에 참가하여 총기를 다루는 법과 수류탄 사용법을 익힌다고 설명했다. 아이리스 킴에 의하면 학생들은 기념행사에 참가해 선전 노래를 부르고 춤을 배우며, 학교 야간 경비와 봄에 나무 심기, 겨울에 난방을 위해 장작을 모으는 활동을 한다.

아이리스는 탈북 이유와 그 과정을 설명하는 도중에 몸이 아파 걷지 못하는 아빠와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렸으며, 참석자들도 눈물을 흘리며 강연장은 한동안 숙연해졌다.

아이리스는 16세에 탈북을 시도했다. 당시 약 30일간 중국을 통해 남한으로 이동해 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 하나원에서 3개월 대한민국 정착 교육을 받았으며 간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아이리스는 간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몸이 아파 걷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공부했으며, 언젠가는 아빠를 간호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생각하며 공부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리스는 머서대학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머서대학에서 탈북 학생들을 위해 한국에 와서 봉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안학교 활동을 하는 현신재 교수를 만나 2019년 미국 유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머서대학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다.

현재 아이리스는 현 교수의 도움으로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머서대학에서 글로벌 보건 전공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머서대학 현신재 교수가 아이리스 킴 학생과 함께 강연회를 진행하며 학생들의 질의응답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서승건 재외기자)

강연 후 질의 응답 시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북한과 남한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아이리스 학생은 “북한은 밤이면 암흑의 세상이 된다. 그러나 남한과 미국은 밤에도 환한 세상이 된다. 또한 북한에선 나의 의견과 생각을 물어본 사람이 없다. 그런데 남한과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항상 ‘너의 생각은 어떠냐’, ‘너의 의견을 말해 달라’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아직도 적응하는데 어색하다.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현실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아이리스는 직접 제작한 PPT를 통해 요점을 정리하면서 발표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강연회 후에 현 교수는 북한에서 촬영된 기록영화 ‘언더 더 선'을 상영했다. ’언더 더 선’은 2015년 제19회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작품이다. 러시아의 저명한 기록영화 감독인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러시아와 독일, 체코, 북한에서 촬영했다. 영화는 평양에 사는 한 소녀와 그의 가족들, 친구들을 1년간 촬영했다. 영화는 소녀가 소년단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모든 북한인이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소녀도 이상적인 사회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 소년단에 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는 북한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그리고 있다. 만스키 감독이 북한 측으로부터 영화 제작 승인을 받은 후에 현지에서 제작에 들어가자, 북한 당국자들이 제작 과정에 개입해 모든 장면과 대화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제 측은 이 영화가 전체주의 정권의 교묘한 책략을 폭로하는 한편, 억압받는 주민들과 감정적으로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강연 후 기자가 미국 생활에 관해 질문하자 아이리스 학생은 “부모가 모두 북한에 있기 때문에 모든 언행과 활동에 대해 항상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학생회 학생들이 친형제 이상으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항상 함께 해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라며 “이제 곧 졸업인데 미국에 계속 살려면 전공 분야에 취업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라며 걱정하는 얼굴이 역력했다. 현 교수는 “졸업 후 아이리스를 위해 많은 독지가와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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