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로코와 프랑스의 축구 준결승, 그 뒷이야기
상태바
[기고] 모로코와 프랑스의 축구 준결승, 그 뒷이야기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2.12.15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프랑스팀과 모로코 팀, 절반 이상이 북·서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연고

아틀라스 사자들로 알려진 모로코 대표팀은 13명 선수가 북아프리카 태생의 부모를 둔 모로코 디아스포라의 자녀들이다. 모로코 코치 왈리드 알라크라키(Walid Reguragui, 47)는 파리 남쪽에서 태어났고 그의 선수들 대부분은 유럽에 살고 있는 모로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프랑스 대표팀의 절반은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태생의 부모를 둔 프랑스 국적의 선수들이다. 파리와 다른 도시의 외곽에 살던 무슬림들이 축구 스타가 된 것이다. 프랑스팀의 메가스타인 음바페(23)는 아버지가 카메룬 출신이고 어머니가 알제리 무슬림이다. 그는 가난한 파리 외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음바페와 모로코 축구팀의 하키미는 프랑스 리그 전에서 뛰었던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그래서 모로코와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는 단순히 축구 경기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로 번질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스페인 대표팀을 이기고 난 뒤 아랍무슬림들이 올린 유튜브를 보면 “안달루시아(남부 스페인 지중해 연안 지역을 일컫던 단어)가 그의 주인에게 돌아간다”(https://www.youtube.com/watch?v=R7pNfXIaTek)와 “모로코가 안달루시아를 되찾을 것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XuLl9_ASXBI)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무슬림 이주민 자녀들의 활약

모로코 대표팀이 포르투갈 전에서 이긴 후에 수천명의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이 파리 주변의 카페와 샹젤리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표현했다. 아랍무슬림들은 모로코와 스페인 경기를 단순히 축구경기로 보지 않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더구나 모로코와 알제리를 프랑스가 식민 지배했기 때문에 모로코와 프랑스 경기가 아랍무슬림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모로코 팀이 2-0으로 프랑스 팀에게 패하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여성들과 아이들이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무슬림들은 모로코와 프랑스 경기를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https://time.com/6240968/morocco-france-qatar-world-cup-showdown/). 민족과 조국이냐 아니면 시민권을 주고 있는 나라냐를 두고 프랑스를 응원할지 모로코를 응원할지 망설여졌다고 한다. 프랑스에는 75만명 이상의 모로코 이주민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에는 튀니지와 알제리에서 온 이주민이 100만명 정도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아랍 무슬림은 13,652명(2022년 10월 통계) 중에서 이집트인(2,970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아랍무슬림은 모로코 무슬림(1,712명)이다.

아프리카의 모로코 대표팀 선전을 아랍인들이 열광하다

12월 8일자 유로뉴스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세계에 아랍인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무슬림들은 카타르가 아닌 다른 서방 국가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대표팀이 흔들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응원하러 나온 아랍 무슬림들 심지어 선수들도 경기장 안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이스라엘과 충돌을 빚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아랍 무슬림 전체에게 매우 중대한 정치적인 문제가 돼왔다. 

모로코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이기고 난 후 선수들이 모두 메카를 향해 머리를 땅에 대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https://arabicpost.net/مونديال-قطر-2022/2022/12/07/سجود-جماعي-من-لاعبي-المغرب/). 모로코 팀의 승리를 알라에게 감사한다는 종교적 신앙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에게 패한 후에도 선수들과 코칭 스텝들이 모두 땅에 엎드려 알라에게 감사한다는 절을 했다. 아랍 무슬림들은 이것을 두고 모로코 팀들이 전세계 무슬림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아랍 무슬림들은 포르투갈 전에서 승리한 후 야신 보노가 아랍어와 모로코 방언으로 인터뷰했다(대부분 유럽 태생의 아랍 무슬림들은 아랍어를 잘 몰라서 아랍어로 인터뷰하지 않았음)고 자랑했다. 아랍 무슬림들은 모로코 대표팀이 아프리카 팀이 아니고,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 팀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어 했다. 

4강에 진출한 것은 모로코 정부의 10년간 투자의 결과

모로코 왕립 축구협회는 무함마드 6세 왕의 후원을 받아 국가 대표 축구팀을 철저히 분석했다. 2009년부터 모로코 왕립 축구협회는 ‘국립 축구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살고 있는 모로코 부모를 둔 청소년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로 했다. 모로코 디아스포라의 자녀들 중에서 축구에 재능있는 청소년을 발굴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로코 국내에서는 각급 학교와 클럽에서 축구를 확산시키고 국가 리그전을 할 수 있도록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게다가 모로코 여성 축구팀이 발족돼 전문적으로 육성됐고, 현재는 2개 팀이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모로코 축구 협회는 수도 라바트 외곽에 무함마드 6세 축구 단지를 조성했다. 축구 단지 안에는 오성급 호텔과 실내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장 그리고 치과의사가 포함된 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축구에 투자한 것이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라간 것은 토너먼트 추첨에서 행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와 훈련의 결과라고 한다.
  
선수 가족들이 카타르 월드컵 동행

모로코팀의 절반이 디아스포라인 것은 그의 부모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모로코를 떠났다는 것이다. 모로코 축구협회는 어렵고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부모와 가족들을 카타르 월드컵으로 초청했다. 입국 카드와 여권이 있으면 무료로 축구장에 입장할 수 있게 도왔다. 

모로코 팀 선수들의 가족들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옆에 있는 캠프에 머물면서 선수로 뛰고 있는 아들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도왔다. 하키미 선수가 스페인 전에서 승리한 후 그의 어머니와 입맞춤 인사를 하는 장면이 아랍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