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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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를 마치고
  • 최경하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장
  • 승인 2022.12.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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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우리말에 송곳의 끝도 세울 수 없다는 뜻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자리 예약했는데요?’ ‘어쩌죠, 너무 늦게 오셔서 다른 분이 앉으셨습니다.’
‘그럼 서서 봐도 되나요?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달려왔어요.’

정말 음악회장 입구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상황과 이유를 응대하느라 스탭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는 특집으로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개최됐다. 

독일 소방법 규정에 의해 관객 220석과 입석까지 약 300여명이 빽빽하게 들어가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밑에 대기실과 입구에는 약 100여명의 연주자와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자들까지 뒤섞여 말 그대로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 음악회를 격려하고 지지 응원하기 위해 아예 작정을 하고들 오셨다.

기획하고 준비한 라이프치히한인회 회장으로서 최소한 3~40분 전부터 입구에서 손님과 내빈들을 맞이해야 하는데, 총 리허설이 연주 바로 전까지 진행돼 약 70여명의 연주자들과 무대 위에서 오가며 정신을 쏙 빼놓은 상태였다.

음악회는 1-9회 때까지의 사진을 보며 10명으로 구성된 고우니앙상블(Korea Unification의 합성어 줄인말 KoUni)의 Nella Fantasia 연주로 그 시작을 알렸다. 함께한 이들은 김유겸, 윤도영, 민유빈, 최승우, 홍세미, 황정선, M. Krejcik, 이종수, 이지연, 박대규이다.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축사하는 김홍균 주독일한국대사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축사하는 라이프치히시 대표로 Frau Dr,Goldfuß와 Kallenbach(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이어 김홍균 주독일한국대사, 라이프치히시 대표로 Frau Dr,Goldfuß와 Kallenbach 그리고 유제헌 유럽한인총연합회장, 최영근 재독한인총연합회 수석부회장, 김상국 민주평통 베를린지회장 등이 연이어 축사와 격려 그리고 지지의 인사말 등으로 독일 통일이 시작된 라이프치히의 역사적 배경과 독일 통일로 본 한반도의 평화,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한 희망과 그 당위성에 대해 메시지를 전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테너 김신재가 화려한 고음과 극히 절제된 표현으로 한국가곡과 독일곡을 선사한 후 바이올린 송선혜가 드레스덴에서 온 동생인 피아노 송민교의 반주로 대학 때부터 마음에 담고 활동했던 북한선교 활동의 생각과 정신을 오로지 활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휘자 장나래가 이끄는 도르트문트 청소년중창단이 꾸민 무대 ‘홀로아리랑’은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한국의 어느 청소년 중창단이 부르는 것처럼 독일인들이 부른다는 것을 못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하모니와 퍼포먼스로 가득 찬 무대였다. 

카운터테너 김기욱이 들려준 두 곡은 ‘어떻게 남성에게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극도의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낸 성악기법으로 노래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진귀한 성악의 한 장르를 선사함으로 머리에 흰 긴 가발만 안썼을 뿐이지 우리를 마치 중세시대 시간여행을 인도한 느낌이었다.

라이프치히 발레학교 Etoille팀은 전통적으로 우리 음악회에 몇 년 전부터 오면서 팬이 되버린 발레팀이다. 그들에게 출연 제안을 하고 마지막 리허설까지 여정은 참 쉽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과 표정 손끝 하나하나의 표현에서 발하는 에너지는 괜한 걱정이었구나 할 정도로 진지하며 집중도가 높았다.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바로 이어진 켐니츠 오페라단의 발레리나 오수미와 발레리노 알렉한드로의 연출로 구성된 남북으로 갈라진 남녀가 결국은 사랑하는 한 몸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영화 ‘늑대와 춤을’의 OST 음악에 불가리아 출신 보이코의 백파이프를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빚어낸 무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발레리나의 숨소리 하나하나, 팔다리의 작은 근육까지도 실제로 보고 느끼며 일반극장에서 맛볼 수 없는 다이나믹한 퍼포몬스였다. 

메조소프라노 최은총이 들려준 한국가곡 ‘아리아리랑과 오페라 카르멘 중 Seguidilla’는 마치 오페라 극중으로 빨려들어 갈 정도의 무대 매너와 입술에 물고 나온 장미꽃 한송이의 잎이 다 떨어져 나갈 정도의 열정과 성악적 테크닉으로 극중 카르멘이 튀어나온 듯 보는 이로 하여금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재즈 피아노와 베이스에 전지연 그리고 강한 씨가 콜라보 해서 만든 무대는 모든 이들의 어깨춤과 숨겨져 있는 본능을 끌어내는데 충분했다. 

몇 해 전부터 통일부 주최 통일가요제에서 우승팀이 이곳 무대와 길거리 공연을 통해 선보이도록 협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선과 결선을 통해 최고의 실력자들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그 우승팀 ‘SWAY’의 자작곡으로 소개했던 ‘할아버지의 소원’은 요즘 젊은 세대와 그들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이야기와 평화, 통일 이야기가 덧입혀져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리듬과 가사로 관객으로 참석한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호응을 충분히 이끌어냈다.

이어진 슬로베니아 출신 소프라노 Tea Triković가 들려준, 한국에서도 많은 성악가들에 의해 불려지고 있는, 김효근 님의 ‘첫사랑’은 어떻게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정서와 한 단어 한 단어에서 의미하는 애달프면서도 강한 첫사랑의 감정을 그렇게도 이쁘게 표현을 하는지 아마도 전생에 한국인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 솔로 마지막이었던 베이스 박기현은 관록의 여유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곡 ‘보리밭’과 함께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Anatefka의 주인공 Tevye가 부르는 ‘Wenn ich einmal Reich wär 내가 부자라면’을 유쾌하게 풀어내 박수와 웃음을 한꺼번에 자아냈다.
 
그리고 L. Höß가 지휘하고 독일인 및 7개국 외국인들이 부른 ‘천개의 바람’은 결코 슬픈 노래가 아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과 얼마 전에 서울 이태원 사고, 그리고 끝을 모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슬픔에 빠진 모든 이에게 외국인 합창단이 부른 천개의 바람은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면 몇 배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라 생각됐다.

마지막 무대였던 ‘대니보이 아리랑’은 사실 작년 9회 때 선보이려고 지휘자 윤태규가 편곡한 곡이었다. 작년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합창을 하지 못하고 대신 앙상블만 아쉽게 연주했던 곡이었는데 올해에는 고우니 앙상블팀 11명과 약 60여명의 한인·외국인 합창단이 그야말로 그 작은 무대 위에서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열성을 다해 불렀다.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모든 분들이 함께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멜로디가 다시 한번 라이프치히 하늘 위로 올라가 한반도 땅에 전해지며 평화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통일로 메아리쳐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대망의 특집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정말 감사한 것은 한 번 이 음악회에 오셨던 분들은 잊지 않고 꼭 오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후원을 해주신 분들, 80세의 고령에도 버스를 타고 베를린에서 오신 분, 라이프치히, 베를린, 본,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 마인츠, 도르트문트, 할레, 켐니츠, 쯔비카우, 뮌스터 그리고 한국에서 이 무대를 함께 하기 위해 온 가수 팀까지, 그 먼 곳을 몇시간씩 투자해서 모든 것을 받쳐 함께 해주신 분들과 이름도 없이 앞에서 뒤에서 헌신하신 스탭분들, 그리고 이날을 위해 무대 위에서 환경과 조건이 열악한 가운데도 최선을 무대를 함께한 모든 연주자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장소가 협소해서 어렵게 발걸음 돌려야만 했던 많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면서 감사인사를 드린다. 기업 후원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이 음악회가 중단될까봐, 지쳐 쓰러질까봐 많은 분들이 후원에 동참을 해주셨다.

그들의 이름을 이 자리를 통해 불러드리고 싶다.

장국현님, 유제헌님, 정성규님, 이철우님, 박병옥님 조남재님, 서봉석님, 신정희님, 김금선님, 이정란님, 이양자님, 정금숙님, 김옥순님, 문정균님, 김진향님, 정명렬님, 이영아님, 강해옥님, 이숙희님, 강혜옥님, 박인숙님, 미카님 그리고 현대모비스와 원트리즈뮤직 등...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독일 라이프치히한인회가 주최하는 ‘제10회 통일희망 라이프치히 음악회’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Leipzig의 1600년대에 만들어진 Alte Handelbörse에서 열렸다. (사진 라이프치히한인회)

특집으로 꾸며진 제10회 음악회는 아주 특별하고도 감사한 음악회였다. 코로나의 위협 속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7개 국가의 친구들에게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음악회의 규모나 내용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음악회의 성격이나 내용이 개인의 명예나 욕심이 아닌 다양한 문화와 국가의 출신들이 함께 무대를 꾸며 신뢰가 쌓이고 세계 유일 분단국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과, 한국을 사랑하고 배우고 지지하는 친한파 외국 친구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우리 한인 2,3세들이 점점 독일 주류로 진출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발맞춰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그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의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민간공공 외교의 중심에 서서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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