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온제나 다문화어린이합창단 산파역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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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온제나 다문화어린이합창단 산파역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22.11.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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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우수한인회 모범사례 ‘최우수한인회’로 선정 돼 
지난 11월 11일 동포간담회에서 특별 공연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 중인 라온제나 합창단원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 11월 11일 동포간담회에서 특별 공연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 중인 라온제나 합창단원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 11월 11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동포간담회에서 <라온제나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이 특별 공연을 펼쳤다. 

류기룡 프놈펜왕립예술대 교수의 지휘 아래 라온제나 합창단원들은 수개월간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우리 동요 ‘반달’과 ‘꿈꾸지 않으면’ 그리고 캄보디아 전통민요 ‘아랍삐아’를 불렀다. 

공연을 마치자 윤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동포 150여명은 합창단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기념사진 촬영을 제안해, 어린 단원들은 이날 설레는 마음으로 난생 처음 한국의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렸고, 저마다 가슴속에 소중한 추억 하나씩을 쌓았다. 

라온제나 합창단이 동포간담회에서 성공리에 특별 공연을 마친 이틀 후,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과 만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이 라온제나 다문화어린이 합창단 운영사례로 2022년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한인회 모범운영사례 최우수상으로 받은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이 라온제나 다문화어린이 합창단 운영사례로 2022년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한인회 모범운영사례 최우수상으로 받은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Q. 먼저 라온제나 합창단의 성공적 공연을 축하한다. 합창단 소개를 부탁한다.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이하 정): 우리 라온제나는 현지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다. 금년 초 우리 한인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합창단을 창단하게 됐다. ‘라온제나’는 ‘즐겁고 기쁜 우리’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 기간 중 한인회 모범사례발표에서 우리 라온제나 어린이 합창단의 운영사례가 대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우리 라온제나 합창단의 이름을 기억하고 응원해주신다. 

Q.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하게 된 동기는?
 
정: 평소에도 현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한인회장에 당선된 직후 프놈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어린 자녀들이 장차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합창단이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 음악교육 전문가들과 모여 상의를 마친 뒤 곧바로 합창단 창단을 실행에 옮겼다. 

현재는 우리 캄보디아한인회 옥해실 부회장이 합창단장을 맡고 있다. 캄보디아 왕립예술대 교수이자, 2년 전 캄보디아국가를 직접 녹음해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류기룡 교수가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고, 어린이음악 전문가인 이진주 선생님과 석선아 선생님이 음악이론과 피아노, 한글 및 한국어 교육을 맡아 봉사하고 계신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하시는 이분들이야말로 정말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Q. 왜 하필 음악교육인가? 

정: 캄보디아는 국공립이냐 사립학교냐에 따라서, 교육의 질과 수준 그리고 환경에 따라 학교 수업료가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월 백여불에서 많게는 2~3천불이 넘는 비싼 국제학교도 수두룩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당수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수업의 질적 수준과 상관없이 현지 학교 상당수는 정규수업 과정에 미술이나 음악 과목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클래식 등 아름다운 음악을 통한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었고, 또 음악예술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싶어 만국 공통어인 음악을 큰 고민 없이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취임식 당시 포부와 목표를 밝히고 있는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해 12월 열린 취임식 당시 포부와 목표를 밝히고 있는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Q. 현지 다문화가정의 실태는? 

정: 캄보디아에는 최소 6~700여 커플 이상 다문화가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수도 최소 2~3천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다문화가정들은 외부에 사생활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은 가정들도 적지 않아 제대로 된 통계를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심지어 함께 어울리기를 꺼려하는 가정도 일부 있다. 안정적인 직장이나 사업에 성공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이 더 많은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오랜 경제 불황까지 겹쳐 일자리를 찾아 고국으로 다시 돌아간 소위 ‘역(逆)’기러기 아빠들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다문화가정이 와해되고 붕괴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우리 한인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문화가정에도 큰 관심을 갖고 함께 협력하며,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Q. 합창단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정: 합창단원들은 현재 매주 토요일마다 오후 3시간씩 합창수업과 함께 음악이론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읽기와 말하기 등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기초교실도 별도 운영 중이다. 국내 사단법인 러빙핸즈(대표 박현홍) 도움 덕분에 금년 봄부터 ‘초록리본도서관’이란 이름으로 미니도서관도 운영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크메르어, 영어로 된 책들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와 함께 편안한 공간을 꾸며놨고, 누구나 원하면 도서 대출도 가능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방식은 복잡하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놀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억지로 독서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음악수업을 단순한 일반 수업과정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놀이와 게임도 진행하고 있다. 또 두 달에 한번씩은 반드시 야외 물놀이 행사와 영화관 단체 관람을 실시해 학부모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Q. 향후 추가 계획이 있다면...

정: 현재 주말 음악 수업 외에 평일 오후 1시간씩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를 졸업한 현지인 한국어선생님 지도로 무료 한글기초교육을 실시 중에 있다. 다음 달부터는 원어민 영어 강사를 초빙해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의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태권도 교실과 한국 인형극협회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이번 겨울방학 동안 인형극 참여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용석 캄보디아태권도국가대표팀 감독(국기원 소속)과 봉산탈춤 전수자인 양혜경 선생님 등 한국의 종합예술인들과 인형극협회 관계자분들이 이미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Q. 라온제나 합창단이 기존 다문화가정 합창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 우리 합창단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유일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그러나 여기도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는 양부모가 한국인인 가정의 자녀들의 합창단 가입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굳이 부모의 국적이나 인종을 따져 구분 짓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행히 우리 학부모들도 우리의 생각에 공감하고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 합창단원 중 양부모가 한국인인 경우도 5명이 있다. 합창단 가입과 음악교육을 원하는 교민 자녀들 누구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Q. 합창단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정: 아마도 가장 큰 것은 향후 재정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동안 민주평통 캄보디아지회(회장 문병수)와 캄보디아한인섬유협회(회장 김준경),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원장 석미자) 등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과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많은 독지가들이 틈틈이 간식비와 운영비에 보탬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 당구 여제로 유명한 스롱 피아비 선수도 소식을 듣고 금년 초 푸짐한 간식을 사오기도 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하는데 매월 운영 관리비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당장 학습용 교재도 수준별로 만들어야 하고, 피아노 외에 기타, 우크렐라,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들을 더 구비해야 한다. 우리의 또 다른 작은 목표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악기 하나쯤은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숨어있는 음악적 잠재력과 소질을 키워주는 것이다. 또한 재정이 허락된다면 지금 교실도 더 크고 쾌적한 장소로 옮겨 우리 라온제나 친구들이 맘껏 뛰놀며 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Q. 끝으로 합창단의 향후 중장기 계획과 목표는? 
 
정: 당장은 내년 하반기 부산합창단과 연합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내년 7월 열리는 세계청소년합창축제에도 도전장을 낼까 한다. 목표가 있으면 분명 달려가게 돼 있다. 한국에서의 합창공연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 꿈이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난생 처음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벌써부터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목표는 라온제나 합창단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5년, 10년 넘게 유지되고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얼마나 가겠냐며 반신반의하던 분들도 여럿 계셨지만, 벌써 한해를 넘기고 있다. 라온제나 합창단에 대한 교민사회의 관심도 많아진 만큼 앞으로 합창단원 수도 더욱 늘리고, 음악적 재능이나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로 구성된 성인 합창단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볼까 한다. 교민사회 많은 분들이 우리 라온제나 합창단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항상 응원해주시기에, 우리의 꿈은 분명 이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함께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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