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의심받은 이혼 – 조작된 대사관 공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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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심받은 이혼 – 조작된 대사관 공문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2.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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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소송을 제기한 후, 우리 법무법인은 파키스탄에서 공식 이혼증명서를 발급받아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출입국 당국은, 파키스탄에서 서류 위조와 부정부패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하며, 그 공식 이혼증명서보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회신이 더 믿을만하다는 주장을 유지하였다.

이에 우리 법무법인은, ‘파키스탄에 있는’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A가 B와 이혼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요청을 받은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은, 파키스탄의 주민등록관청(NADRA : NAtional Database & Registration Authority)에 A와 B의 이혼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은 조금 이상했다. A는 이혼 상태이지만, B는 혼인 중이라는 답변이 온 것이었다. 그래서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은 다시 한 번 A와 B가 2005년에 이혼한 것이 맞는지, 그리고 만약 B가 혼인 중인 상태라면 혼인 상대방은 누구인지에 대해 파키스탄 주민등록관청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더 이상의 답변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에 있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 다시 한 번 똑같은 내용을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파키스탄 주민등록관청에서 A는 이혼상태라고 답변을 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 A와 B가 이혼한 것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랬더니 이번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이 2005년에 A와 B가 이혼한 것이 사실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이 2019년에 출입국 당국에 보냈던 공문과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의 답변이 나오게 된 것이다.

법원 재판부는 어떻게 이렇게 반대되는 내용의 답변이 나올 수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하였는데, A는 2019년 당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했던 보좌관과 본인이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보좌관이 A를 괴롭히기 위해 A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은 공문을 출입국 당국에 보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A는 그 보좌관과 사이가 좋지 않게 된 계기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한국에서 열렸던 파키스탄 기념일 행사 때, 그 보좌관이 연설하는 내용에 대해 A가 연설 도중에 비판을 하였고, 그 보좌관이 A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이 다행히도 유튜브(Youtube)에 올라가 있었다. A는 이를 법원에 제출하였고, 재판부도 어느 정도 납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2019년 공문에는, B의 남편이 A라고 기재된 내용의 서류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공문에서는 그 서류를 파키스탄의 공식 가족관계등록서류인 것처럼 설명하며, A와 B가 여전히 혼인상태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출입국 당국도 이를 근거로, A와 B는 2005년에 이혼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잘 살펴보니 2019년 공문에 첨부된 그 서류는, 공식 가족관계등록서류라고 보기에는 발급일자나 발급기관도 나타나 있지 않고, 모두 손으로 작성되어 있는 등 굉장히 조잡한 형태의 서류였다. 이에 A를 통해 파키스탄에 있는 A의 지인들에게 이와 비슷한 서류가 있는지 확인해보았고, 결국 그 서류가 공식적인 가족관계등록서류가 아니라, ‘신분증 발급/재발급 신청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2019년에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이 출입국 당국에 송부한 공식문서에 첨부된 자료가, A와 B의 혼인관계를 정확히 나타내는 공식 가족관계등록서류가 아니라, B가 마음대로 작성한 신분증 발급/재발급 신청서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이 부분도 법원에 제출되었고, 재판부도 이 부분을 납득하였다.

결국 법원에서는, 출입국 당국이 A가 B와 이혼하지 않았다는 주요 근거로 들었던 2019년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공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하였고, 출입국 당국이 A에게 한 출국명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출입국 당국도 더 이상 항소하지 않아서(여러 자료들을 통해 확인되는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A와 B가 이혼한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조작된 공문으로 인해 큰 곤란에 처했던 A는, 다시금 한국에서 D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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