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억울하게 취소된 국적 살리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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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억울하게 취소된 국적 살리기 (2)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2.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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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그런데 B의 경우, 2000년 경 부모님이 정해준 배우자인 A를 만난 지 1주일 만에 결혼하였을 뿐이었고, 그 전에 A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리고 A는 B를 만난 이후 혼인신고, 여권 발급, 비자 발급, 한국 입국 등 신분과 관련된 중요한 행위들을 모두 본명을 사용하여 했기 때문에, B로서는 A가 과거에 한국에서 위명여권을 사용하여 불법체류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B는 수사를 받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B가 의도적으로 법무부를 속여서 국적을 취득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법원에서도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무혐의처분을 고려하여, B가 국적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귀화허가 취소사유인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또는 국적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4호의 ‘귀화허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사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법무부의 귀화허가 취소처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국적법 제21조와 국적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4호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귀화허가 권한을 가진 법무부는 귀화허가에 문제가 있을 때에 당연히 그 귀화허가를 직권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도 귀화허가를 직권취소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하여,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해서만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3두4669 판결 참조), B가 A의 과거 문제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익상의 필요보다는 B의 불이익이 더 크다고 보아, B에 대한 귀화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여 B의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살려주었다.

그리고 자녀들 또한, A가 위명여권 사용 및 불법체류를 모두 끝낸 이후에야 출생하였고 귀화허가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과거 A의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점, 또한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였고 귀화 이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이미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미성년 자녀들이 대한민국 국적이 취소됨으로 인하여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자녀들에 대한 귀화허가 취소처분도 취소하고, 그들의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살려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법무부는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였고, 항소 과정에서 법무부는 ‘국적취소 제한 및 구제방안’이라는 법무부 내부 지침에 따라, B와 그 자녀들 같이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가 인정되는 귀화허가취소자들의 경우에는, 일단 귀화허가가 취소되더라도 다른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B와 그 자녀들이 귀화허가 취소처분을 받더라도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임시체류자격을 허가해줄 것이고, 그 임시체류자격을 토대로 바로 귀화허가신청도 다시 가능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었다. 또한 귀화허가신청을 하려면 5년간의 체류기간이 필요한데, 이 체류기간 또한 새로운 임시체류자격을 허가받은 날이 아니라, 최초로 입국한 날짜부터 계산하여 바로 귀화허가신청이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B와 그 자녀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B와 그 자녀들의 대한민국 국적을 취소하여 그들의 생활 자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며, 새로운 귀화허가를 받으려면 또다시 생계유지능력 등 까다로운 귀화허가 요건들을 새롭게 충족해야 하는데, 임시체류자격으로는 그와 같은 생계유지능력 요건 등을 다시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그와 같은 구제방안만으로는 B와 그 자녀들을 보호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결국 고등법원 또한, B와 그 자녀들에 대한 귀화허가 취소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 B와 그 자녀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A의 과거 잘못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 없는 B와 그 자녀들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으나,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되찾아 다시금 한국에서의 삶을 꾸려나갈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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