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몸이 되는 말, 스승과 제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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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몸이 되는 말, 스승과 제자의 말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2.05.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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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몸이 되는 말은 말이 육신이 되었다는 말을 우리말식으로 다시 풀어쓴 말입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그 말씀이 하느님이었다고 요한복음에 쓰여 있으니 정말 놀라운 선언입니다. 하느님의 말과 우리의 말이 다르지 않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말을 하고 사는 셈입니다. 그 말이 그대로 우리의 몸이 되어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도, 이 몸도 귀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내가 귀함을 아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입니다.  

<몸이 되는 말>은 책 제목입니다. 올해 3월에 전헌 선생님의 강의를 제가 배워서 정리한 책입니다. 책의 지은이에 ‘전헌 읽음, 조현용 배움’이라고 되어 있어서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 역할이라곤 강의 녹취록을 책으로 내기 좋은 분량으로 줄인 일이었습니다만, 배움이라는 말로 제 이름이 들어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제가 조금이나마 자랄 수 있었습니다. 

지은이를 읽음, 배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새로운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읽음이라는 말이 참 좋은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읽었다는 말은 그 글을 이해했다는 뜻이고, 그 글이 내가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배움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내용이 내게 들어와 내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말들이 그대로 몸이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표지만 읽고 깊이 생각하여도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우리가 누구의 글을 읽고,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의 말을 배우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통한다면 그것은 다 내 몸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하는 말이 그게 아니라면 공중에 떠도는 말일 뿐이죠.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사람의 마음도 흩어집니다. 서로 한마음이 되는 말을 나누는 것이, 그리고 그 말로 힘을 얻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입니다. 다른 중생들과 구별되는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스승과 제자는 특별한 관계입니다. 스승이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고, 제자라는 말도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습니다. 스승이라는 말과 제자라는 말에는 정신적인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스승이기는 하지만 모든 선생님이 스승인 것은 아닙니다. 학생이 제자이지만 모든 학생이 제자가 아닌 것도 틀림없습니다. 배운 사람은 많았으나 모두가 공자의 제자는 아닙니다. 모두가 부처의 제자도 아닙니다. 모두가 예수의 제자가 아닙니다. 

스승의 말이 제자에게로 와서 몸이 되어야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됩니다.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자의 말도 스승에게로 와서 몸이 되어야 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일방향이 아닙니다. 양방향이고 그래서 서로 고마운 것입니다. 스승과 제자는 학교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배움의 현장이고 가르침의 장소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중요하다는 말은 그대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선 좋은 제자가 되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스승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많이 배우고 그 배움이 내 몸이 되도록 애써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서도 애를 써야 합니다. 내가 배운 것에 나의 노력을 더해서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나를 통해서 세상을 알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고마운 일입니다. 스승과 제자는 한마음으로 서로 나누고 배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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