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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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지’
  • 심경섭 폴란드 크라쿠프한인회장
  • 승인 2022.03.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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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교민 탈출을 위한 공관의 노력
심경섭 폴란드 크라쿠프한인회장

해외에 살면서 한번쯤은 미국 국민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위기에 처한 자국민 한 명까지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쏟아부으며 애쓰는 미국의 모습을 말이다. ‘흠…저것이 진짜 나라인데…자신이 미국인이라는 것이 그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한없이 밀려드는 부러움 뒤엔 내 나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체념, 힘 있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보호해 줄진 몰라도 개인 사업자나 학생과 같은 보통 국민은 지켜주지 않을 테니 독자생존해야 한다는 허탈감과 씁쓸함만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아닌 마지막 한 명의 국민까지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러다 작년 아프가니스탄 미라클 작전을 지켜보면서 크게 놀라게 됐다. 미국이나 일본이 성공했어야 마땅했던 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해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 ‘이게 나라냐?’라며 개탄의 목소리가 자자했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뀌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의 시름마저도 잊게 만들 만큼 충격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터졌다. 이런 전란 속에 대한민국 정부와 공관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교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까?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됐던 시점부터 우크라이나 주재 우리 공관을 비롯한 인접지역 우리 공관 대사들 간에 교민탈출을 위한 사전 미팅이 있었다.

볼레스트라쉬체(Bolestraszyce) 대사관 임시 사무소 (사진 심경섭 폴란드 크라푸크한인회장)
볼레스트라쉬체(Bolestraszyce)에 설치된 한국대사관 임시 사무소 (사진 심경섭 폴란드 크라쿠프한인회장)

이에 폴란드 주재 공관도 발 빠르게 남서부 메디카(Medyka) 국경에 인접한 볼레스트라쉬체(Bolestraszyce)에 대사관 임시 사무소 및 피난민 임시숙소를 마련했고 3명의 직원들을 파견해 2월 16일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우크라이나 교민 수는 대략 800명 정도로 1차 철수령이 떨어졌을 때 다수의 교민들이 항공편으로 귀국했고 이후 개전되고 나서는 육로를 통해 가까운 인접국으로 피신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교민 수는 대략 30명 미만으로 파악 중이며 이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현지 리비우와 남부지역에 잔류 중이다. 우크라이나 주재 공관도 리비우에 잔류해 현지 교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교전 현황, 대피소 안내 그리고 국외 탈출을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교민 임시 숙소 (사진 심경섭 폴란드 크라쿠프한인회장)
우크라이나 교민 임시 숙소 (사진 심경섭 폴란드 크라쿠프한인회장)

뉴스에서 교민들이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지로 피난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는데 그들이 국경을 넘을 때까지 현지 리비우 공관 및 인접국 공관 직원들의 엄청난 노고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현재 폴란드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교민들 다수는 바르샤바에 거주 중이며 크라쿠프 지역에도 두 가정이 피신해 있다.
 
사지에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우크라이나 주재 공관 직원들과 인접국 임시사무소에서 고생하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다른 나라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러워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나 보다. 이제야 필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이게 진짜 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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