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신어 유행어의 세계, 언젠가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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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신어 유행어의 세계, 언젠가는 지나간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2.03.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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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2020년은 20이 두 번 반복되어 왠지 기분이 좋은 해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일본이 하계 올림픽을 그 해로 유치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시작은 끔찍했습니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펼쳐지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에는 19라는 숫자가 붙어있지만 일반인의 인식 속에는 코로나라고 하면 20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코로나 탓에 2020년에 동경 올림픽은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즐거운 일이 하나 줄어들었고, 2020년에 맞추어 준비해왔던 수많은 일이 어그러졌습니다.

2021년에는 통째로 기억에서 사라진 느낌입니다. 수많은 일이 있었을 겁니다. 1년 미루어진 동경 하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 하고 힘들어 하며, 하루하루를 지낸 해로 기억이 될 겁니다. 코로나 시대의 한 가운데인 셈입니다. 피시알 검사에 의한 확진자 수가 매일 발표되고, 자가격리자의 뉴스가 매일 나옵니다. 사회적 거리 주기에 의한 영업시간 단축이나 모임인원 제한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배달이 늘고 거리에는 오토바이 천지입니다.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때로 편안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줌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네요.

2022년은 2가 세 번이나 들어가는 해이기에 왠지 기분이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북경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중국은 숫자의 상징에 관심이 많은 나라입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8입니다. 그래서 2008년 8월 8일에 북경 하계올림픽을 열었습니다. 2는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2는 우리말로 둘인데, 둘은 함께하면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짝이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둘이지만 하나입니다. 대학에서는 22학번을 둘리 학번이라고 합니다. 둘과 2(리)를 합친 표현입니다. 아기공룡의 이름을 딴 것이어서 그런지 귀여운 느낌이네요. 2022년 2월 22일은 2가 여섯 번 들어간 아주 특이한 날이었습니다. 특이한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위의 내용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몇 년 사이에 새로운 말이 많아지고, 유행하는 말이 확 바뀌었습니다. 단기간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상의 언어가 달라진 겁니다. 우선 코로나라는 말 자체가 새로 들어온 말입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만 쓰이던 전문용어가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한참 동안 코로나를 ‘콜레라’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콜레라의 괴로운 기억을 소환하였나 봅니다.

어려운 시기에 말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확진자라는 말은 확찐자라는 신어를 만듭니다. 집에만 있어서 살이 쪘다는 자조 섞인 표현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도 끔찍한 표현입니다. 가족이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는 시간이 몇 년 동안 흐르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축하하지 못하고, 누가 돌아가셔도 함께 슬퍼하지 못합니다. ‘오미크론’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생소한 표현이었습니다. 델타까지는 알겠는데 오미크론은 도대체 뭔가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금방 오미크론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코로나와 오미크론은 나중에 이 시대를 회고할 때 중요한 단어가 될 겁니다. 오미크론이라는 말 자체가 오래 쓰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델타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신어와 유행어는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표현들입니다. 매년 신어와 유행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의미에서 신어와 유행어의 수명도 짧은 편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말은 다시 바뀌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신어의 유행이 지속되어 새롭게 사전에 담기기도 합니다. 저는 코로나 시대에 유행했던 표현들이 어서 그때를 회고하는 표현으로 남기 바랍니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 때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 하는 표정을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 언젠가는 다 지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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