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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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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2.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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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2021. 12. 9. 국회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①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가해자측 가족을 지정하여, 피해자의 가족관계기록(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을 발급받지 못하게 할 수 있게 한 것, 그리고 ②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가해자측 가족을 지정하여, 그 가해자 또는 가해자측 가족의 가족관계기록에 나타나야 하는 피해자의 개인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등)를 가릴 수 있게 한 것의 두 가지이다. 

원래는 일정 범위 내의 가족이면 본인이 아니라도 가족관계기록을 발급받을 수 있고, 가족관계기록 내에 개인정보도 모두 드러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가족관계기록이 제공되어 발생할 2차 피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과거 상담했었던 안타까운 사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중국 동포 여성 A는 한국인 남성 B와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 어린 자녀 C를 낳고 생활하다가, B의 음주와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하였다. 이혼 과정에서 C는 A가 양육하기로 하였고, 다만 친권(C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결정할 권한)은 A와 B가 공동으로 가지기로 하였다. 그런데 A는 이혼 이후 고생을 많이 하는 바람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는지, 갑자기 쓰러져 C를 홀로 둔 채로 사망하였다.

A가 사망했지만, B는 아예 연락도 되지 않아서 C를 양육할 사람이 없었고, 결국 한국에서 홀로 살고 있던 A의 모친(C의 외할머니)이 C를 양육하게 되었다. A의 모친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고, 고령으로 건강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달리 C를 양육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A의 모친은 C를 양육하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정신없이 몇 개월을 보내고 난 후, A가 살던 집과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A의 모친은 A가 재산을 어느 정도 모아놓은 예금통장을 발견하였다. 생활이 좀 나아져서 C에게 좀 더 좋은 양육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A의 모친은 반가운 마음으로 은행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얼마 전에 B가 그 예금계좌 안에 있던 돈을 모두 찾아갔다는 이야기였다. A의 모친은, B가 어떻게 그 돈을 찾아갈 수 있었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법적으로 이혼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B는 더 이상 A의 배우자가 아니어서 A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상속인이 아니었으며, A의 자녀인 C만 A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은행에서 B에게 그 예금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인지 따졌다.

그러자 은행에서는, B가 C의 공동 친권자로서, C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서 은행에 제출하였기 때문에, C가 상속한 A의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허탈해진 A의 모친은 B에게 그 예금액을 돌려받을 길이 없을지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결국 B와 연락이 닿아 예금액을 C를 위해 돌려달라고 요청하였지만, 이미 B는 유흥비 등으로 모든 금액을 탕진한 이후였다.
 
이에 A의 모친은, B에게 C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해준 국가나, 또는 그 서류만 가지고 B에게 A의 예금액 전액을 내어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라도 그 예금액을 받아낼 수는 없겠는지, 우리 법무법인에 문의해왔다. 그러나 국가나 은행 모두 정해진 절차대로 서류를 발급하고, 예금액을 내어준 것이어서, 그러한 소송으로도 예금액을 받아내기는 어렵다고 답변해드렸다. 그러나 그런 답변을 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만약 이번에 도입된 새로운 제도가 그 당시에 있었다면,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자인 A가 본인과 C에 대한 가족관계기록(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을 B가 발급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신청을 해놓았더라면, B가 A의 예금액을 몰래 인출해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이제라도 이런 제도가 생긴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를 입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대부분 그와 같은 2차 피해를 예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관계기관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상세한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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