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1혁명 103주년과 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으며, 외국인 독립유공자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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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혁명 103주년과 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으며, 외국인 독립유공자를 기억하자!
  • 김동진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승인 2022.02.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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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2022년 3월 1일은 3·1혁명 103주년이 되는 날이고, 3월 9일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탄생하는 날이다. 

우리는 3년 전인 2019년에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의미 있게 치렀다.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값진 정신적 문화유산인 3.1독립운동 역사를 후손에게 바르게 알리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헌신한 모든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한 당연한 행사였다. 

일본의 침략과 강제점령에 항거한 선조들의 독립운동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숭고한 애국 대장정이자 한민족을 민족정기가 살아 있는 민족으로 세계사에 기록한 쾌거였다. 

그런데 한국 독립에 기여한 사람들이 한국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명 진화와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들의 행적을 낱낱이 열거할 수는 없으나 상당수는 자신을 희생하며 역사의 고비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행사에서 외국인 독립유공자 위한 행사는 없었다

2021년 말 현재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을 수훈한 외국인은 72명이다. 이들 72명은 대한민국이 한국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공식 독립유공자이다. 그런데 국민 대부분은 외국인 독립유공자 존재 자체를 모른다.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을 위한 행사는 한 건도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정부에 수차례 건의해, 대통령이 3·1절이나 광복절 등의 독립운동 관련 행사에서 외국인 독립유공자에게 감사를 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외국인 독립유공자에 대한 감사 표시는 예를 숭상하는 문화민족으로서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품격을 올리고, 외국인 독립유공자 출신국가와 유대를 돈독히 하는 계기로 기능할 수도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이 유명 한국인 독립유공자 기념관을 찾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어떤 후보는 대통령 후보 출마 출정식도 독립유공자 기념관에서 가졌다고 한다.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행동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에게 외국인 독립유공자의 존재와 그들의 한국을 위한 헌신을 얼마나 아는지 묻고 싶다. 모른다면 이제라도 외국인 독립유공자의 공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 대통령이 갖춰야할 기본적 덕목이기 때문이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외국인 국립묘지’로 명명해야

지난해 한 대학교수가 우리가 장차 강대국이 돼야 할 조건을 제시한 책을 출간하면서 매우 의미심장한 주장을 펼쳤다. 우리를 도운 외국인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우리가 글로벌 시대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미국인 독립유공자 헐버트(Homer B. Hulbert)와 영국인 독립유공자 베델(Ernest T. Bethell)이 잠들어있는 마포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외국인 국립묘지’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헐버트는 미국에서 일평생 독립운동을 하며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라고 외치다가 그의 소원대로 이곳 양화진에 묻혔다. 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독립유공자는 아니지만 서양 의술, 신교육 등을 전하며 우리나라 근대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많은 외국인이 묻혀있다. 

작가는 더 나아가 새롭게 선출되는 20대 대통령은 취임식 날 이곳을 들러 우리나라를 돕다가 이 땅에 뼈를 묻은 외국인들에게 감사인사를 표한 뒤 취임식장으로 향하기를 호소했다. 3월 9일 선출 될 20대 대통령은 이 작가의 주장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외국인 독립유공자에게도 내국인 독립유공자와 똑같은 예우를 

우리는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이 우리를 도와야 할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 독립유공자들은 자신의 조국을 되찾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굳이 생명의 위협 속에서 한국을 도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선출되는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외국인 독립유공자에게도 내국인 독립유공자가 받는 예우를 똑같이 해주기를 요청한다. 

현재 내국인 독립유공자나 후손은 국가로부터 훈격에 따라 연금을 받지만 외국인 독립유공자는 아예 연금 수혜 대상자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면서 내국인에게는 연금을 주고, 외국인에게는 서훈만 하고 연금은 안 주는 것이 옳은 처사인가? 우리가 경제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마당에 이는 온당치 않으며, 실상 연금 수혜 대상자도 몇 명 안 돼 예산도 극히 미미하게 소요될 것이다. 

외국인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세계와 후세에 전하자

외국인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기념물 건립에도 적극적이길 바란다. 미국에서는 안창호, 유관순 등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인류애를 기리기 위해 기념관도 만들고,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도 만들고, 그들을 기리는 특별한 날도 제정한다. 이들은 미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유관순 같은 경우에는 미국과 인연도 없다. 

우리는 한국 독립운동사를 논함에 있어 정의와 인간애의 발로로 한국을 도운 외국인들의 공적을 후세에 올바로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 한민족은 세계 문화사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와 은혜를 아는 선진문화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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