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과 아랍 걸프국가 수교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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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과 아랍 걸프국가 수교의 겉과 속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2.0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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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브라함 합의문은 지정학적 합의인가?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 아랍에미리트(2020년 8월), 바레인(2020년 9월)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었고, 금년 2월 14일에는 이스라엘 총리가 바레인을 방문했다. 언론은 그의 바레인 방문이 아브라함 합의(Abraham Accords)에 근거한다고 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 바레인, 아랍에미리트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서 아브라함 합의 선언문(Abraham Accord Declaration)에 서명했다.

선언문은 “우리는 종교적 자유를 포함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동시에 상호이해와 공존에 근거해 중동과 세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말로 시작해 “이런 정신으로 아브라함 합의의 원칙 하에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이웃하는 국가들 간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는데 이미 나타난 진전을 환영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유된 헌신과 공유된 이익에 기반해 친선관계를 공고히 하고 이를 확대하는 지속적인 노력에 고무됐다”고 쓰였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의 대사가 2021년 3월 1일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아브라함 합의 선언은 유대교와 이슬람이 예언자로 받아들이는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인데 아브라함 합의 선언은 종교 간의 대화와 문화 간의 대화를 증진시킨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정학적인 합의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주된 이유들 중에는 지정학적 안보가 가장 중요했다.

아랍무슬림 시민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반대하고

정치 지도자들 간의 아브라함 합의 선언은 아랍 국민(무슬림)들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란의 야망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예멘, 바레인 등 순니 아랍국가들 안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었고, 순니 아랍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런 합의 선언이 가능하게 된 것은 팔레스타인 이슈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중동 현안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미군이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치안 공백이 우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안보 공약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이 걸프국가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오만은 한동안 미국과 이란 간의 중재 역할을 담당했었다.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적이 된 터키와 동맹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아브라함 합의 선언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 카타르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정부 간에 중재를 담당하고 있었고, 이스라엘과의 정치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이슈에 민감한 바레인 국민들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레인 왕은 사우디의 무함마드 왕세자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서명했다. 바레인의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번 이스라엘 총리의 바레인 방문을 적극 반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왕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에, 무함마드 븐 살만 왕세자는 정치적인 제스처보다는 이스라엘과 경제와 기술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양면 전략을 유지하고 있었다. 쿠웨이트만 미국의 압력을 거부했는데, 팔레스타인 문제가 쿠웨이트의 통치권, 의회, 시민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됐다.

꾸란에서 이브라힘은 유대인이 아니고

종교의 경전을 벗어나면 이슬람과 유대교가 이브라힘(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믿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꾸란 3:67에서는 “이브라힘은 유대인이 아니고...”라고 했다. 꾸란의 이브라힘은 모든 민족에게 우상 숭배를 반대하는 모델로 제시됐다(공일주, 한국의 이슬람, 40).

이스라엘 총리가 바레인을 방문한 후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브라함 합의(잇티파끼야 이브라힘)가 이 지역에서 외교, 경제, 문화적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고 양국 간의 관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서명한 ‘아브라함 합의 선언문’은 중동과 세계에서 평화, 안보, 번영의 비전을 추구한다고 했다.

다른 교리를 존중하는 것과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서로 다르고

2021년 11월 BBC 아랍어 신문에 따르면 순니 이슬람의 수장, 아흐마드 알따입이 2021년 10주년을 맞는 ‘이집트 가족의 집(바이트 알아일라 알이브라히미야)’ 설립 기념식에서 그는 “이브라힘의 종교란 말은 ‘혼란스럽게 뒤섞인 꿈’이라고 지목했다. ‘이집트 가족의 집’은 알아즈하르 대표와 당시 콥트 교황 시누다 3세가 서명한 사항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간의 공존을 이야기 해왔던 알따입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언론은 궁금해 했다. 그는 “다른 종교의 교리를 존중하는 것과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은 서로 다르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한 논평에서 야세르 알자아티라는 “알따입은 이브라힘 종교(딘 이브라히미야)의 이야기를 비판한 것이고 그의 말은 국교 정상화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압둘라 루쉬디는 “알따입의 말은 ‘이브라힘 종교’ 사상을 거부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집트 콥트 종교인 반야미는 “이브라힘 종교란 말은 종교를 이용한 정치적인 초청”이라고 했고, 그는 또 “이브라힘 종교(아브라함 종교)란 말을 정치인들이 사용할 경우, 그 목적은 순전히 정치적이고 아랍지역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확대하기 위한 꼼수”라고 했다.

시온주의 국가를 거부한다는 구호가 무색해지려나

코로나19 이후에도 순니 아랍 국가에는 여전히 이란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고 타크피르(알라와 무함마드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함) 문화와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브라함 합의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속셈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종교적인 텍스트와는 무관하다. 꾸란은 이브라힘이 유대인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보수적인 무슬림들이 “이브라힘 종교”라는 말에는 신앙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

알자지라 신문(2021.5.18.)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스라엘과 걸프 일부 국가들과의 정상화가 평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시온주의 국가를 아랍 땅에서 거부한다는 것이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금까지 계속된 아랍무슬림의 정치적 구호였다.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 합의한 2020년 8월, 예루살렘의 구시가지 성벽에는 팔레스타인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의 사진과 “아랍에미리트는 수치의 합의문을 철회하고 아랍 이슬람의 입장으로 되돌아오라”는 아랍어 문구가 걸려있었다.

걸프 국가와의 정상화 미래

걸프국가들은 아랍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었지만 동시에 자국의 실리를 추구했다. 걸프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정상화 관점들이 바뀔 수 있고, 이들 국가들의 변화와 지역의 지정학적 현실은 대중들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다. 오늘도 아랍무슬림들은 하루 5번 기도할 때마다 “유대인은 알라의 진노를 받고”라고 암송하고 있다.

그래서 걸프 국가의 일부 무슬림들은 이런 정치적인 운동을 반대하려고 그들의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일부 걸프국가들은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갔을 때 거기서 얻는 유익과 손실을 계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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