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 인기 명소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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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 인기 명소로 자리매김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1.12.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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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환호공원에서 11월 18일 제막, 오픈 한달 만에 7만명 넘는 관람객 몰려

포스코가 지역사회와 상생협력 및 포항 명소화 위해 추진…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7개월 소요
포항 스페이스워크 주경 (사진 포스코)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Space Walk)’가 포항 환호공원에 설치된 지 한달 만에 7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포항 스페이스워크 주경 (사진 포스코)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Space Walk)’가 포항 환호공원에 설치된 지 한달 만에 7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2년 7개월이 소요된 스페이스워크는 관람객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작품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스페이스워크를 통해 관람객들은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거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을 닮았다고 해 클라우드(구름)이라는 애칭도 있다.

스페이스워크의 총 트랙 길이는 333미터, 폭은 가로 60미터, 세로 57미터, 높이 25미터로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100% 포스코 강재로 제작됐고, 포스코의 역량과 기술력이 총동원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와 포항시는 지난 11월 18일 포항 환호공원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작가 등 포스코와 포항시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이스워크(Space Walk)’ 제막식을 개최했다. 양측이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 2년 7개월 만이다.

포스코는 창립 51주년 기념일인 지난 2019년 4월 1일, 포항시와 ‘세계적 작가의 예술작품 설치를 통한 환호공원 명소화’ MOU를 체결했다. 환호공원은 2001년 포스코가 포항시민들을 위해 포항시와 공동 건립한 공원이다. 

조형물 건립사업은 포스코가 지난 2018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후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은 물론 포항을 관광 명소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추진됐다.

포항 스페이스워크 주경 (사진 포스코)
포항 스페이스워크 야경 (사진 포스코)

포스코와 포항시는 작품 기획 시 포스코와 문화예술 관광콘텐츠로 급성장하고 있는 포항시를 잘 상징할 수 있는 철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건립하기로 하고, 2019년 6월 공모를 통해 독일 부부작가 하이케 무터 & 울리히 겐츠를 선정했다.

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한 이대형 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번 스페이스워크 건립사업은 포스코와 포항시가 기획부터 준공까지 협력해, MOU 체결부터 디자인, 시민의견 수렴, 제작·설치까지 단계별 프로세스를 준수하면서 진행한 공공미술사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워크를 디자인한 하이케 무터(Heike Mutter, 1969)와 울리히 겐츠(Ulrich Genth, 1971)는 순수미술과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독일 출신의 부부 작가로 관객 참여형 설치미술과 건축적 조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는 스페이스워크 설치를 위해 포항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머물면서 포항제철소, 죽도시장, 해맞이 공원 등 각종 명소를 방문하며 포항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향토사학자 등을 만나 지역에 대해 알아갔다. 이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포항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해석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고, 국내 조형·건축·미술분야의 전문가, 포항시와 포스코 관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그리고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와의 소통을 통해 최종 디자인이 결정됐다.

스페이스워크 디자인은 포항 일월(日月) 신화의 ‘빛’과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철’을 바탕으로 한 ‘빛과 철의 노래’, 그리고 ‘느리게, 함께 하늘을, 예술을 걷다’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Community with POSCO’ 관점에서 포스코가 포항시와 새롭게 만들어갈 비전과 가치를 표현할 수 있도록 포스코의 철강 제품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의 경험을 통해 완성되는 참여형 작품으로 디자인됐다.

스페이스워크는 멀리서 보면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며 ‘빠른 속도’라는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실상 작품 트랙 위에서 관람객들이 경험하는 것은 ‘작품을 따라 느리게 걷는’ 나의 신체와 공간의 관계이다.

이러한 모순적 체험은 스페이스워크의 중요한 미학적 개념인 ‘시간의 상대성’을 의미하며, 스틸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은 스틸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한다. 관객들이 작품 위에 올라 360도로 개방돼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전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포항 스페이스워크 주경 (사진 포스코)
포항 스페이스워크 야경 (사진 포스코)

스페이스워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작품 위로 직접 올라가 계단을 거닐며 작품과 교감하고, 시각을 넘어 촉각, 청각 등을 통해 작품을 직접 경험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 체험형 작품이라는 점이다. 기존 공공 작품들이 바라보는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체험형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에 참여하고 관계하면서 단순한 갤러리에서 문화창조자로 변화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스페이스워크 또한 관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하는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로 존재하며, 이 경험을 통해서 진정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작품을 걸어온 관객들은 조형물 중앙에 다다르면, 원형 루프에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의도된 불편함을 통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과 되돌아가는 수고로운 행위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고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이렇게 양방향으로 나눠진 트랙은 되돌아오면서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과 인간, 기업과 시민, 포스코와 포항시의 하나 된 화합’을 표현한 것으로, 이 또한 작품을 직접 걸어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처럼 스페이스워크는 공공미술의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의 시대적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페이스워크가 위치한 환호공원은 영일만 관광특구의 중심지다. 포스코 측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이 포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된다면 해상케이블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Park1538, 역사관, 제철소 야경 그리고 포항 1고로 박물관 등 포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연계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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