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에서의 아랍어 통번역
상태바
[기고] 한국에서의 아랍어 통번역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5.19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에서 아랍어의 현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한동안 제2 외국어로서 아랍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가 있었다. 최근에는 아랍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면서 한국어를 배운 뒤 이제는 유튜브에 한국어 강의를 할 정도로 아랍인들도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유튜브를 보니 우리말의 표준말을 ‘알푸쓰하’라고 번역하고 우리말의 방언을 ‘암미야’라고 번역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랍어에서 ‘푸쓰하’는 꾸란의 아랍어 또는 문학적 아랍어이고, 대중 아랍어는 ‘암미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아랍어과가 처음 개설된 시기는 1965년인데 그 이후 1980년대 초까지 국내 아랍어 연구는 아랍의 학문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수니'가 아니고 ‘순니(sunni)’라고

10여년 전 필자는 아랍어-한국어 통역 대학원에서 순차 통역 강의를 한 학기 맡은 바 있다. 그 당시 통역 대학원생들의 수준은 아주 뛰어났었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뛰어난 통번역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이-팔 사태를 보도하는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서 아랍인이 인터뷰한 말을 자막에 잘못 통번역하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나라 언론이 잘못 표기하는 아랍어 발음이 너무나도 많아서 전공자가 설 자리가 적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람에는 순니와 시아가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에서 순니(sunni)를 ‘수니'라고 표기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랍어 표기는 아랍인들의 현지 발음을 중심으로

아랍의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 본 필자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아랍어를 가르칠 때 아랍어 전문용어나 문법용어는 가능하면 아랍어 책에 나오는 대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그 이유는 아랍어 학습자가 국내와 아랍 국가에서 동일한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아랍 대학에서 전공서적을 쉽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접속법이나 가정법이란 용어를 국내에서 사용하고 나서 아랍 대학에 가면 ‘만쑵’이라는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한다.

조금 전에 언급한 수니라는 낱말은 순니(아랍어로는 sunni)에서 NN이 두 번 나오므로 두 개의 자음을 모두 발음해 주어야 아랍인들이 금방 알아듣는다. 국내 어느 출판사에서는 순니를 모두 수니로 고쳐야 국내 독자들이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 순니를 수니로 고치라고 말한다. 한심한 노릇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 방문 중 필자는 아랍인 장관 통역을 하러 갔었다. 그때 우리나라 건설교통부 장관은 영어 통역이 가능할텐데 일부러 아랍어-한국어 통역사를 불렀다고 한다. 통역사를 불러준 그의 태도가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암미야(대중 아랍어)를 숙달한 한인 동포들의 도움

아랍인들은 아랍어가 꾸란의 언어이고 문학과 문화의 언어라고 한다. 과거 1100년 동안 과학, 문명, 이슬람 정복에 사용됐던 아랍어가 오늘날에는 과학과 지식산업과 발명에서는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라크 작가 다우드 알파르한이 말한다.

아랍어가 디지털 시대에서 인공지능에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하지만 아직까지는 4억의 아랍어 사용자가 IT에 아랍어를 널리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아랍어는 푸쓰하(꾸란의 아랍어, 문학적 아랍어)와 암미야(대중 아랍어)가 있고, 길거리에서 인터뷰하는 아랍인들은 암미야를 사용하므로 해당 국가에서 암미야를 숙달한 한인 동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정확한 보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땅에서 수십년 암미야를 사용해온 한인동포에게도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지 않겠는가?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