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온고지신과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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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온고지신과 스승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1.05.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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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의미의 말입니다. 이 말은 논어에 나오는 말로 공자의 말씀입니다. 논어에서 온고지신이 쓰이는 대목은 선생의 보람과 관계가 있습니다. 온고지신 때문에 선생 일도 해봄직하다는 공자의 말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즉 온고지신은 선생에게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온고지신이 왜 선생에게 보람을 줄까요? 온고지신의 의미를 밝히다보면 선생 곧 스승의 역할이나 기쁨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고지신의 해석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나타납니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말이 명확한 해석으로 보입니다. 옛것도 새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것만 강조해서도 부족하고, 새것만 좇아서도 안 된다는 뜻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나온 것도 공부하고, 세상에 새로 생기는 지식도 배우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선생 일을 하면서 선학들의 연구를 살피고 배우는 것이 기쁩니다. 또한 늘 새롭게 나타나는 지식도 즐겁게 배웁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는 그 자체로도 기쁨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스승의 보람에 대한 느낌이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습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잘 살펴보면 방점이 ‘온고(溫故)’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옛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옛것을 익히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옛것을 익히고 뒤에 ‘그것으로 미루어’라는 해석을 더하게 되는 것입니다. 옛것을 아는 것이 조건이 됩니다. 실제로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께서도 옛것을 공부하는 즐거움(好古)을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문을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저의 생각을 담아서 온고지신의 해석을 좀 더 깊이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익히다는 말인 ‘온(溫)’은 ‘따뜻하다, 삶다’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익히다’와 통하는 말입니다. 배우는 것이 익히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 재미있습니다. 배우는 것은 잠깐 스치듯 ‘데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푹 삶아야 합니다. 사골을 끓이듯이 고기나 뼈를 오랜 시간 푹 고는 것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넣어서는 결코 속까지 익지 않습니다. 깊이 익힐 수 없습니다.

전에 전헌 선생님과 온고지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 좋은 세상’ 이야기를 나눌 때 온고지신을 이야기하면서 옛것이 다 좋은 것이었음을 아니까 새로운 것도 다 좋을 것임을 안다는 뜻으로 말씀을 나누었던 기억입니다. 옛것을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다 좋은 세상임을 깨닫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힘든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지나고 보면 다 좋은 일입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말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다가오는 새로운 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 좋은 세상이니 안심하고 살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온고지신은 깨달음의 어휘입니다.

선생은 이러한 깨달음을 제자에게 전합니다. 제자 역시 스승의 말씀에서 깨달음을 얻고 세상을 기쁘게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이 바로 논어 맨 처음에 나오는 ‘배우고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쁜(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세상입니다. 우리는 옛것을 살피고 또 살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즐겁고 기쁘게 살아갑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눕니다. 기쁨이 더 커집니다. 그러고 보면 공자의 말씀처럼 참으로 선생 일은 해봄직한 기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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