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무서운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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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무서운 ‘저출산’
  • 이형모 발행인
  • 승인 2021.04.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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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모 발행인
이형모 발행인

청년들이 부자로 가는 길

미국 로스엔젤러스에서 금융업을 시작해 대형 은행의 대주주가 된 고석화 회장은 한상 차세대무역스쿨에서 젊은이들에게 강의하면서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으면 바로 적금을 시작하세요. 첫 번째 목돈 1만 달러를 만들면 부자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고 말했다. 취직해서 땀 흘려 노동하고 댓가를 받는 것에 더해 내가 투자한 목돈이 돈을 벌어야 자본 축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수천년 전부터 오랜 전쟁 역사에서 자의반 타의반 참전하는 청년들을 움직인 동기는 일확천금이다. 승전한 후 약탈을 보너스로 받아 목돈을 잡는 것이다. 전쟁은 국가에게 부를 축적하고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대항해시대 이후 선진 해양국가들의 무역선 약탈이나 노예무역은 대표적인 자본축적 수단이었고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은 국가 발전의 경쟁 수단이 되었다. 자본주의 경제가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발전하자 영토 침략전쟁의 양상은 경제전쟁으로 바뀌었다.

테일러의 분업이론과 중산층 형성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의 발달은 치유하기 어려운 ‘빈부 격차’를 초래했고,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노동자들의 처지는 악화되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맑스 레닌의 ‘공산주의’가 깃발을 들고 전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해갔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미국 대륙에 진입하지 못하고 패퇴한 결정적인 이유를 피터 드러커는 ‘테일러의 분업이론’으로 설명했다. 

학교를 갓 졸업한 미숙련 노동자에게 생산 작업을 과학적으로 분석 조합한 ‘분업이론’을 적용해 고액 연봉의 장인(Meister)과 맞먹는 생산성을 올리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은 생산성에 상응하는 급여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다수의 미숙련 노동자가 고소득을 받는 중산층이 되었다. 청년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순간 공산주의의 공세는 힘을 잃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지구촌 경제 모델의 대세가 되었고, 자본주의의 양극화 모순은 사회복지 정책으로 보완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과 4차 산업혁명

자본주의 시장의 성공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지구촌 70억 인구에게 필요한 재화와 용역 생산은 20% 인구가 일하면 충분하게 됐다. 80%의 인구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고, 대안을 찾지 못하면 실업자가 된다. 더하여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거라는 예측이다. 생산과 소비, 일자리와 소득, 사회적 역할 등 인간 공동체의 삶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될 지점에 왔다.

한국공동체, 급격히 위축되어 붕괴될 위기

2020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진입한 한국은, 2017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총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2026년에 진입한다. 지나치게 빠른 진행이다. 핵가족도 해체되는 위기에 직면했는데, 1인 가구비율이 2019년에 30%를 넘어섰다. 2021년 3월 현재 1~2인 가구비율이 63.1%다. 이러한 현실의 밑바탕에 ‘저출산’ 문제가 있다. 1965년 5.6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0.84명으로 줄었다. 

문제의 핵심은 ‘성공한 대한민국’을 물려받을 차세대를 키울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 있지만, 그 이후에 닥칠 더 큰 문제는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해, 20~30년 후 한국공동체가 ‘죽어가는 별’처럼 급격히 위축되어 붕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청년세대의 의욕을 꺾는 진입장벽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한 결과로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취업, 창업의 문이 좁아져 청년세대에게 ‘진입장벽’이 됐고 그들은 도전할 의욕을 접었다. 청년 일자리가 없고, 결혼해도 주택과 자녀 교육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는데, 어떻게 무슨 전망으로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인가? 

청년 자신과 가족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정보다는 ‘저출산 문제’에 관해 절실한 이해 당사자인 국가가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필요한 비용을 책임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을 제거하면 청년들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해서 일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공동체는 반만년 역사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진보, 보수의 이념 문제가 아니다. 

사회경영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초고령사회에서 더욱 증가할 ‘1인 가구’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개인이 돈을 벌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 자기 보험은 미흡하다. 국민연금에 더해서 여럿이 모여 사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노인 개인의 삶도 보호되고, 국가 사회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이러한 합리적인 사회복지 인프라가 설계되고 비전이 제시돼야 청년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연금도 부담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즐거운 마음으로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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