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에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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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레스덴에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
  • 정선경 재외기자
  • 승인 2021.04.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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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민족학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룬 전시회 일부로 설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유럽 내 공공박물관 전시회에서 다뤄진 첫 사례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박물관 안뜰에 전시된 소녀상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족학박물관’(Museum für Völkerkunde Dresden, 이하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유럽 내 공공박물관 전시회에서 다뤄진 최초의 사례이자,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국립박물관에 설치되는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전시장에 전시된 소녀상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전시장에 전시된 소녀상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소녀상은 4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이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언어상실 - 큰 소리의 침묵’이란 제목의 전시회의 일부로 설치됐다. 

전시실에는 코리아협의회에서 제공한 이동형 소녀상이 설치됐고, ㅁ자형인 박물관 안마당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이 한국에서 청동으로 제작된 소녀상이 전시됐다.

박물관 안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지난 4월 15일 전시회에 관한 기자회견 도중에 열렸다. 이 소녀상은 전시가 종료된 후에도 내년 4월 15일까지 1년간 전시될 예정이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4월 15일 전시회에 관한 기자회견 도중에 열린 소녀상 제막식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관장인 마리온 아커만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위안부의 역사가 독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 전시회를 통해 앞으로 독일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베를린 소녀상에 이어 드레스덴에서도 소녀상을 전시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다”면서 “이번 전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역사적 갈등을 넘어 전 세계 여성인권과 평화의 문제임을 독일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드레스덴 소녀상이 베를린에서와 같이 영구적으로 설치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4월 15일 열린 전시회 소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관장인 마리온 아커만 교수(오른쪽)와  레온티네 마이에르 판 멘쉬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장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4월 15일 열린 전시회 소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관장인 마리온 아커만 교수(오른쪽)와 레온티네 마이에르 판 멘쉬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장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레온티네 마이에르 판 멘쉬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집단적 상실과 폭력의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관한 전시가 아니라 집단적 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침묵의 시간과 말할 수 없었던 시간을 사회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치유해 나가는지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박물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가능하게 해서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나 말이 막히게 한 것들을 우리가 같이 극복하는데 이 전시회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대학살, 전 유고슬라비아 전쟁, 독일제국이 저지른 헤레로-나마 집단학살 등도 등장한다.

판 멘쉬 관장은 몇년 전 한국에서 나눔의집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박물관이 위안부 역사 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기억작업과 전시를 통해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전달하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언젠가 이 테마를 가지고 뭔가 해야겠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전시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과 함께 전시된 국제연대활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피켓들과 현수막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과 함께 전시된 국제연대활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피켓들과 현수막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일본군 위안부 전시에는 침묵을 깨고 집단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과 위안부 피해자에서 평화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는 할머니들의 현재 삶을 보여주는 사진과 노래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의 위안부 운동이나 활동자료도 시민운동의 시각에서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품들은 대부분 코리아협의회 무언다언박물관에서 대여해줬고, 위안부 운동과 베를린소녀상지키기 활동에 참여한 단체들의 현수막이나 피켓 등은 각 단체들이 제공했다. 고무신은 이 전시회 소식을 듣고 여러 도시의 한인동포들이 기부하거나 빌려준 것들이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 앞편에 독일 각지의 한인동포들이 빌려준 고무신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드레스덴 평화의 소녀상 비문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비문과 달리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아시아에서처럼 성폭력의 희생자였었다는 얘기와 함께 나치 독일군이 운영한 군대 위안소 내 여성 성폭력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소녀상이 전시되는 이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건물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궁전’이다. 그러나 일본과는 직접적 연관성은 없고 과거 작센의 선제후와 폴란드 국왕을 겸하던 아우구스트 2세인 강건왕의 동아시아 도자기와 마이센 도자기를 전시하기 위해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한편, 전시회 기자회견이 있던 날, 전시회를 앞두고 일본 측에서 항의가 있어 기자회견이 있는 아침부터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아커만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관장은 “박물관은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경험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문화 예술이 어떤 기능과 가능성을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박물관은 대중을 적극적으로 담화에 초대를 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안뜰에 놓인 원탁. 아커만 총 관장은 “다른 목소리, 일본 목소리에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며 “소녀상이 놓여있는 안뜰에 있는 커다란 둥근 원탁에 앉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그러면서 “다른 목소리, 일본 목소리에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며 “소녀상이 놓여있는 안뜰에 있는 커다란 둥근 원탁에 앉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는 네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필리핀 레메디오스 필리아스의 손바느질작품 '나의 전쟁경험'에 대해 설명하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필리핀 레메디오스 필리아스의 손바느질작품 '나의 전쟁경험'에 대해 설명하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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