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의 정체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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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의 정체성 문제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4.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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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수치로 본 아랍 대학의 세계 순위

아랍 국가들은 오늘날 어디를 가나 청년들의 일자리를 염려한다. 그리고 아랍의 대부분의 학교는 초등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창의력 개발에는 소홀히 해 아랍 지성인들은 미래의 아랍을 걱정하기도 한다. 

1980년대 한국인들은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교, 수단의 카르뚬 국제 아랍어 교육 대학원, 튀니지의 투니스 대학교, 모로코의 무함마드 5세 대학교, 요르단의 요르단 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그때만 해도 이들 대학들이 한국인 학생들에게 또는 한국 정부를 통해 유학할만한 대학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아랍 혁명과 쿠데타와 대학의 비합리적인 공매 과정을 거치면서 위에 언급된 대학들이 모두 세계 대학 순위 랭킹에서 빠지고 이제는 걸프의 아랍 대학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금년도 세계 대학 순위에 들어간 아랍의 10개 대학은 다음과 같다.

(1)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말리크 압둘아지즈 대학교(143위)
(2)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말리크 파흐드 일피트롤 와알마이딘(186위)
(3) 아랍에미리트의 칼리파 릴울룸 와 알테크놀로지야(211위)
(4) 레바논의 베이루트 어메리칸 대학교(220위)
(5) 카타르의 까따르 대학교(245위)
(6) 아랍에미리트의 알이마라트 대학교(284위)
(7)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말리크 사우드 대학교(287위)
(8) 아랍에미리트의 샤리까(샤리자) 어메리칸 대학교(348위)
(9) 오만의 알술딴 까부스 대학교(375위)
(10) 이집트의 카이로 어메리칸 대학교(411위)

위 대학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메리칸 대학교와 걸프 국가에 소재한 대학들이다. 하지만 대학의 설립연도를 보면 걸프 국가의 대학들보다 다른 아랍 국가의 대학들이 먼저 세워졌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가 1866년에, 카르뚬 대학교가 1902년에,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대학이 1903년에, 카이로 대학교가 1908년에, 바그다드 대학교가 1908년에, 알제리의 알자자이르 대학교가 1909년에,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비르제트 대학교가 1924년에 세워졌다.

물론 아랍 대학에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반드시 위 10개 대학만이 그의 전공에 가장 좋은 대학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학 평판, 논문의 피인용수, 유학생 비율 등에서 위 10위권에 속한 대학들이 다른 아랍 대학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1위에서 3위까지를 보면 알말리크 압둘 아지즈 대학교는 이과 계열의 단과대학이 많고 알말리크 파흐드 대학교는 석유와 광물 전공이고 아랍에미리트의 칼리파 대학교는 과학과 테크놀로지 전공이다. 인문학보다 이과 계열의 아랍 대학들이 세계 대학 순위 랭킹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아랍의 대학들은 이렇게 많이 변해 있었다.

아랍인의 행복도에서 본 아랍 국가들

사우디의 칼럼니스트 마쉬알 알사디리는 유엔의 세계 행복도 순위에서 걸프의 세 국가가 아랍 국가들 중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매년 3월 20일에 발표하는 세계 행복도 순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과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을 측정한다. 2020년 세계 행복 지수 순위에서 1~3위는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이고 14위가 이스라엘, 21위가 아랍에미리트, 27위가 사우디아라비아, 40위가 바레인이다. 

2021년에는 아랍 국가 중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이고 세계 행복지수 순위는 21위이다. 27위는 아랍에미리트, 35위는 바레인, 80위는 모로코, 81위는 이라크 그리고 82위는 튀니지이다. 하지만 걸프 국가에는 아랍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의 행복지수는 크게 다를 것이다. 

그리고 문맹률을 보면 걸프국가가 다른 아랍국가들보다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아랍의 봄 이후 지난 10여년간 아랍 세계의 판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쉬알 알사디리는 행복도와 대학의 세계 순위에서 걸프 국가들이 다른 아랍 국가들보다 앞섰다고 했다. 

이와 관련된 알후라 신문의 댓글에서는 행복은 한정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돼야 하고 행복은 정의와 평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어느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는 한 사람이 집권할 때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부르짖지만 그 자리에 앉으면 다시는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다가 지금은 영국에서 산다고 하면서 만일 행복이 돈과 부패라면 위 행복지수가 들어맞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유엔의 세계 행복도 순위는 아랍인들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세계 대학 랭킹 순위나 행복도 순위가 아랍인의 정체성과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아랍의 정체성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지난 20여년간 순니 파의 종교기관들이 복잡하게 얽힌 아랍의 정체성을 대처해 왔다. 아랍 무슬림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와 폭력을 자행해 왔기 때문이다. 극단주의와 과도함이 극단적인 정치 변화 또는 범죄를 저지르며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레디칼리즘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타다이윤(종교와 교리를 철저히 지키는 종교성)의 분출이 증가하게 됐고 그 결과 정치적 이슬람이 등장하게 됐다. 정치적 이슬람은 연설과 선거 홍보에 나타났는데 그 구호로는 “이슬람이 해법이다” 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적용”이란 말이 자주 등장했다. 그들이 국가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자 국제적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했다.

무슬림들의 종교적 담론 변화를 위한 종교기관들의 노력

아랍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종교기관들이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종교기관은 종교적 분리에 대처하고 이슬람과 무슬림이 직면하는 테러와 극단 문화 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힘썼다.

그동안 바람직한 변화나 종교적 담론을 새롭게 하려고 각종 회의와 문서와 광고와 이니셔티브를 취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2004~2007년의 ‘암만 메시지와 공통된 말’(공일주, 아랍의 종교, 397-403), 2007년의 ‘종교와 문화의 대화를 위한 압둘라 븐 압둘 아지즈(사우디아라비아)의 이니셔티브’,  2011년 혁명 이후 ‘문민 국가와 기본 자유를 위한 알아즈하르의 백서’, 2014년의 ‘극단주의에 대항한 알아즈하르의 학술회의’, 그리고 아부다비에서 시작돼 여러 단계를 거친 후 ‘인간적 형제됨’ 문서에 2019년 2월에 알아즈하르 쉐이크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명했다. 

그리고 아부다비에서 시작한 ‘평화 증진 포럼’이 개최됐고 2019년 이슬람 세계 기구는 메카에서 ‘종합적이고 세계적인 시민 주권의 메카 선언’이 있었다.

이상과 같이 아랍 이슬람 국가의 종교 기관들이 처음에는 극단주의(타따루프)와 테러(이르합)에 대한 대응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 다음에 아랍 무슬림들의 종교적 담론이 변화하도록 종교기관들이 각종 노력을 다했고 세계가 이슬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힘썼다. 

아랍 이슬람 국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그러나 레바논의 정치인 라드완 알사이드는 다가올 몇 년 안에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때는 종교기관의 노력이나 국제적인 치안 조치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무슬림의 테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랍 이슬람 세계의 정체성은 새로운 단계를 기다리고 있다.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 경쟁하는 세력들이나 무장한 조직들이나 이데올로기 그룹들이 지금까지 그들 자신들을 위해 저지른 테러의 결과를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그런데 아랍 이슬람 국가들이 자국의 평화와 안정과 국민적 참여를 장려하는 정책을 좀 더 강화한다면, 이러한 테러와 극단주의가 점차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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