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미테구청,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 관련 협상 조만간 제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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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미테구청,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 관련 협상 조만간 제안할 듯
  • 정선경 재외기자
  • 승인 2021.03.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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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테구의회 교육문화위서 베를린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 처리시안 5월 10일로 알려져

처리 시한 임박…조만간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 영구존치 관련 구체적인 방안 제시할 듯
베를린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이곳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들이 소녀상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면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베를린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이곳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들이 소녀상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베를린 미테구 의회를 통과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에 대한 미테구청의 처리 시한이 5월 10일로 알려지면서 베를린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 협상 방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테구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지난 3월 10일 저녁 6시부터 위원회 소속 구의원들과 미테구청 담당자들이 참여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자민당 소속의원들이 낸 ‘전시 여성 성폭력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상(Friedensstatue)을 위한 예술공모’ 안건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자민당의 안건은 구체적으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1년 존치로 허가하고, 무력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를 주제로 전쟁 중 성폭력 전체 범위를 다루는 보편적인 기념비를 영구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미테구청과 구의회가 공동으로 예술작품 공모를 실시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안건 내용 중 ‘전쟁 중 성폭력 전체 범위를 다루는 보편적인 기념비’란 표현은 평화의 소녀상을 전쟁 중 성폭력 전체 범위를 다루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한일 갈등 관계로만 보는 시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더군다나 베를린 소녀상을 1년 존치를 전제로 소녀상이 철거된 이후에 이를 대체할 예술품을 공모하자는 것으로, 베를린 소녀상의 1년 존치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예술작품을 공모하는 이 안건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결부시키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해당 안건을 낸 자민당은 제목과 내용에서 베를린 소녀상의 이름인 ‘평화의 상’이란 지칭을 삭제하고, 공모 주체로 미테구와 미테구의회 외에 베를린 문화부를 추가하는 내용 등을 수정 보완해 오는 4월 교육문화위원회 회의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 예술작품 공모는 소녀상 1년 존치 이후 소녀상을 대체하는 공모가 아니라 소녀상과 관계없이 추가적인 상징물을 위한 공모로 수정돼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일 소녀상 영구 설치 해결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미테구의회 회의장 앞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해 12월 1일 소녀상 영구 설치 해결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미테구의회 회의장 앞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이날 회의에서 좌파당의 뵈트거 의원은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이 통과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미테구청이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고 있음을 질책했다. 뵈트거 의원은 “이렇게 미온적인 상황에서 시간만 흐르다 보면 9월에 설치허가 기한이 만료되고 소녀상이 철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영구존치 결의안이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그대로 존치할 수 있도록 설치 허가기간이 연장돼야 한다는 안건을 다음 구의회 회의에 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테구 담당자는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 처리 기한은 5월 10일까지이므로 아직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안건이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Friedensstatue)과 관련되다 보니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 회원들과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사들도 온라인으로 회의를 지켜봤다. 가장 마지막으로 다뤄진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전체회의 시간의 절반을 넘길 정도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 작은 음악회에서 한 여성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 작은 음악회에서 한 여성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무소속 토르노 의원의 발언은 회의를 지켜보는 코리아협의회 회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토르노 의원은 “소녀상이 있는데 왜 새로운 상을 세워야하나? 사람들은 소녀상에 꽃을 갖다놓거나 낙엽을 치우는 등 주변을 깨끗하게 잘 돌보고 있으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집회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고 있다. 소녀상은 한국사람들만을 위해 서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상’이 아니라 ‘평화의 상’이라고 하지 않나? 다민족이 사는 미테구에 잘 어울린다. 평화의 상은 모두를 위한 경고이다. 추가적으로 다른 상을 세우는 것은 몰라도 평화의 상을 대신해서 다른 상을 세우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세계여성의날(3월 8일) 기념해 지난 3월 6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집회 가두행진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집회 가두행진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기자는 지난 3월 6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거리시위 중 우연히 미테구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인 베라 모르겐슈테른 사민당 소속 미테구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는 작년 말 구의회에서 의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미테구청에서 정작 그 어떤 것도 시작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또 다른 안건이 논의되고 있다. 소녀상의 영구존치의 앞날이 어두운 것 아니냐”는 기자의 염려에 모르겐슈테른 의원은 “3월 10일 회의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가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소녀상은 존치되고 추가적인 상징물을 설치하는 안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우리가 소녀상이다' 집회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우리가 소녀상이다’ 집회 모습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테구청은 그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미테구의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미테구청 담당자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에 대한 미테구청의 처리 시한이 5월 10일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미테구청에서 조만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 측에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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