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무슬림의 “앗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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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무슬림의 “앗쌀람”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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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인사말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모든 해악에서 알라가 당신을 보호해 주기를 빕니다"

아랍 개신교는 '쌀라문 라쿰' 사용, “쌀람(평안)을 간청하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이라크에 가톨릭 교황이 방문하기 며칠 전 이라크 북부에서 이르빌 공항 쪽으로 로켓포가 발사됐고 교황이 이라크 방문을 마치기 몇 시간 전 이라크의 서부 알안바르 지역에 있는 군사 기지 ‘아인 알아사드’가 10여개의 이란제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아랍 언론인들은 이런 로켓포는 정치적인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은 이라크 남부와 바그다드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전통적인 장소인 모술을 방문했다. 교황이 평화의 메시지를 가지고 갔지만, 이라크에는 아직도 포성이 멎지 않고 있다.

교황은 이라크를 떠나기에 앞서 “이라크는 내 심장 속에 머물 것이다”고 했다. 교황은 평화가 사라지면 모든 게 사라진다고 했다. 이라크에는 석유도 있고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의 강물도 있고 비옥한 땅도 있지만 ‘평화’가 없다는 것이다.

무슬림의 인삿말: 앗쌀라무 알라이쿰

‘평화’는 아랍어로 ‘쌀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낱말 첫머리에 정관사 ‘알(al-)’을 붙이면 ‘앗쌀라무(al-salām-u; the peace)’라고 발음된다. 무슬림들이 오늘날 인사말로 사용하는 표현은 ‘앗쌀라무 알라이쿰(Peace be upon you)’이다.

그런데 40여년 전 우리나라 어느 아랍어과에서 교수에게 들었던 ‘앗쌀라무 알라이쿰’의 의미는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었다. 지금도 아랍어나 이슬람에 대한 글을 보면 ‘앗쌀라무 알라이쿰’을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 번역이 맞는 말일까?

‘쌀람’의 아랍어 사전에 나오는 뜻풀이를 보면 ‘안전, 평화, 화해, 찬사, 알라의 이름들 중 하나 또는 (해로움을) 당하지 않음, 무슬림들 사이의 인사말’ 등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앗쌀라무 알라이쿰’에서 앗쌀람의 뜻을 Peace라고 번역했고, 한국인들 중에서 아랍어를 처음 배운 사람들 중에서 이 문장을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임하시기를)’이라고 번역했다.

이슬람 연구에서 아랍어 전문 용어가 영어로 번역된 것을 사용하면 아랍 무슬림이 실제 사용하는 개념과 다를 때가 있다. 다시 말하면 영어로 번역된 용어들이 가끔은 아랍어로 설명된 것보다 뜻풀이의 정확성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앗쌀라무 알라이쿰이 무슨 뜻인지 살펴보자. 앗쌀라무는 주어이고 알라이쿰은 서술어이므로 하나의 문장이다. 따라서 ‘평화가 당신에게 임하기를’이란 말은 완전한 문장이 아니다. 문장이란 점을 고려해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평화가 너희들에게 있다’라는 말인데 이것이 정확한 번역인가?

전 세계 무슬림을 만나면 특히 아랍 무슬림을 만나면 늘 들을 수 있는 한 마디는 “앗쌀라무 알라이쿰”이다. 일부 한국인들에게 이 표현은 여전히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누가 제일 먼저 이 개념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란 말은 잘못된 번역이다. 전체 문장이 갖는 내포된 의미나 그 표현을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실제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단어를 아랍어-영어 사전만 보고 서둘러 번역해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아랍어-영어 사전은 전문가용이 아니다. 아랍어로 쓰인 일반 사전이 아니라 전문 사전을 참조해야 한다.

현대 무슬림들에게 ‘앗쌀라무 알라이쿰’과 ‘이슬람’의 의미

아랍 땅에 오래 살면서 배운 것이 많지만 그 중 한 가지는 필자가 한국에서 배운 아랍어와 이슬람의 지식의 일부를 아랍 무슬림에게서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앗쌀라무 알라이쿰”이다. 이 표현은 아랍 땅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사용하지 않고(아주 드물게 그들 중에서도 쓰기는 하지만) 이 표현은 무슬림들끼리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아랍어로 된 3개의 유튜브에서 “앗쌀라무 알라이쿰”을 설명하는 무슬림 강연자의 답변을 들으니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그 뜻을 설명한다.

첫째, 흔히 아랍인들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정의는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당신이 나로부터 해로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뜻이다. 너희들은 나에게서 어떤 해악과 증오 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서 “악한 말과 험담은 없고 좋은 말을 듣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들은 ‘앗쌀람’이 ‘평화’와 전혀 상관이 없고 ‘안전’과 관련된 개념이다. 지금까지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란 말로 이해되었던 한국인들은 여전히 앗쌀라무 알라이쿰의 본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아랍인들이 생각하는 ‘의미’가 아닌 한국인이 만든 개념으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쌀람’의 사전적 의미들 중의 하나가 평화이기 때문에 모든 아랍어 표현에 쌀람이 나오면 그 단어를 ‘평화’로 해석한 것은 잘못된 적용이다. 아랍어 단어가 문맥이 달라지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꾸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랍어 학술원에서 1989년 발행한 꾸란 어휘 사전에서 쌀람을 찾아보니 ‘인사말, 안전과 구해줌, 떠남과 헤어짐’이란 세 가지 뜻이 있고, 정관사를 붙인 앗쌀람은 ‘알라의 이름들 중의 하나, 구해줌, 안전과 안심, 인사말 또는 항복’이란 뜻이다. 결국 꾸란에 나오는 쌀람이나 앗쌀람에는 ‘평화’란 뜻이 없다.

그런데 앗쌀람과 어근이 같은 ‘이슬람’도 ‘평화’라고 기록된 책들이 국내에 수두룩하다.

이슬람이 ‘평화’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아랍어 사전이나 이슬람 전문 사전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아랍어 사전에서 이슬람은 ‘복종 또는 항복’의 뜻이다. 그런데 이슬람 문제 최고위원회가 2015년에 발간한 이슬람 전문 사전(p.139)에서 ‘이슬람’의 보편적인 의미는 ‘창조주에게 복종하고 항복하는 것’이고 이슬람은 종교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슬람의 독특한 의미는 ‘이슬람은 무함마드가 세상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법(샤리아)’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이슬람의 독특한 의미가 다른 종교와 구별되게 한다는 것이다. 아랍어 학술원에서 발행한 꾸란 어휘 사전에서 ‘알이슬람’은 ‘알라에게 복종과 알라가 가져다준 율법(샤리아)과 법(아흐캄)’이라고 돼 있다.

이슬람 문헌에서 앗쌀라무 알라이쿰의 개념

그런데 “쌀라문 알라이쿰”(salām-un ‘alaykum)이 꾸란에 사용된 것을 보면 이런 표현이 꽤 오래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아랍 무슬림의 유투브에 나오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개념을 알아보자.

두 번째는 무슬림들에게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란 뜻이 아니고 “모든 해악(불운, 질병, 악)에서 알라가 당신을 보호해 주기를 빕니다”라는 기원의 뜻이었다.

쌀람의 어근인 <s, l, m> 는 동사에서 ‘해로움이 없다, 안전하다’의 뜻을 갖는다. 질병에서, 사람들의 악에서 그리고 마음의 병에서 지켜주길 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개념은 앗쌀람은 알라의 여러 이름들 중 하나이므로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알라가 너희들을 보호해 주는 자(지켜주는 자)”라는 뜻이다.

네 번째 개념은 당신은 악과 손실과 결함을 피하고 당신에게서 완전함과 좋은 것을 내가 볼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슬람 문헌에 기록된 앗쌀라무 알라이쿰의 개념에서도 ‘평화’라는 의미는 없다.

우리가 아랍 세계와 이슬람 세계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앗쌀라무 알라이쿰의 예처럼 40여년간 우리 안에 잘못 화석화된 개념들이 우리로 하여금 아랍과 이슬람 세계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랍인들,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서로 다른 개념으로

아랍에는 아랍 무슬림 이외에 아랍 기독교인들이 산다. 아랍 기독교인들이 사용하는 아랍어 성경은 개신교(알부스타니- 반다이크 성경)와 가톨릭이 서로 다른 성경 번역본을 사용한다. 요한복음 20장 19절에 ‘평강할지어다’는 영어 성경(킹제임스본)에서 ‘Peace be with you’라고 돼 있고 다른 영어 성경에서는 ‘May peace be with you, Peace be to you, Peace be unto you’ 등으로 번역됐다. 이것을 아랍어로 ‘쌀라문 라쿰’이라고 번역됐다.

다만 가톨릭 성경에서는 ‘앗쌀라무 알라이쿰’이라고 번역됐다. 그런데 그리스어 성경에서는 ‘에이레네’가 평화이지만 ‘평안(well-being)’이란 의미였고 에이레네 다음에 오는 단어가 ‘휴민’인데 그 의미는 ‘to you’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휴민(to you)에 해당하는 아랍어 단어는 2인칭 복수형 lakum이다.

아랍 정교회의 오리자누스 알미쓰리의 말을 인용한 글을 보면 “앗쌀라무 알라이쿰과 쌀라문 라쿰은 서로 의미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아랍 기독교인들에게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무슬림들에게 인사말로 사용되고, 쌀라문 라쿰(salām-un lakum)은 “쌀람(평안)을 간청하다”라는 소원의 의미라고 했다.

그런데 무슬림의 앗쌀라무 알라이쿰은 다가오는 사람이 적이 아니다 즉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실 무슬림들은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먼저 말을 건네면서 하는 첫인사이므로 다가가는 사람이 어떤 해악이나 나쁜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랍의 가톨릭과 아랍 무슬림은 동일한 표현 ‘앗쌀라무 알라이쿰’을 사용해 왔지만 개신교는 그리스어 성경에 더 적합한 ‘쌀라문 라쿰’을 사용하고 있다.

앗쌀라무 알라이쿰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이슬람과 가톨릭의 만남에서, 교황이 소원하는 진정한 평화의 메시지가 이라크 무슬림들에게 액면 그대로 전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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