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불법체류자 출국시한 마감;‘조선족타운’이 텅 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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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불법체류자 출국시한 마감;‘조선족타운’이 텅 비어간다
  • 조선일보
  • 승인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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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시장 입구.
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중국동포(조선족)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수십여개의 식당과 상점 대부분이 텅 비어 있다.
셔터를 내린 곳도 눈에 띈다.
10개의 빈 식당을 지나쳐 들어간 한 식당에서는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동포 4명이 일행이었다.
황모(33)씨는 “돈을 벌려고 4년 전 밀입국했는데 월급을 떼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단속을 피해 지방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강제출국 당해야 하는 불법체류자다.
인근 식품점 문선숙(여·40)씨는 “최근 조선족들이 단속을 피해 지방으로 빠져나가 썰렁하다”고 했다.
D식당 주인 김모(여·45)씨는 “예전에는 하루 40만~50만원 정도 매상을 올렸지만 최근엔 8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중앙시장.
중국동포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이곳 역시 썰렁했다.
시장에는 중국 음식점과 음식재료상·포목점 등의 한국인 주인들이 이따금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며 가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정부의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시한인 3월 말이 다가오면서, 서울 구로동·대림동 일대의 ‘조선족 타운’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작년 추석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중국동포들이 단속을 피해 지방으로 떠나면서 급속하게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불법체류자에 대한 체류연장 신청도 마감되자, 강제출국자로 분류된 중국동포들의 집단 주거이동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현철(52)씨는 “조선족들이 메워주던 옥탑방과 반지하방은 텅텅 비었고, 식당과 상가는 매출이 40% 이상 줄어들어 거의 폐허처럼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논의가 부상하면서 ‘조선족 사회’가 실낱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산업연수생제 대신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 이달말 불법체류자 일제단속이 연기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불법체류 3년째인 김모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중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자진 출국하겠다는 불법체류 중국동포는 5~10%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족교회 최황규(崔晃奎) 목사는 “조선족들은 정부가 강제출국을 시킬지, 고용허가제를 시행해 남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분명한 정책을 하루속히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
<그래픽> 서울시내 조선족 공동체

[조선일보] 2003-03-04 () 10면 123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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