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외국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2) - 헌법재판소의 아쉬운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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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외국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2) - 헌법재판소의 아쉬운 판단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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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성범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A가 추방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기소유예처분 자체를 취소하고 A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기소유예처분도 처벌만 하지 않을 뿐 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만약 당사자가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억울함을 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헌법재판소는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기소유예처분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면, 그 기소유예처분은 취소가 되며(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 검찰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다시 새로운 처분을 하게 된다. 

그래서 A는 우리 법무법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A는 B의 몸을 촬영한 부분에 대해서 무죄라고 주장하고 싶어 했다. 사진을 보내서 협박죄가 성립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B와 합의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아서 다툴 필요가 없었다.

A가 본인이 무죄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예전부터 여러 번 B의 몸을 촬영해왔지만 B가 요구할 때마다 촬영한 사진들을 지워왔으며,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진들은 B가 알면서도 굳이 지우라고 요구하지 않았던 사진들이므로, 사실상 B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는 것이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인데, A는 촬영 당시 핸드폰 카메라의 촬영음이 들렸음에도 B가 사진촬영을 막지 않았고, 나중에 지우라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극적인 동의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사한 사건이었던 고(故) 구하라씨의 연인이었던 최종범씨가 구씨의 신체를 촬영한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구씨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한 것을 고려하면, A로써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이에 우리 법무법인은 A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A와 B가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당시 어떠한 얘기들을 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증거들을 경찰서에 제출했는지에 대한 자료들을 제공해줄 것을 검찰청에 요청하였다. 그러나 검찰청은 A가 진술한 내용들만 제공해주었을 뿐, B가 진술한 내용이나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서는 자료제공 모두를 거부하였다. 피해자인 B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칠 수 있음’이 그 이유였다(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 제1항).

그러나 그와 같은 검찰청의 자료제공 거부행위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많았기에, 우리 법무법인은 행정법원에 ‘열람등사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검찰청이 B가 진술한 내용과 제출한 증거들 중 B의 ‘생명・신체・재산・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 부분(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 및 제6호)을 제외한 부분까지 자료제공을 모두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법원이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을 한다면, 우리 법무법인은 검찰청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받아서, 헌법소원을 통해 제대로 A의 주장을 펼쳐볼 수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행정법원이 재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A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취소 사건에 대해서 판단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이에 우리 법무법인은 행정법원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아 B의 진술이나 B가 제출한 증거들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판단을 연기하여 달라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에 요청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검찰청으로부터 사건기록을 받아서 검토하였기 때문에, 우리 법무법인은 그 기록이라도 보여달라고 요청하였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마저도 거절하고 기소유예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과 같이, B가 촬영에 동의를 했는지에 관해 A와 B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면, A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A가 B의 진술이나 증거들을 살펴보고 반박할 기회는 부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B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본인에 대한 유죄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A로서는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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