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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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
  • 조창원 월드옥타 케이프타운지회 초대 지회장
  • 승인 2020.1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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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 월드옥타 케이프타운지회 초대 지회장
조창원 월드옥타 케이프타운지회 초대 지회장

남아공 12월, 귀향하는 '민족 대이동' 시기

남아공에서의 12월은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해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율이 증가하자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특별담화를 통해 넬슨 만델라 베이 지역을 재난 특별지역으로 선포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여행 시기를 의식한 대통령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휴가를 갖지 않는다”고 유머를 던지며 모든 국민들이 이 기간 동안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매일매일 증가하더니, 12월 11일 아침뉴스에서 발표한 전날 확진자수는 9,000명에 가까워졌다. 한 때 남아공 내 최대 확진자 수는 1만4,000명을 넘었었다. 최근 확진자 수는 아직 최고치에 미치지는 않지만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록다운 대비한 식량 준비와 현금 보유

남아공에서는 록다운(Lock-down) 5단계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6일까지 21일간 지속됐다. 록다운 기간 중 남아공의 참담한 상황은 전 세계로 방송됐다. 록다운 5단계에서는 사람들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남아공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틀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고 록다운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록다운에 대비하는 준비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다. 그러나 이를 준비한 사람보다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이곳의 하층 부류 사람들에게는 현금이 없기 때문이고, 현금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일당제 혹은 주급제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번듯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월급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용직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활을 영위한다. 그래서 이들은 가진 현금이 얼마되지 않는다.

돈을 모으는 가장 쉽고 일반적인 방법은 소비를 줄이고 은행에 저금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아공 은행은 사람들이 입출금할 때 반드시 수수료를 징수한다. 게다가 은행에 저금해두면 매달 보관료를 징수해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돈이 조금 있으면 내가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은행 대신에 침대 매트리스 밑에 넣어둔다. 그런데 이것이 또 도둑이 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니 정부가 록다운을 미리 예고해줘도 준비를 할 여유가 없다. 

남아공에서 정부의 록다운 선포 상황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국민은 전체 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고 생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록다운이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음식 때문에 아우성이다. 시청과 민간기구들이 생필품을 넣은 선물을 배급하기 시작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14시간 이상 대기해서 이 선물을 받아간다. 이것도 며칠 먹으면 없어질 양이다. 

곡식이 떨어졌을 때 먹는 험한 음식으로, 극심한 빈곤 상태를 의미하는 ‘초근목피’(풀뿌리와 나무 껍질) 라는 말을 우리는 글로 배웠고 우리 앞선 세대들은 이를 직접 경험했다. 아프리카의 빈곤계층의 존재는 주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남아공에서 아이들이 야산으로 들로 나가서 풀을 뜯어다가 생계를 유지하는 장면을 최근에 뉴스에서 처음 봤다.   

100만개의 무덤이 필요하다고?

남아공 국토는 남한의 10배 크기이고 인구는 똑같다. 인구 1인당 용지면적이 우리보다 훨씬 넓은 곳인데도 평소에 묘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특히 록다운 5단계가 시작되자마자 뉴스미디어는 100만개의 무덤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불도저로 무덤을 준비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사람들은 죽음이 문턱에 온 것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나중에 이를 담당하는 남아공 정부 당국에서 100만개 무덤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해명했다. 각 지방 행정부에서 무덤으로 사용가능한 나대지를 조사해보니 무덤 100만개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와전돼, 100만개의 무덤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당국도 무덤으로 사용 가능한 공간을 확인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행히 무덤 100만개가 필요한 상황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처음보다 더 심한 2차 확대 감염 시작

12월 9일자로 남아공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의 제2차 확대 감염기를 선포했다. 남아공의 코로나19와 관련해 고문 역할을 맡은 한 의대교수는 “상황이 처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광 당국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관광지에서 바로 쫓겨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제2차 확대 감염기’에 어떻게 방역수칙을 적용하는가에 따라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배운 교훈을 이번 상황에 적용한다면 이 상황도 극복할 것이다.

남아공 백신 시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두 개의 백신이 시험용으로 사람들에게 접종됐다. 이 백신이 처음 접종될 때, 안전성을 설명하기 위해 백신시험을 주관한 의대 교수들이 직접 백신을 맞는 것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이 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한때는 영국에서 백신의 부작용이 있어 중단되기도 했지만 곧 재개됐다.

이 백신시험에 참여함으로써 남아공이 얻는 유익은 다른 나라보다 먼저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여러 백신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이 난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언론들은 남아공에서는 내년 4월이 돼서야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직장인들은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만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고 지금부터 홍보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교민들의 활동

남아공은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전투기 조종사 4명이 전사 혹은 행방불명됐다. 우리가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11월 25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주한국남아공대사관에 35만불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한인교회가 해당 지역 시청 당국에 민간기관 치고는 엄청난 물자를 지원했고, 케이프타운 지역 선교사협회에서 시 보건당국에 현금을 지원했다. 또한 한 교민도 시의원을 통해 그리고 민간기관을 통해서 물자를 지원했다. 이는 남아공이라고 하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해 다같이 잘 살아보자는 공동체 정신의 발로이다. 

혈맹의 나라 남아공에서 록다운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지역사회에 조그마한 도움으로 기여한 한인 동포들의 민간외교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어디 여기뿐이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위해 크든 작든 기여한 수고에 대해서는 좋은 열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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