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국적이탈 제한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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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적이탈 제한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10.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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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헌법재판소는 2020. 9. 24. 선고된 2016헌마889 결정을 통해,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남성들이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신고를 마치지 않는 경우 군복무를 마치거나 면제되어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적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국적법 조항들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같은 국적법 조항들에 대해 2006년에는 재판관 9명 중 9명이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하였으나, 2015년에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의견을 내고 4명은 위헌의견을 내어, 헌법재판소 내에서 위 국적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우세해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2018. 11. 6.자 칼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4)」 참조).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때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 그리고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바로 효력을 상실하여 그 법률 조항이 없는 것으로 된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그런데 위헌인 법률 조항이 바로 없는 것으로 되어버리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새로운 법률 조항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는, 그 부분에 적용할 법률 조항 자체가 없어져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혼란이 우려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일정한 기간 동안은 그 법률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하고, 그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 법률 조항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는 방식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문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효력이 즉시 상실되면, 국적선택이나 국적이탈에 대한 기간 제한이 정당한 경우에도 그 제한이 즉시 사라지게 되어, 병역의무의 공평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 2022. 9. 30.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2022. 10. 1.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2. 9. 30.까지는 국적이탈신고와 관련된 국적법 규정을 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국적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 복수국적자 중에는 주된 생활근거를 국내에 두고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시기에 근접하여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를 저해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외국에서만 주로 체류・거주하면서 대한민국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전혀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위 시기가 경과하면 병역의무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일률적인 제한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입법자는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와 같은 경우, 그가 심판대상 법률조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가 정당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고려하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폐기되어버린 이종걸 국회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에 포함되었던 ‘국적이탈허가제도’가 조만간 도입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국적이탈허가제도란,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기간 이후에라도 국적이탈허가신청을 하면 이를 적절히 심사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구제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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