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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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자존심
  • 유인형
  • 승인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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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속담엔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그 잡는 방법만 가르쳐 주라 한다. 우리에게도 고기잡는 무형(無形)의 지혜가 있다.
밥과 돈으로 변화시키는 자존심과 성취욕이다. 바로 우리말과 글이 꿈을 이루게 한다. 현실적으로 상용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조기 유학생들이 몰린다. 영어습득을 위한 열풍에 가려 동포사회의 모국어 교육이 위기에 몰린다. 대도시의 씨알 학교가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모국어에 대한 비전과 방향모색이 시급해진다.
뜻있는 분들의 자원봉사로 한글학교를 운영해왔으나 재정난은 물론 학부모들의 관심까지 시들해지고 있다. 조기 유학생들과 함께 건너온 가치관의 문제가 표출된다. 남의 말과 갈을 배우려는 열풍이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까지 잘못보고 있다. 한글학교 선생님이나 한국학 교수들이 모색하는 건 우리의 밥과 자존심에 있다. 돈벌이의 사용언어도 그 첫째는 모국어에 있다. 말과 글이란 나라 힘의 척도가 된다. 한글학교가 위기에 처해지면 그들의 동포쇼ㅏ회도 영향을 받는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곳의 2세들과 조기 유학생들 사이가 마치 물과 기름같은 처지인 현상이다.
노예로 끌려가 민족적인 편견에 수난을 당한 유태계를 살펴본다. 어떻게 물과 기름 사이를 하나로 묶었을까.
전세계로 흩어져버린 그들의 정체성이 동화되지 않고 총체적인 히브리어로 모일 수 있었을까. 그들의 가치관이 가장 나쁜 조건을 그 반대로 바꾸어나간다. 그들이 살고 있는 주류 사회의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다. 어디서나 반드시 가르치고 지키는 히브리어 덕분이다.
어찌보면 원초적인 생명력처럼 비슷한 활력소가 많다. 우리처럼 고통 속에 미친 폭풍우같은 시대를 산 민족도 드물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7백만 동포가 각국에 흩어져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무엇보다도 자식교육이 우선이고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데 밝은 미래를 심는다.
말과 글 속에는 신비스런 정체성이 녹아들었다. 마치 혈액과 같다. 인종적인 편견이나 어떤 좌절과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오뚜기처럼 일어설 보석같은 정신이 흐른다.
취업을 위한 상용언어도 좋으나 수많은 지상사가 이곳에도 들어와 이중언어가 절실해진다. 이중언어의 구사로 중소기업들이 살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낸다. 취업의 방향모색이란 모국어속에 있다. 우린 전 세계 170여 나라에서 타민족과 함께 산다. 엄청난 가능성과 정보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상품보다 사람이 직접 나가 돌아다니는 7백만 동포가 바로 지구촌 시대를 연다. 민족의 가장 큰 자산이 되겠다. 다만 서로 공동체 의식이 와닿는 말과 자존심이 살아날 때에 가능하다.
말속엔 독립정신이 숨어있다. 터키가 발칸반도를 강점하에 수세기동안 억압해온 것이 말이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일본이 탄압으로 폐쇄시킨 것인 학교이다. 유태인도 로마군단에 초토화되었던 전란이 있었다. 탈무드 속에 나오는 기록이겠으나 생명을 내걸고 로마군 사령관을 찾아간 랍비가 있다. 몇 명의 학생들과 히브리어 학교만을 보호해달라는 간청이었다. 말과 글을 불멸이나 수많은 제국은 나타났다가 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 지구촌엔 자기나라 글을 간직한 나라는 소수이다. 우리의 훈민정음은 1443년에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셨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그 우수성은 정보화 네트워크시대에 크게 돋보인다. 상업용언인 알파벳 습득도 중요하나 한글학교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밥과 자존심으 모르고선 실력있는 교육투자가 될 수 없다. 뿌리 교육의 정체성 때문이다.
성적만 좋고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타민족과 잘 조화하는 실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동포사회에서 힘겹게 지키고 있는 우리 말과 글이 있다. 그 길은 국제화시대를 여는 인재들의 산실이 된다. 나뿐이 아니라 남도 돕는 홍익인간 사상이 스며있다.
밀려오는 지상사의 세일즈맨도 되고 우리말 상품아래 한글과 영어로 써놓은 자존심도 집약된다.
그때가 오면 이곳서 태어난 2세들과 유학오는 본국 청소년들 사이는 물과 기름이 아닌 찰떡이 되겠다. 열등감을 없애주는 명약이 된다.
한반도를 일으키는 근본 사상이란 바로 밥과 자존심이 되겠다. 보석처럼 빛나는 말과 글 속에 해외동포들의 미래가 놓여있다. 씨알학교는 다시 재건되어야 한다. 동포들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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