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하는 아랍(3) : 주적의 변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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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하는 아랍(3) : 주적의 변화인가?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0.09.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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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최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평화 협정을 맺은 것에 대해 아랍인들은 “환영”, “역사적인”, “배신”, “돌파구” 등 여러 가지 표현들을 쏟아냈다. 아랍의 일부 국가들은 환영한다고 했지만 아랍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랍에미리트의 리더십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도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에 이스라엘 여객기가 아랍에미리트로 향했다. 오히려 걸프와 아랍지역에서 지리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는 지정학적 관계(geopolitics)가 반영된 것으로 BBC는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의 선의를 샀고 예멘 전쟁의 군사 개입으로 인한 이미지가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아랍인의 주적은 이란인가? 이스라엘인가?

아랍에미리트가 이웃 아랍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수년에 걸쳐서 사려 깊게 협상을 진행해 온 것이다. 오만, 바레인 등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평화 협상으로 가려면 보통의 아랍인들이 갖는 ‘적의 개념’이 어느 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동안 아랍 무슬림들은 이스라엘을 “아두(‘adūw) 이스라일(철천지원수 이스라엘)”이라고 불러왔다.

한국이나 미국에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아랍 국가에 가서 “우리의 적, 이스라엘”이라고 쓰인 아랍어 신문을 보면 당혹스러워한다.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으로 아랍의 주적(main enemy)이 이스라엘이 아니고 이란으로 바뀌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2019년 이전에는 아랍인들 사이에 크게 부각된 적이 없었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은 2004년 시아가 이란에서 시작해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 남부에 이르는 초승달 모양을 형성했다고 일명 ‘시아 벨트’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아랍 순니 이슬람 국가에서 시아 무슬림에 대항하자는 것이었는데, 당시 언론은 이란이 이스라엘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2004년의 압둘라 국왕의 우려는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 조직(ISIL)의 등장으로 현실화됐다. 이슬람국가 조직(ISIL)은 순니 무슬림들이고 이들의 타겟은 시아 무슬림을 비롯해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는 대 중동 정책에서 모멘텀(momentum)을 살리고 있는가?

아랍인들의 주적이 이스라엘이라는 말을 대 놓고 언론에 말하는 것이 줄어들고 그 대신 이란이 주적이라는 프레임을 일부 걸프 아랍 국가들이 내세우기 시작했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이집트와 바레인과 함께 카타르에게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카타르는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2014년 IS가 아랍 내 테러를 강화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역내 현안에서 자꾸만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일부 아랍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히즈불라를 공격했으나 이를 제압하지 못하고 레바논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히즈불라 간의 충돌로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하자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는데 그것이 우리나라 동명부대이다. 동명부대 파견은 유엔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동명부대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을 막아주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판단하면 (우리 정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단순히 평화 유지활동이라기 보다는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자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의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 아크부대가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됐는데, 세이크 자이드는 아랍에미리트 군대가 강력하고 현대적인 군대로 거듭나서 지속적인 국가 발전 실현과 국가 부흥의 실질적인 보장이 돼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에서는 아크 부대가 군사훈련 협력단이라고 하면서 “특수전 부대를 교육하는 독특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아랍 언론 중 하나는 “유사시 아랍에미리트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부대”(www.defence-arabic.com/2018/03/08)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란-아랍에미리트’라는 지정학적 관계에서 이들 국가의 역내 관계와 우리나라의 대 중동 정책,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을 찬찬히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무게 중심과 먼저 풀어야 할 숙제

우리는 아랍에미리트가 다른 아랍국가와 정치 외교 관계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의 정치, 종교, 군사, 경제, 학문의 무게 중심이 각각 어디로 이동하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군사적인 무게 중심으로는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이란을 꼽는다. 미국의 외교적 입장에서 본 아랍국가의 무게 중심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일지라도 무게 중심의 변동과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무게 중심이 변동될 수 있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정치와 군사적인 면에서 GCC의 무게 중심을 갖고 있다. 두 국가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치와 군사적인 연합을 긴밀하게 해 왔다. 두 국가는 시리아와 리비아에 군대를 보냈고 예멘의 후스 군대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도 연합했다.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븐 살만과 아부다비의 왕세자 무함마드 븐 자이드가 외교와 군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왕세자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선언했는데, 그 내용에는 경제 분야, 인적 및 지식 분야, 정치와 안보 군사 분야가 포함돼 있었다.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반 시아 그룹들에게 자금을 댄 것은 걸프 산유국이었고, 2013년 이란과 히즈불라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돕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이를 지켜본 이스라엘이 2019년 이란과 맞서는데 아랍인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공통 관심사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함께 의논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랍과의 전면적인 평화협정을 하려면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세기의 거래”에서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단 한 번에 모두 정리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세기의 거래를 거부하면서 다시 이-팔 문제는 안개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다음 10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간의 전략적 협력이 관건

이슬람주의 운동과 연결된 역내 안보 위협, 지역 무대에서 위협적인 시아파 이란 세력의 증가, 민주적인 자유를 부르짖는 시민의 요구 그리고 역내 파워를 존속시키려는 사우디와 아랍 에미리트의 전략적 협력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반 카타르 전선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두 나라가 내부적으로는 일탈을 보이기도 했다. 그 예로 예멘에 두 나라가 군대를 보냈는데 두 나라의 파병 목적이 달라서 완전히 연합하지 못하자 전쟁에서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코르 알우다이드(Khor al-Udaid)에서 국경 문제, 유전의 통제권을 두고 분쟁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지금 덮어두고 있다. 그러나 야심찬 두 왕세자가 전략적인 협력을 하고 있고 새로운 역내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음 십년, 두 나라의 왕세자들이 어떻게 전략적 협력을 하느냐에 따라 아라비아 반도의 정국이 바뀔 수 있다. 그들의 현대화 노력, 글로벌 이슬람주의자와의 전쟁을 강화하면서 야심찬 외교 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으나, 만일 국내 안정을 꾀하지 못하거나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걸프 지역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지 못할 때, 새로운 변수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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