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입양인에게 지원한 마스크는 ‘한국의 따스한 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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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입양인에게 지원한 마스크는 ‘한국의 따스한 품’이었다
  • 박은숙 캐나다 밴쿠버 해오름한국문화학교장
  • 승인 2020.08.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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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한국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은숙 해오름한국문화학교장
박은숙 해오름한국문화학교장

온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과 땅길이 막혔다. 근로자는 재택근무를 하고, 공공기관도 문을 닫고, 필수업종 외의 상점들은 문을 닫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생필품 외에는 쇼핑도 곤란한 데다, 생필품을 사러 갈 때도 마스크로 무장해야 했다. 평범한 일상이 낯선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캐나다 입양인 가족들과도 메시지로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주밴쿠버한국총영사관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입양인들에게 1인당 8매씩 마스크를 지원하려고 하니 수요조사에 응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입양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마스크는 마트에서도 구매 가능하니, 지원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실은 얼마 전까지 헝겊 마스크는 재료가 부족해 만들기 어려운데다,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마스크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도 특별히 한국 정부에서 입양인들에게 보내는 것이니 신청해 달라는 총영사관의 간곡한 권유에 수요조사에 응했고, 얼마 뒤 예상 외로 1인당 50매 외에 수요조사에서 빠진 인원에 대한 여분의 마스크까지 도착했다. 코로나19로 봄방학 모국 방문 계획이 취소돼 의기소침해 있던 터에 받은 한국 정부의 마스크 지원은 입양인들에게 모국의 따스한 품이자 위로의 단비였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캐나다 한인 입양인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인 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일일이 방문할 수도, 우편으로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해오름 밴드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날 장소와 시간을 공지해 마스크를 전달하기로 했다. 마스크를 전달하는 날, 장소를 제공한 한국 치킨집 주차장에는 많은 입양인 가족들이 모였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처음 참여한 가족들까지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것 같은 설레임과 반가움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입양인 본인 뿐 아니라 온 가족, 반려견까지 함께한 그 따스함의 물결은 마스크로 감싸도 넘치는 사랑으로 아름다운 소통의 시간이었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캐나다 한인 입양인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인 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처음 나온 입양인 가족은 자신의 입양 과정과 가족, 그리고 현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한국 정부와 한국인에 대한 친절과 감사로 눈시울을 붉혔다. 마스크와 선물로 준비한 한국 양념치킨을 감싸 안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떠난 입양 가족들로부터 감사의 메시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입양인을 위해 마스크를 보내 준 한국 정부의 배려와 관대함, 지원 받도록 도와 준 해오름한국문화학교에 감사드립니다. 모처에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었는데, 자녀로부터 한국 정부가 마스크를 지원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쁩니다. 사랑합니다.”

“마스크를 통해 한국 입양인도 한국인의 일원이라는 따스한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입양인 가족들과도 만나고 새로운 가족들과도 만나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캐나다 한인 입양인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인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안전하게 이 시간을 마련해 준 해오름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한국 치킨집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처음 만나는 한국 치킨의 맛은 정말 완벽했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마스크 지원과 이를 전달하기 위한 한국인 그룹(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의 따듯한 배려와 친절, 그리고 사랑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 모두는 한국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이고 한국 문화를 더 알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안전한 거리두기를 하며 한국 문화 활동이 지속돼 한국인이라는 결속력을 굳게 갖고 싶습니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캐나다 한인 입양인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해오름한국문화학교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인 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거의 정상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만나게 돼 좋았습니다. 모두의 안전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은숙, 자원 봉사자, 한국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를 기억해줘서 감사합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한국의 일부라는 것을 아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한국 정부가 한국 입양인을 돕기로 결심한 것에 감사드립니다. 마스크에 감사하고 코로나19 전염병이 지나가면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가족은 마스크 데이를 놓쳤지만 사진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전달받은 마스크, 우리 가족 모두 당신에게서 진심어린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예상 밖의 많은 수량과 좋은 품질의 한국산 마스크를 지원받은 입양인 가족들의 감사함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그 외에 참여하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서도 가정 방문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로 인해 공원이나 집 안이 아닌 정원에서 거리를 두고 담소를 나눴으며, 성인 입양인의 경우 지역이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아 한 곳에 맡겨 빠진 사람이 없도록 조처를 취했다.

두 달여 동안 마스크 전달을 위해 방문과 미팅으로 바쁜 시간을 가졌지만 그 바쁨은 가장 따듯하고 아름다운 가족애와 동포애였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염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이후의 삶이 달라져도 서로의 끈끈한 정과 사랑과 위로와 관심으로 한국 입양인의 둥지를 더욱 결속력 있게 다지기로 다짐한다. 

다시 한 번 마스크를 지원해 준 한국 정부와 재외동포재단, 주밴쿠버한국총영사관 그리고 해오름 자원봉사자와 마스크를 지원받은 감사함의 메시지를 남긴 입양인 및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의 안전과 건강한 일상을 간절히 빈다. 

코로나로 시들어지기 쉬운 일상, 입양인들의 감사 메시지에 힘입어 입양인 수기 공모전 준비로 지새운 새벽녁 뜰에는 나팔꽃이 환한 웃음을 터트린다. 꽃이 진 자리 위로 끝없이 덩굴을 타고 올라가 새 꽃을 피우는 그 생명력, 모닝글로리(morning glory)가 코로나19를 걷어내고 곧 환한 아침이 밝아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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