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단, 개혁입법으로 배교자 사형과 태형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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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단, 개혁입법으로 배교자 사형과 태형 폐기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7.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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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30년 이상 이슬람주의 통치를 받아왔던 수단이 올해 7월 드디어 비무슬림에게 음주를 허용하고 배교법(까눈 알릿다)과 대중 앞에서의 태형(우꾸바 알잘드)을 폐기했다. 법무부 장관 나쓰르 알딘 압드 알바리는 수단에서 인권에 반하는 법은 모두 폐기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법은 올해 4월에 통과됐고 7월에 새 법이 시행된 것이다. 

여성 할례는 범죄로 규정

현 수단 정부는 여성 할례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새 법에서는 여성할례를 범죄로 규정해 여성 할례를 금지시켰고 이를 어길 경우 3년간 징역과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랫동안 자행돼 온 여성 할례(키탄 알이나스)가 실제 수단 사회에서 근절될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지만 이제라도 법으로 여성 할례를 금지시킨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는 일찍이 여성 할례를 국가가 법으로 금지시켰는데도 아직까지 도심지 밖의 민간에서는 여성 할례 시술이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에서는 여성이 자녀들과 여행하는 것이 가족 중 남성이나 후견인(왈리)의 동의 없이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수단 국민의 3%에 해당하는 비무슬림들에게 사적 공간에서 음주를 허용하고 주류 수입과 판매를 허용하되 무슬림에게는 샤리아 법에 따라 음주를 금했다. 

물론 비무슬림이 무슬림과 음주할 경우에는 비무슬림과 무슬림 모두 처벌 대상이다. 금주에 대한 이슬람 샤리아법 시행은 1983년 자아파르 알누메이리 대통령 때 시작됐는데, 당시 모든 술병이 나일강에 부어졌다. 수단의 카르뚬에서 청나일과 백나일이 만나서 하나의 물길을 만든 후 이집트로 나일강이 흘러간다.
 
수단의 새로운 법은 작년 우마르 알바쉬르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후에야 가능하게 됐다. 그는 1989년 권력을 잡고 나서 알누메이리가 시작한 샤리아 법 시행을 계속해왔다.

이슬람을 버린 자에 대한 배교법 처벌 폐지

우마르 알바쉬르 정권이 도입한 1991년 형법에 따르면 말이나 행동으로 이슬람을 버린 배교의 처벌은 돌로 쳐서 죽이는 것이었다. 이슬람주의자였던 우마르 알바쉬르 집권 당시 이슬람주의 법에서는 이슬람을 버리면(알릿다 안 알이슬람) 사형이었다. 이 배교법은 수단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현 수단 정부가 배교법을 취소했는데 이 취소된 법 조항은 타크피르(takfir)가 그 원인이며 사회의 안녕과 치안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수단 법무부 장관이 평가했다.

타크피르는 비무슬림을 카피르라고 하고 또 무슬림들 중 해당 집단의 교리와 법을 따르지 않을 때 그를 카피르라고 단언하는 것을 가리킨다(공일주, 『한국의 무슬림』, 참조). 사실 무슬림들 사이에는 타크피르 문화가 2004년부터 크게 확산돼 왔기 때문에 이슬람주의자 무슬림들은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 혹은 이슬람이 아닌 타종교인 모두를 카피르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여행 중에 만나는 무슬림들 중에서 ‘타크피르를 하는 무슬림들’을 멀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단 법무부 장관은 배교법은 사회의 안녕과 치안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수단에서는 여러 가지 비행을 저지른 자에게 공개적으로 태형을 가했으나 새 법에서는 공개적인 태형을 폐지했다.
 
이슬람 종교를 버리는 자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이슬람 국가로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브루나이,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 모리타니아, 예멘 등이 있다(www.freedom2worship.org 참조). 물론 이런 나라에서는 이슬람 종교의 권위와 이슬람의 법을 무시하거나 무함마드를 비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 지역에 여행하는 한인동포들은 이들 이슬람 국가가 금하는 이 같은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남북 수단 분리는 이슬람주의 샤리아 법 시행 때문

1980년대 이후 엄격한 이슬람주의 헌법이 수단 북부와 남부 간의 장기 내전의 기폭제가 됐고 결국 이 때문에 남수단이 2011년 수단(북부)과 분리됐다. 북부 수단은 무슬림이 대다수이고 남부 수단은 기독교인, 전통종교 그리고 소수의 무슬림들로 구성됐다. 

북부 수단의 무슬림들은 1980년대 이후 남부의 이슬람화를 지속적으로 강행해 왔다. 남부의 여러 부족들의 언어를 아랍어 자모음으로 표기하는 작업이 1980년대부터 이슬람-아랍어 학자들에 의해 시행되고 있었다.
 
수단에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수도 카르뚬과 주요 도시들 그리고 남수단과 접경을 하고 있는 알누바 산 지역에 주로 산다. 대체로 수단 기독교 리더들은 누바 산 출신들이고 이슬람주의 정부 하에서는 외국인 기독교인들도 상당수가 추방됐다.

현재 수단 정부는 압달라 함독 총리가 군부와 불편한 제휴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단의 새 정부가 수단 형법 126조를 삭제했으니 시민의 종교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고 시민들이 부르짖는 자유와 정의와 평화가 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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