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가 한인사회에 선물한 ‘화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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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가 한인사회에 선물한 ‘화합의 시간’
  • 서승건 재외기자
  • 승인 2020.07.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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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건 재외기자
서승건 재외기자

비대면과 코로나 블루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전 세계가 공포(恐怖)와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전문가들은 제2의 대공황(1930년)으로 진단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우리 앞에서 멈춤 없이 질주하고 있다.

접촉 불안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와 불안, 공포와 위험의 시기를 겪으며 우리는 갑작스런 새로운 문화생활에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되고 있을까? 온 세상은 ‘비대면(uncontact)’라는 신조어를 키워드로, 서로 접촉하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 속 관계에 관심과 실천이 집중되고 있다. 심리적 증상인 ‘코로나 블루(coronablue)’라는 신조어는 일상에서 코로나19에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우울증과 답답함, 무력감 등의 불안한 심리를 느끼는 증상으로 새로운 일상과 풍경에 어쩔 수 없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사회적 변화 속에 미주 한인사회를 포함해, 필자가 거주하는 애틀랜타와 미 동남부 한인사회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에 충실하고 있다. 또한 한인사회 곳곳에서는 한마음으로 나눔 문화 확산 및  어려운 이웃돕기 희망 릴레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인사회가 보여주는 작은 선행들과 숨은 천사들의 활약은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며 극복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뜻밖의 선물로 받은 '화합의 시간'

코로나19가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때로는 한인사회 의식을 정화시킬 ‘화합의 시간’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 34대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싼 법적 분쟁 속에서도 한 가닥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회관 운영관리위원회가 발족돼 분열됐던 한인사회가 화합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지난 한인회장 선거로 불편한 관계로 지내던 리더들이 큰 뜻으로 화합의 악수를 했다.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표현할 때 뿌리 깊은 유교문화와 권위의식 그리고 남성우월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혈연과 지연 관계에 목숨 거는 끼리끼리의 집단 폐쇄성도 두드러진다. 우리의 의식 구조 속에는 이런 낡은 가치관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정착 농경문화는 정해진 토지위에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뚜렷한 가족집단의 전용 생활이었다. 지난 한인회 사태를 보면 전용이라는 의식의 기반에서 내 것을 건드리면 안되고, 무조건 공용은 될 수 없다는 낡은 의식의 가치관을 지닌 리더들의 마찰이었다.

한인사회에서 발생한 몇몇 사태를 살펴보면 이성 보다는 감정과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워 공과 사를 정확히 파악 못한 과정들을 볼 수 있다. 이곳 한인사회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무조건 상대방을 비방하고 평가절하 해야 속이 시원한 분노가 깔려있는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있다.

화합과 상호신뢰를 '뚝배기'에 담자

애틀랜타한인회는 한인회관 운영관리위원회 발족과 함께 코로나19으로 인한 한인사회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숙한 리더십의 확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한인회가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한 대타협의 장을 만들기 바란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과 협력의 협치문화 정착을 통해 실추된 조직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코로나19가 선물한 ‘화합의 시간’을 통해 회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표현으로 상처 입은 한인사회를 회복시키길 기대한다. 그리고 귀하게 얻은 ‘화합의 시간’을 금방 끓었다 식는 ‘냄비’가 아닌 온기를 오래 간직하는 ‘뚝배기’에 담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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