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용주의 노선의 이라크 새 총리, 무스따파 알카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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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용주의 노선의 이라크 새 총리, 무스따파 알카지미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7.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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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국가 통치를 배우지 못했던 총리들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이후 여러 명의 총리들이 선임됐으나 단 한 명도 국가의 통치를 잘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2003년 이후 이라크 정치 문화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이라크는 종파와 민족 간의 권력 다툼에서 다수인 시아파와 아랍족이 실권을 가졌다. 시아와 순니 종파, 아랍과 쿠르드족 간에 권력을 배분했는데, 이것을 아랍어로 ‘무하싸싸(Muhasasah)’라고 하고, 이런 권력 배분 정책이 결국 국가적 부패를 낳고 말았다.  

2019년 11월 이후 이라크에서 실질적인 총리로 선임된 무스따파 알카지미(Mustafa al-Kadhimi )는 정보부장을 지냈고 저널리스트였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그가 총리로 선임된 이후 이란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랍인들의 관심사이다. 그는 순니 아랍 국가들과 서구와의 관계를 간과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총리 취임 이후 이라크 경제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총리로 지명된 4월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라크 전역에 천천히 퍼지고 있었고 코로나19 때문에 이라크 경제의 주수입원인 석유와 가스에서 오는 수입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라크의 국가 수입이 적어지면 새 총리는 공무원의 월급을 삭감하거나 구조 조정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수를 갑자기 줄이면 청년 실업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랍 언론인들 중에는 알카지미 새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곧 사퇴 요구를 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만일 그가 총리를 사임하면 이라크 정치권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가 총리로 지명되기 전 이라크는 5개월간 정부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알카지미가 사퇴하게 되면 이라크는 다시 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무스따파 알카지미의 용감한 모험

금년 5월부터 총리직을 수행한 무스따파 압둘라띠프 미샤타트(알카지미)는 196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1985년 이란으로 이주했고 그 뒤 독일과 영국에서 살았다. 그는 법학을 공부한 뒤 저널리스트가 됐는데 그의 필명이 ‘알카지미’였다. 

그보다 앞서 이라크 총리직에 지명된 무함마드 타우피끄 알라위(2020년 2월 1일 총리로 지명), 그리고 아드난 알주르피(Adnan al-Zurfi, 2020년 3월 17일, 총리 지명)는 내각의 충분한 지원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타우피끄 알라위는 이라크인과 영국인의 이중 국적을 갖고 있었고 아드난 알주르피는 이라크인과 미국인의 이중 국적을 그리고 무스따파 알카지미는 이라크인과 영국인 시민권을 갖고 있다.

오일이 풍부한 이라크가 오늘날 빈곤 국가가 된 이유는 정치권의 부패에 있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 의회에서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한 뒤에는 이란의 내정 간섭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알카지미가 용감한 결정을 해 이라크를 이란의 손에서 구해내려 한다면 그는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2005년 레바논이 시리아의 섭정(위싸야)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가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 이라크가 이란의 섭정에서 갑자기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순니 아랍인들이 충고한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이란-미국 간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순니 아랍 무슬림들이 보기에는 이란 정권이 합리적인 체제가 아니라고 보았다.   

시아 주도의 정치적 이슬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언론 보도를 보면 대부분이 순니를 ‘수니’라고 쓴다. 아랍 국가 특히 이라크에 가서 순니 무슬림에게 ‘수니’라고 하면 이라크인들이 못 알아듣는다. 여기서는 아랍어 현지음을 따서 순니라고 쓰기로 한다.)

알카지미가 총리로 취임하자 미국과 순니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란은 시아파의 대표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고 이라크의 인구 구성은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공일주, 이라크의 역사, 살림출판사 참조).

2005년 이후 이라크가 총선을 치르자 이라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던 시아파가 의회를 장악하고 나서 실권을 갖는 총리를 시아파 무슬림 중에서 지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총리들이 모두 이란과 종교적 결탁을 한 시아파 다아와(포교) 당 소속의 정치인들이었다.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점령으로 순니파의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이후, 미군이 해산한 이라크 군대 대신에 민병대(밀리시아: 비정부 군조직)가 등장했다. 

알카지미 총리의 정치적 성향은 세속적이라서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자들이 그를 반겼다. 술레이마니아의 아메리칸 대학교의 연구 펠로우인 라흐만은 알카지미 총리가 진보적이고 세속적이라고 했다. 시위자들 중 많은 이라크인들이 반이란 정서를 갖고 있다. 새 총리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이들 시위대를 공격하지 않도록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만일 새 총리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정당과 그들의 경제적 이권을 끊으려는 정책을 펴고 그들의 민병대와 맞선다면 그는 시아파의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알카지미는 이란과 유대를 갖는 시아 정당인 파타흐 연합(Fateh Coalition)의 도움으로 정부 구성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알카지미가 정치 경험이 적다. 그의 직업은 정보부장과 저널리스트였다. 정보부장은 음지에서 일하는 것이므로 그가 대중적인 프로필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가 이란과 미국 정부와 밀고 당기기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그는 이라크 대통령 바르함 쌀리흐(Barham Salih)와 좋은 관계를 갖게 되면서 총리로 지명 받을 수 있었다. 바르함 쌀리흐는 미국과 유대가 깊은 대통령이고 이라크의 정치 무대 뒤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순니 아랍 국가들은 이라크의 새 총리가 시아파와의 고리를 끊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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