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사회에도 과거사 청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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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사회에도 과거사 청산을
  • 김원동
  • 승인 2004.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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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천도(遷都)위헌판결 소동으로 잠시 가려지긴 했지만 항간에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었던 것이 친일행위를 비롯한 소위 과거진상규명 문제였다. 광복직후 제때 청산했어야 할 친일파 이승만 때문에 반민특위가 해체되면서 친일청산은커녕 친일파의 후손들은 양지바른 빌라에 살게 되고 독립군의 후손들은 달 동네로 떠밀려나가면서 완전 찬밥신세로 전락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친일문제를 필두로 과거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일에 감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리 만무다. 그러나 순수한 뜻에서의 진실규명이 아닌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집권당이 부리는 꼼수라는 데서 저항도 만만찮다. 그렇다보니 진상규명의 뜻은 좋지만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가라는 의견과 비판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친일문제가 아닌 국가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다른 차원의 진실규명문제라면 왜 똑같이 한국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본 해외동포들은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묻고싶다.

일제 때부터 현재까지 부당한 국가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및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규명 차원에서 과거사 진상규명법을 제정하겠다면 재외동포로서 고국의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인권침해 사례도 결코 예외일수는 없다. 군부독재시절 조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수많은 해외동포들이 한국공관 혹은 특수한 사명을 갖고 나와있던 특정 공관원으로부터 당한 인권침해사례 말이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이다. 박종철 이한열열사의 죽음에 항거하며 해외에서 드물게 분향소를 차려놓고 상주노릇을 했으며 각 나라 외교관청이 운집해 있는 거리에서 한국 할머니들을 동원하여 성고문 반대를 외치며 가두행진으로 데모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군부독재를 비판하며 동시에 민주화를 부르짖는 글과 몸으로 격렬히 저항했던 필자로서는 한국공관의 보복이 늘 피부에 와 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침중인 우리부부의 방에 잠입한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수면제를 뿌린 상태에서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한사람의 반체제 인사를 위협하는데 국민의 혈세는 이렇듯 낭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갖은 회유와 협박 속에 반독재 신문을 계속 영위(현재 28년째)했던 필자에겐 허공을 향해 수없이 던져본 남다른 질문이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저자들의 조국은 어디며 나의 조국은 어디냐”고. 어디 나뿐이겠는가. 군부독재시절 필자 이상 불이익을 당한 사람은 미주 독일 일본등 해외동포들이 사는 곳이라면 다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그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대면서 과거청산 작업에 참여한 어느 누구하나 재외동포들의 피해사례도 함께 다루자고 말하는 이는 없다. 같은 한국 땅도 아닌 이역만리 타향 땅에 더부살이하면서도 정통성 없는 독재군부집단이 불법인지도 모르고 통치권의 연장선상으로 해외동포사회에까지 마수를 뻗칠 때 그 군화 발에 짓밟혔던 우리들의 인권 앞에선 왜 침묵하는가!

하기사 납세도 안하는 주재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현지 동포들이 한국의 참정권을 주장하는데 대해 가소롭다는 듯 “납세도 안하면서 권리는 주장한다”는 말을 최근 유럽순방 중 어느 동포간담회에서 했다는 노무현대통령이고 보면 나의 이런 주장이 먹혀들어 갈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나의 이번 제안에도 납세론으로 서툰 대응을 한다면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동포사회 백수들로 끌어 모아 놓은 ‘평통’을 포함한 한국관변단체의 지부들도 한국에 납세실적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홍위병부대로 해외동포사회에 만들어 놓고 적잖은 국민혈세를 뿌리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또한 납세유무와 무관하게 치러져야 납세론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는 일이지 외면하겠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5·18과 12·12에 대한 진상규명작업도 시작된 터에 군부정권의 하수인들이긴 했지만 상부지시였거나 과잉충성이 빚었거나 그들의 가혹한 행위로 짓밟혔던 인간존엄성과 명예를 이제라도 함께 회복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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