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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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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0.05.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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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이미 많은 사람이 언급하고 있지만 세상을 휩쓴 전염병이나 전쟁 등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전염병은 문화를 바꾸기도 하고, 사람의 이동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놀라운 의학의 발전을 이루기도 하겠죠. 어떤 결과는 힘든 시간이 가져다준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결과는 우리들 마음에 씁쓸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놓았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꾼 혁명도 우리를 급격히 바꾸어 놓습니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은 인류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고방식이나 세계관이 변했음도 물론입니다. 수렵 채취의 시대에서 농업 목축의 시대로 바뀌었을 때 놀라움은 상상 이상이었을 겁니다. 긴 시간을 지나며 천천히 이루어진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던 농경사회가 산업혁명을 맞이했을 때는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일이었을 겁니다.

수천 년간 그다지 변하지 않았던 문화가 짧은 시간에 변화합니다. 기차와 자동차, 비행기를 본 농경사회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비행기를 처음 봤을 때 놀라움과 두려움은 어땠을까요? 비행기를 처음 본 게 폭탄을 투하하는 모습이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폭탄 실은 공포의 비행체는 말할 수 없는 악몽입니다. 혁명도 놀라움과 두려움, 씁쓸함의 결과를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구분할 때 문자를 주요한 기준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은 많은 사고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문자의 사용도 혁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자 문화로 바뀌는 시기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시기와 겹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와 나 아닌 것의 구별이 이루어지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자의 사용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의외로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문자는 분별의 문화와도 관련이 됩니다. 더 작게 나누는 느낌이고, 서로 믿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한자를 만들었다고 하는 창힐도 문자가 생기면 서로 믿지 못할 것이라 걱정합니다. 이집트 문자를 만들 때도 인간의 문자로 인해 게을러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자는 확실한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온갖 사기의 원인이 됩니다. 법이 자세하면 할수록 빠져나가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법률에 안 나오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문자사회로 바뀌는 과정이 성인들에게는 큰 고민이었습니다. 문자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구별하고 나누려는 태도는 역으로 성인을 낳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스승으로 모시는 주요한 성인은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납니다. 공자나 소크라테스, 부처나 예수가 모두 이 때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당시의 상황을 더 깊이 고민하며 살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문자 사회마저 넘어서 영상이나 정보가 순식간에 세상을 감싸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줍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전환기를 사는 우리에게 스승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은 비대면(非對面)의 세상으로 급격히 바뀔 거라고 예측합니다. 맞습니다.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바뀌었듯이, 수렵 채취 사회에서 농경 목축의 사회로 바뀌었듯이 이는 우리가 지키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겁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는 대전환의 시기에 인류의 지성과 영성에 한 단계 도약이 있었음도 기억해야 할 겁니다. 소크라테스나 예수, 공자나 부처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인류의 스승이 들려준 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은 고전(古典)을 읽어야 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전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 사랑과 자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가 악인이고 죄인이라 할지라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함께하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세상은 비대면 사회로 바뀌어 갈 겁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만나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는 우리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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