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아무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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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아무도 없는데…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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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온 딸 두고 강제출국 위기에 몰린 이해숙씨

 김지연 기자 enterjy@nate.com

지난 18일, 화성에 위치한 외국인보호소의 두꺼운 유리벽 사이로 만난 이해숙씨(55, 전남 여수)의 모습에서 그 동안 얼마나 심적인 고통이 컸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어디에 대고 말해야 하는지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마이크를 통해서였지만 이씨의 아픔과 눈물이 모두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이씨는 지난 98년, 국제결혼한 딸 윤영화씨(33)의 초청으로 남편 윤용찬씨(62)와 함께 한국에 입국한 뒤 도저히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너무나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딸 때문에 한국에 조금 더 머물면서 딸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부모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딸 윤씨가 3년 전 갑상선 이상으로 병석에 누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어린 손주 셋을 이씨가 도맡아 키워야할 상황이었고, 이씨와 남편 윤씨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활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이씨는 조선족교회에서 진행하던 '1차 투쟁'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가다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두려움에 떨며 목동출입국사무소에서 며칠을 보낸 이씨는 조선족교회의 도움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목동출입국사무소와 중국으로의 귀국을 약속, 여권까지 맡긴 채 출국 날짜를 받았지만 이씨는 그 때도 중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딸의 건강 상태와 어린 손주들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5년 간의 긴 한국 생활로 이제는 중국으로 돌아가도 생활 기반이 없고, 나이 든 채 아무 연고도 없이 살아야 할 중국 생활이 너무나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5일, 이씨는 또 다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히고 말았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일자리도 거의 없어 간간이 들어오는 파출부 등 소일거리를 조금씩 해오다가 그것이 단속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이씨는 "지금 여기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것은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고 전혀 힘들지 않다. 제발 나갈 수 있게만 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돈이 벌고 싶어서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을 앞두고 몸져 누운 딸과 이제 겨우 첫째가 6살인 손주 셋을 놔두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고 하소연하며, "딸이 건강해지고 손주들을 돌볼 수 있는 단 몇 년만이라도 나를 한국에 있게 해달라. 평생 살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결국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고 말았다.

현재 이씨의 여권은 작년 출입국사무소에 보관된 채로 있으며, 이씨는 강제추방하겠다는 말에 완강하게 버티며 보호소 차가운 건물에서 하루를 천년처럼 보내고 있다. 두꺼운 유리벽 만큼 견고하고 잔인한 세상의 벽에 막힌 그녀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탄하며 그저 눈물을 흘리는 일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두 번이나 단속되었기 때문에 이씨를 중국으로 추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일축하고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조선족교회는 12월에 진행할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제2차 투쟁' 중 '국제결혼부모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의 일환으로 이씨의 이러한 안타까운 사정을 법무부에 호소할 예정이어서 이씨는 한 줄기 빛에 희망을 걸고 있다.

 
2004년 11월 18일 
 발췌: 동북아신문(http://www.db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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