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황금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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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황금 표준’
  • 김동진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승인 2020.05.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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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진정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민족인가?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봄과 함께 온 생활방역 전환소식

완연한 봄을 넘어 여름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00여일을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에 숨죽이다 보니 자연의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고 꽃망울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금에 국내 지역 발생 코로나 확진자 수가 거의 전무하고 5월 6일부터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니 상당한 안도감이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방심은 금물이며 나라 밖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재앙인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지구촌에서 20만 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 경제는 초토화됐다. 

그러나 인류는 곧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리라고 확신한다. 역사를 보면 이보다 희생이 훨씬 큰 감염병이 있었으나 인류는 이를 극복해내고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경제를 살리고 실업을 막는 과제가 어떠한 과제보다도 중요하게 대두했다. 특히 정부는 생계위협 계층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엄중함과 감염의 공포 속에서도 언젠가부터 우리는 심심찮게 엷은 미소를 머금게 하는 보도를 접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진단 건수, 확진자 수, 치명률 등에서 우리의 대응이 어느 선진국보다도 질적으로 우월한 결과로 나타났다. 정부, 국민이 합심 협력하고, 특히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황금 표준(gold standard)'

그러던 차에 외신들이 연달아 우리의 대처능력을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각국 정상들마저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코로나에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들이다. 

외신의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미국의 <워싱턴이그재미너>지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황금 표준(gold standard)’이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인은 어떠한 민족인가? 코로나 대응만 잘할 수 있는 민족인가? 아니면 무한한 성공 잠재력이 있지만 그것을 사장시키고 있었던 민족인가. 물론 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반세기도 안 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보면 아직도 요원한 구석이 적지 않다. 

조선 말기, 대한제국시대에 교육자, 한글운동가,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미국인 헐버트(Homer B. Hulbert)는 한국 역사를 15년 동안 천착하며 1905년 8백여쪽의 <한국사>라는 책을 썼다. 우리나라 최초로 조선시대를 포괄하고 한민족을 주체로 역사를 기술해 자주적 역사관이 담긴 책이다. 

그는 이 책 말미에서 “예언자 흉내를 내는 것은 역사가의 본분이 아니다. 하지만 한민족이 장차 경이적인 역사를 만들어 걸 것이라고 희망하는 예단은 허용돼야 한다.”라면서 한민족이 언젠가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민족으로 가는 길

그는 1949년 서거 1개월 전 미국의 <스프링필드유니언>지와의 회견에서는 한민족의 빼어난 역사 5가지를 들며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민족(Koreans are among the most remarkable people in the world)”이라고 직설적으로 한국인의 우월성을 평가했다. 

그는 이 회견에서 3.1운동을 ‘세계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애국심의 본보기’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대응에서 아마도 3.1운동 정신을 그대로 받들어 실천하지 않았을까. 

한편, 헐버트는 한민족의 단점도 여지없이 지적했다. 그는 1899년 미국의 저명한 잡지 <하퍼스(Harper’s)>에 <한국의 발명품(Korean Inventions>이라는 글을 기고해 한국의 세계적 발명품 5가지- 이동식 금속활자, 거북선, 폭발탄, 임진강의 현수교, 한글- 을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위대한 발명품들은 한국인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발휘되는 발명에 대한 잠재 능력을 잘 말해 준다면서, 한국인들이 위대한 세계 발명 대열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인들을 칭찬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민족이 그토록 놀라운 성과를 이뤘지만 그 성과를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위대한 발명품들을 사장했다고 질책했다. 잔해만 남아 있는 거북선과 한자만 고집하고 한글을 쓰지 않는 당시 조선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다.

앞으로 우리는 코로나 대응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경제 회복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이어서 한반도 평화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통일의 대장정에 들어서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를, 즉 헐버트가 말한대로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민족인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기고: 김동진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전 제이피모간체이스(JPMorgan)은행 한국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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