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20년 전에 사용한 가짜 이름 때문에 취소된 국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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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20년 전에 사용한 가짜 이름 때문에 취소된 국적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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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우리 법무법인은, A가 가짜 이름을 사용해 최초로 입국한 때로부터는 20년이 지난 시점이며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때로부터도 약 16년이 지난 시점에 국적회복허가를 취소하게 되면, A의 배우자 B와 아들 C도 모두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고, 이미 한국에서 아파트까지 보유하는 등 모든 생활기반을 한국에 두고 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있는 재산들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추방되므로, A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면서 A의 국적을 취소한 근거규정인 국적법 제21조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독일 국적법 제35조 제3항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귀화허가를 받았더라도 귀화허가일로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그 귀화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내용을 두고 있는데, 한국 국적법은 제21조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허가나 국적회복허가 등을 받은 경우 그 귀화허가 또는 국적회복허가 등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만 두고, 취소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부분이 문제였다.

사실, 국적법이 귀화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A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 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에 두 차례 국적법 제21조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2015. 9. 24. 선고 2015헌바26 결정, 2015. 11. 26. 선고 2015헌바304 결정), 귀화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국적법 규정들과 귀화허가의 성격이 법무부로 하여금 ① 당사자가 잘못한 정도, ② 국적 취득 이후에 형성된 생활기반, ③ 국적 취소시 받게 될 불이익, ④ 국적 취득 이후 경과된 시간 등을 고려하여 국적 취소를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적법에 귀화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에 판단한 두 사건은, 각각 귀화허가 후 약 4년,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 귀화허가가 취소된 사건들이었다. 그런데 A의 경우는 국적회복허가를 받고 약 16년이 지난 후에 국적회복허가가 취소된 경우였다. 그래서 우리 법무법인은 법원에, 위 헌법재판소 결정들을 고려하면 법무부는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지 16년이 지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적회복허가 취소처분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들 중 하나인 ‘국적 취득 이후 경과된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A에게 과도하게 가혹한 처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우리 법무법인은 헌법재판소에, 국적회복허가 취소 제한기간을 규정하지 않은 국적법이 위헌임을 판단해달라는 심판도 청구하였다. 국적회복허가는 이미 예전에 한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사람이 신청해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외국인이 받는 귀화허가보다 더욱 강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에 나왔던 귀화허가 취소 제한기간을 두지 않은 국적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들에도 불구하고, 위헌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국적법에 따라서 법무부의 국적취소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만 판단할 뿐, 국적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별도로 심판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A의 가짜 이름 사용행위가 매우 큰 잘못에 해당하므로,  A의 다른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도 A에 대한 국적회복허가 취소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도, ‘국적회복허가’는 ‘귀화허가’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법적 행위로서, 한국이라는 국가의 유지와 운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취소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정한 방법에 의한 국적취득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며, 국적법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 

결국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더라도 가짜 이름으로 국적을 취득한 것이 적발된 경우에는 법무부가 그 국적을 취소하는 것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하였다. A는 결국 중국으로 출국하였지만, 다행히도 법무부의 동포 구제 정책이 시행되어 몇 개월 후 중국 국적의 진짜 이름으로 재입국하였고, 한국에서 진짜 이름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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