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神과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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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神과 재외동포
  • 황상석 세계닷컴 대표이사
  • 승인 200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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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대사로부터 배우는 글로벌 네트워크

지난 11월 24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2TV 특별기획 대하드라마‘海神’(원작 최인호, 연출 강일수)은 장보고 청해진 대사의 삶을 다루는 역사물이다.

매주 수.목요일 밤 9시 55분에 방영되는 이 대하드라마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탤런트 최수종이 타이트롤을 쥐고 있기 때문에 과연 흥행(시청률)면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게다가 50부작으로 방영될 이 사극은 동아시아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唐과 통일신라를 무대로 HD(High Density:고화질)로 제작, 벌써부터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들이 이 대하드라마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는 따로 있다.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1200여 년 전에 살았던 장보고의 삶이 과연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장보고는 828년 통일신라시대의 해로 요충지였던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 해적을 소탕함으로써 당과 일본은 물론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해상질서를 장악, 해상무역왕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절대왕정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무역(민간무역)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고 唐과 일본, 신라를 연결하는 국제 상권을 형성하여 동아시아를 무대로 자유무역을 했던 국제 거상이었다.

천민출신 장보고가 세계적인 무역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을 하나로 묶었기 때문이다. 장보고가 신라와 唐-일 등 3국을 잇는 해상무역왕국을 건설했던 기간은 828년부터 염장에 의해 피살된 841년까지 불과 14년이다.

교통과 통신이 거의 발달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것도 국내시장이 아닌 국제시장을 이처럼 단기간에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당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던 재외 신라인들을 네트워크화 한 덕분이다. 이점은 지금껏 우리들이 간과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시 당과 일본에 살고 있었던 재외신라인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중국에서는 羅唐연합군에 의해 패망한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唐으로 끌려와 지금의 산동반도 주변에 거주하고 있었고 통일신라시대에 唐으로 건너온 유학승과 상인, 선원들이 귀국하지 않고 눌러 앉아 집단적으로 신라방 또는 신라소를 운영할 정도로 그 규모와 위세는 막강했다. 장보고는 821년에 오늘날 코리아 타운을 연상하게 하는 신라방 가운데 하나인 문등현의 초대 대사를 지냈다. 요즘말로 재중한인회 회장격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백제와 신라, 고구려 등 3국이 치열하게 충돌할 때 난리를 피해 건너온 신라인들이 모여 하나의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 재일신라인들은 간척사업과 선진화된 물품 제조방법을 전수하는 등 주로 경제 분야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보고는 이러한 현실에 착안, 소금과 숯 등 생필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물류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재당신라인과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주체세력으로 부상한 재일 신라인을 이어주는 중개역할을 맡았다.

우리 재외동포들도 장보고의 이러한 마인드를 이어받아 모국을 중심으로 해외의 인적자원을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해야 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한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는 많이 나왔지만 실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실행에 옮긴 사례는 드물다. 우선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만이라도 경쟁과 대립의 관계를 벗어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海神을 통해 재조명되어, 21세기에 되살아 온 장보고는 재외동포들의 조타수이자 물설고 낮선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다.

               hwang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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