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입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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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입국금지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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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중국인 전체에 대한 한시적 입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약 70만 명의 사람들이 동의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 2. 4.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에 2주 이내에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였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중국 전역을 방문한 외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내용을 권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2020. 2. 10. 현재 기준으로 미국, 호주, 몽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일정 기간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으며, 대만과 북한 등은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등은 한국과 같이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만을 금지하고 있어, 각국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1호는 “감염병환자, 마약류중독자, 그 밖에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입국금지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바이러스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입국금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의 다른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외국인도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입국금지가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국제보건규칙(IHR ;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제2조는, 국제적 이동이나 교역에 대한 불필요한 제한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05년 그 규칙 전면 개정 당시에 합의한 바 있다(그 규칙의 전면개정은 당시 한국 최초의 세계기구 수장이었던 故 이종욱 사무총장의 업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한 입국금지는 국제법상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 위 국제보건규칙 제12조에 따라 2020. 1. 3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하였다. 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국제보건규칙 제15조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임시권고(Temporary Recommendation)를 할 수 있다. 이 ‘임시권고’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의 확산을 막고 감염자를 감소시키기 위해 사람이나 화물 등에 대한 조치들을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제15조 제2항). 이에 따라 임시권고할 수 있는 조치에는 입국금지 조치도 포함된다(제18조 제1항).

위와 같은 규정들에 근거하여 세계보건기구는 2020. 1. 30. 임시권고도 하였지만, 그 임시권고에는 각국 정부에 입국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여행 제한 조치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시행해야한다’는 내용만 포함되었다. 이는 국제보건규칙 제2조의 국제적 이동 및 교역에 대한 불필요한 제한 금지 원칙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보건규칙 제43조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경우, 각국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특별한 보건조치(Health Measures)를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음을 규정하고 있으며(제43조 제1항), 각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에 그 입국금지의 공중보건이론적 근거(Public Health Rationale) 및 관련된 과학적 정보(Relevant Scientific Information)를 제공하고 24시간 이상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43조 제3항). 

따라서 중국 전역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외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 및 과학적 정보가 충분히 마련된다면, 우리 정부가 그와 같은 전면적 입국금지 조치를 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만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임시권고에서도 명확히 언급되었듯이, 국제적 이동 및 교역에 대한 불필요한 제한 금지 원칙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단순히 막연한 두려움이나 혐오정서로 인해 감정적으로 이루어질 일은 아니고, 중국과의 외교관계, 입국금지 조치로 인한 질병 확산 차단 효과,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 및 개개인들의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하여 냉철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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