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맹목적 애국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상충할 때
상태바
[기고] 맹목적 애국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상충할 때
  • 이숙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 부의장
  • 승인 2020.01.2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숙진 민주평통 아시아‧태평양 부의장
이숙진 민주평통 아시아‧태평양 부의장

1월 22일 저녁 태국 랑싯에서 호주와 한국의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격돌했다. 

이번 U-23 챔피언십처럼 스포츠 분야에서 고국 대한민국과 거주국간의 대항전이 펼쳐질 경우 “우리 해외동포는 과연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맞닥치게 된다.

이민자 1세대라면 거주국 국적을 취득했을지언정 “당연히 모국 대한민국을 응원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한인 동포 2세대들의 경우 답변은 매우 엇갈릴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월드컵이 열릴 때면 호주에서는 “호주 대표팀은 누가 응원하나”라는 반 농담이 늘 터져 나온다. 동네 혹은 도시별로 응원 국가가 매우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호주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라면 자주 맞닥치는 현실이다. 하지만 단순한 스포츠 분야에서의 응원전이 아닌 ‘국가 대항 외교전’이 펼쳐질 경우에는 상황이 상당히 달라지고 복잡해진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호주 정치권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 교민 기업인들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외세 영향력’ 문제로까지 비화된 바 있음은 한국 언론에도 집중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렇다면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놓고 막판에 고국과 우리가 거주하는 나라 간의 양자대결 구도가 펼쳐지는 상황이 온다면 해외동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한국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된 대로 고국 정부는 2032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호주의 브리즈번도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32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과 호주 외에 인도네시아, 인도, 이집트, 독일, 태국, 중국, 러시아 등도 2032 하계 올림픽 유치 의사를 표명했고, 이들 국가에는 굳건한 한인동포사회가 구축돼 있다. 

그리고 2032 올림픽 유치 희망국 모두 “올림픽은 우리 인간들이 지닌 이념과 사고 그리고 정치가 구축한 ‘단절의 두터운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점에 공감할 것으로 믿어진다. 

이런 명제를 반추해보면 단일 종목의 국가 대항전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맹목적 애국주의나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내세우기에 앞서 올림픽의 근본 취지인 인류화합과 세계인의 단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정확히 20년 전 세계인들은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의 남북한 공동 입장에 감격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떠올렸다. 호주를 비롯한 영어권 언론들은 남북한 공동 입장의 정신이 한반도 평화로 영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적극 피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시드니 올림픽 이후 또다시 남북한의 이념과 사고 그리고 정치는 다시 단절의 벽을 쌓아 올렸다. 시드니 올림픽 직전 시작된 금강산 관광도, 올림픽 직후 시작된 개성공단과 개성 관광 모두 단절의 벽에 완전히 막혔고,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이렇게 두터워진 단절의 벽은 ‘평화 올림픽’의 슬로건을 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상당 부분 낮아진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고국 정부는 2032 하계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 개최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명 우리 인간들의 이념과 철학 그리고 정치가 구축한 단절이라는 두터운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스포츠와 문화를 통한 인적교류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등을 통한 남북한 간의 인적교류 활성화만이 한반도 평화 구축의 동력임을 더더욱 느끼게 되는 새해이다.
 

기고  이숙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 부의장(18, 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장(16, 17기)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