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제리와 이라크의 ‘하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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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알제리와 이라크의 ‘하라크’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19.12.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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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변화인가? 개혁 운동인가?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2019년 아랍 언론에서 새롭게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하라크’(Movement)이다. 알제리와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청년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을 아랍 언론들이 ‘하라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랍의 길가에서 만나는 시리아인에게, 이집트인에게 그리고 수단인에게 아랍 신문에 나오는 이 단어(하라크)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일부는 잘 모르겠다고 하고 일부는 ‘운동’이라고 말하고 일부는 ‘혁명’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왜 혁명(사우라)이나 개혁(이쓸라흐) 또는 변화(타기르) 등의 아랍어 단어들이 버젓이 있는데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아랍 청년들의 집단적 행동을 ‘하라크’라고 말할까? 그 이유는 2019년 아랍에서 일어난 일들이 혁명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사회적 변화나 체제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아랍에서 2011년 아랍의 봄을 ‘혁명’이라고 명명했지만 그 뒤 아랍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제가 나빠지고 정치와 사회가 혼란에 빠진 아랍 국가들이 많았다. 아랍인들은 ‘하라크’가 실질적인 혁명(사우라 피을리야)이라면 체제나 정권에 변화를 초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라크의 하라크

이라크의 하라크 그룹들은 무함마드 샤이야 알수다니(전 노동과 사회부 장관)가 새 총리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하라크 그룹들은 그가 2003년부터 이라크 총리를 지낸 누리 알말리키의 측근이라고 보았다. 하라크 그룹은 새 총리의 자격으로는 무소속 정당인이어야 하고 전 정권에 가담하지 않아야 하고 청렴결백하고 애국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수다니는 2003년부터 이라크에서 평판이 안 좋은 시아파 이슬람 다아와 당에 속해 있던 ‘알다아와-이라크 조직’ 당의 사람이었고 또 누리 알말리키가 당수로 있었던 ‘법의 국가(다울라 알까눈) 연합’에 속해 있었다. 하라크 그룹들은 기존 정치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권에서 다 떠나라고 주장한다.

하라크 그룹의 리더들은 일주일 전에 바그다드 어느 식당에 모여서 향후 총리 후보로 나와서는 안 되는 사람 10명을 지목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알수다니였다. 이들 그룹은 수천 장의 알수다니 사진을 인쇄해 길바닥에 뿌리고 발로 밟았다. 하라크 그룹은 부패 정권과 이들 정권과 연관된 정당 사람들을 거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라크의 새 총리에 전 정권의 사람들이 배제될 수 있을까?

아랍어 ‘하라크’는 아랍 언론에서 과거에는 잘 사용하지 않은 단어인데 일반적으로 ‘운동’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혁명을 위한 시민의 집단행동 또는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Movement to revolutionize the country)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라크의 하라크는 혁명인가? 아니면 개혁 운동(하라카 이쓸라흐)인가?

이라크 국민들은 새로운 이라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선거법도 개정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패를 일삼았고 아직도 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훔쳐간 돈은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라크 그룹원들은 부패 정권의 사람이 정치권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라크인들은 하라크가 진짜 ‘혁명’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제한된 개혁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알제리의 하라크

12월 13일 새로운 알제리 대통령으로 전 총리를 역임한 압둘 마지드 탑본(74세)이 당선됐으나 일부 시민들이 그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대선에 나온 5명의 대통령 후보 중에서 대부분이 전 정권과 관련된 인물이었는데 이번에 당선된 탑분 역시 전 정권 사람이라서 알제리 국민들 중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환영하지 않았다. 탑본이 대통령이 된 것을 거부한 수백 명의 알제리인들은 거리로 나와서 그를 거부한다고 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

이번 대선에 알제리 국민의 40%만 투표에 참여했고 탑본은 494만5천 명의 투표자 중 58.15%의 표를 얻었는데, 그는 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서 그의 통치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예견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은 지역은 투표율이 낮았고 이슬람주의의 영향을 받은 지역은 투표율이 높았다. 서부와 중부와 남부는 투표율이 50~60%이었고 남부의 아드라르와 프랑스의 영향을 적게 받은 탄두프는 투표율이 높았다. 알제리 수도에서는 24%의 투표율을 보였다. 비가야(0.05% 투표율)와 티지위즈(250명 투표)는 투표율이 극도로 저조했다. 동부의 주는 40~45%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는데 동부의 베르베르(아마지기)인들은 투표율이 높았으나 비가야의 아마지기 인들은 투표율이 낮았다.

다시 말해서 알제리에서는 인종(아랍, 아마지기(따와리으tuareg 등))보다는 이데올로기가 투표율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새 대통령 탑본은 세속주의자가 아니고 17.38%의 표를 얻은 압둘 까디르 븐 까리나는 이슬람주의자라서 이 두 후보에게 준 표는 75%이다. 대선 후보 알리 븐 필리스는 세속주의자이고 알아마지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른 대선 후보 잇자 알딘 마이후비는 문화부 장관이었고 세속주의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 대통령이 하라크를 무마하려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정치인들을 풀어주고 곧 이어서 하라크 그룹과 대화를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알제리에서도 하라크는 신인 정치인들이 나와 주기를 바랐으나 실제로는 대선 입후보자들 중에서 한 사람만 대학교수이었고 나머지는 전정권의 사람들이었다.

아랍인들도 금방 풀이하지 못하는 ‘하라크’ 단어만큼이나 아랍 정치권의 개혁도 안개 속에 가리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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