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바논과 이라크의 민중 봉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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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레바논과 이라크의 민중 봉기 이후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2.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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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이라크와 레바논의 민중 봉기에서 이란을 보다

지난 10월 말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소요의 불씨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다. 그는 레바논과 이라크의 민중 봉기(인티파다 샤아비야)는 아랍 국가들이 지원받는 미국과 이스라엘과 함께 만든 음모의 결과라고 했다.

그런데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이란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기 전에 군중을 해산시키는데 실패했다. 동시에 이란이 새로운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라크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국가 부조리와 경제 상황의 악화를 꺼내 들고 내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레바논과 이라크의 시위는 권력의 부패 때문인가? 아니면 종파주의(순니파와 시아파 무슬림 간의 싸움) 때문인가? 

종파주의가 아랍에서 사라질 것인가?

아랍 언론들은 레바논의 시위를 그보다 먼저 시작한 이라크의 시위와 연결 짓고 있었다. 일부 언론인들은 이 두 나라의 시위는 정권의 부패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다른 언론인들은 이런 시위들은 본래 이란의 영향력을 거부한다는 시위라고 주장했다.

10월 17일부터 레바논인들은 수천 명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거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1일부터 시작된 이라크의 시위는 부패와 실업에 항거해 계속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카즈 신문에서 압드 알라흐만은 권력의 부패에 대한 항의는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아랍인 칼럼니스트 라드완 앗사이드는 두 나라에서의 시위가 서로 닮았다고 하면서 둘 다 정권을 자국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들 정권의 많은 사람들이 두 나라에 있는 이란의 무장 민병대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두 나라에서 시위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년인데, 이들은 기본적인 대민 서비스 부재, 국가와 행정부의 부패 그리고 실업과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11월 22일자 신문을 보면 이라크에서 시위대에 가담한 자들이 민병대와 군경에 의해 400여 명이 죽었고 레바논에서는 2~3명이 죽었다고 했다. 이라크 정부는 여러 가지 개혁 조치를 내걸었지만 시위대는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반발했다.

이 두 나라에서 시위는 종파주의(따이피야) 구호가 후퇴하고 정파주의(히즈비야)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에서 정치적 이슬람이 패배를 맛본 다음이라서 이라크와 레바논에서는 정치적 이슬람이란 구호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랍 국가에는 종파적 정당(아흐잡 따이피야)이 건재하고 있다.

수단에서는 11월 28일 전 정권에서 활약하던 ‘이슬람주의 체제 근절법’이 통과됐다. 이라크에서는 내각이 사퇴할 조짐은 없다고 했다. 이라크 총리 아딜은 개각을 하겠다고 했다. 레바논에서는 아직까지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랍 세계는 다음 10년에 어떻게 될 것인가?

2010~2011년 아랍의 봄이 튀니지, 이집트, 예멘, 리비아로 확산됐고 시민 봉기는 바레인과 시리아에서 일어났다. 2019년에는 4월 수단과 알제리(대중 운동)에서 그리고 10~11월에는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청년들의 민중 봉기가 일어났다. 아랍은 지난 10년간 사회적 갈등의 파고를 넘고 있었다. 한마디로 ‘혼란의 10년’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아랍은 어떻게 될까? 무함마드 알루마이히는 앞으로 아랍의 10년을 “불 지르는 사람은 많은데 불 끄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지금 아랍세계에서 정치적 결정권자들에게 외부의 영향과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지적 저항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랍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일부는 정권이 바뀌고 정치, 경제, 사회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는 짧지만 빠르게 시민 캠페인이 있었다. 시리아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인 과정에서 오랜 시일이 필요했던 수단은 물론 이라크, 레바논, 심지어 이란까지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주 분명한 사실은 아랍의 정치 엘리트들이 금세기 초에는 아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아랍 사회에서 사회적 현상을 바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아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랍에는 “불을 지르는 사람은 많은데 불 끄는 사람은 적다”고 손 놓고 바라만 볼 것인가? 아랍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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