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주 동포 청소년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환경과 지원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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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주 동포 청소년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환경과 지원방향
  • 김경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10.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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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경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재 호주에서 살고 있는 동포는 18만이 넘어서고 있으나 한국사회에서의 관심은 적은 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동포 수가 적고,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탓에 당연히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 정말 좋은 환경에 있는 호주 동포들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호주 동포들은 보통 1974년 베트남전 이후에 호주에서 정착한 세대를 1세대로 보고 있으며, 그 후 80, 90년대 기술이민과 유학이민 등으로 들어온 1.5세대, 그리고 호주에서 출생한 2, 3세대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1세대들의 경우에는 불법이민으로 합법화되기 전까지 자녀들과 상당기간 떨어져 있다가 가족이 합쳐졌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관심과 교육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였고, 호주사회에서의 적응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에 이민 온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처럼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 지원에 힘을 기울여, 이러한 노력으로 이들 자녀들 중에는 일부 주류사회로 진출하여 성공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2016년도에 호주 통계청에서 발표한 센서스 조사를 살펴보면, 2,3세대로 들어서고 있는 호주 동포사회는 일부 주류사회로 진출하여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상당수는 주류사회로의 진출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호주 전체에 비해서 임금수준이 낮은 편이고, 전문 직종보다는 기술직, 카페 및 음식점, 청소서비스 등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호주한인커뮤니티는 호주사회에서 건강하고 호주사회에 기여하는 공동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호주 동포들은 호주에 대해서 한국에 비해서 경쟁이 적고 선택의 기회가 높은 교육제도나 복지제도 등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호주 동포사회에서도 다른 국가의 동포사회와 마찬가지로 정체성의 문제가 주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정체성의 문제를 가장 단순화시켜 보면, ‘한국과 상관없는 호주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가?’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문화를 간직하며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동포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전자의 삶은 호주 주류사회로의 진입을 목표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한국문화나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갖지 않고 한인커뮤니티와의 연계를 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의 삶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고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한글학교나 정규학교 등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키며, 한인커뮤니티와 한국과의 교류를 통하여 동포들과의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각각의 선택에는 이민의 목적과 호주에서의 적응문제, 가족의 상황,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이 반영되어 있으며,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민 역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전자의 삶을 선택한 부모들의 경우에 당장은 부모의 선택대로 자녀들이 한국과 무관한 호주인으로 성장하게 되지만 주류사회로의 진입이 어렵게 되거나 자녀와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삶도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 자녀들은 이미 호주 시민권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는 것은 자녀들에게나 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자녀들이 이러한 부모들의 선택을 좋아해서 잘 따라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억지로 하게 된다면 부모들의 노력이 배가 되고 지속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배우기 싫어도 부모를 따르는 경향이 있지만, 좀 더 성장하면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더욱이 자녀들의 학업 문제로 부모들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시기 이후에는 자녀들 스스로의 선택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청소년들이 한국 친화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노력뿐만 아니라 동포사회나 한국정부에서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호주에서는 호주 내 다민족들의 모국어교육에 대한 지원정책으로 한국어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었으며, 호주 교장단 및 교육행정가의 한국 연수도 한국 및 동포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정규학교에서의 한국어과정은 2018년 현재 67개 학교에서 채택하여 8,525명이 배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뉴사우스웨일즈(NSW) 지역에 집중되고 있어서 기타 지역에서는 동포들이나 호주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호주 교장단 및 교육행정가 연수도 뉴사우스웨일즈(NSW) 지역에만 국한하고 있어서 타 지역에서의 요구도 큰 상황이다. 또한 호주 내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의 주요 수단인 한글학교의 경우에는 교재, 교육기자재, 교사 연수 등에 대한 요구가 크다. 호주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교재, 중등 이상의 교재 부재, 사물놀이 등 교육활동을 위한 기자재 부족, 전문성 향상을 위한 한국 및 현지 교사 연수기회의 부족 등이 있다. 동포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한국 및 호주 현지에서의 청소년캠프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으나 캠프 자체가 없거나 참여기회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호주의 다민족들에 대한 우호적인 모국어 교육정책은 호주에 한국어를 보급하고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호주 교장단 및 교육행정가의 한국 연수도 현재 매년 20명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규모나 지역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호주 한글학교에 적합한 교재 개발과 교육기자재의 보급, 그리고 한글학교 교사의 연수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 동포청소년을 위한 한국에서의 청소년캠프 기회의 확대와 함께 호주 현지에서의 캠프 지원도 필요하다. 이밖에 한국학생들과 호주학생들의 상호 연수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 일본 등의 경우에는 호주학생들을 자국으로 초청하거나 자국의 학생들을 호주 학교로 보내는 연수를 대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일부 방학 때 실시하는 연수만 있을 뿐, 학교나 교육청 단위의 연수는 자유학기라도 현재 수업일수로 인정되지 않아서 연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한국과 한국문화 보급을 위해서 한국학생들과 호주학생들의 상호 교류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지원이 필요이다. 

(※ 본 NYPI 청소년 해외동향리포트는 2019년 5월 김경준 선임연구위원의 국외출장 수행을 근거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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