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네트워크와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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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네트워크와 “존재의 이유”
  • 김종헌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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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평화연대 김종헌부장

필자는 얼마전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던 제3회 동북아코리안네트워크 국제회의와 원코리아페스티벌에 참여하였다.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뒤풀이로 노래방을 가게 되었는데, 여느 뒤풀이처럼, 한고배의 술과 노래가 돌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재일동포 한뉴커머가 몇 년전인가 김종환이 불러 크게 히트한 “존재의 이유”를 정말 애절하게 불렀다는 것이었다. 얼마뒤 다른 재일동포와 이야기 하다가 알게된 것이지만, 이 노래는 재일동포들이 지금도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애창곡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네가 보고싶어도 참고 있을뿐이지 언젠간 다시 만날테니까 그리 오래 헤어지진 않아“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 더 힘들게 하지만 니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해 니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거야“

순전히 필자의 해석이지만 이별 그리고 만남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이 노래가 재일동포들에게 오랬동안 불려지는 것은 아마, 고국과의 이별 그리고 돌아가지도 못하고 너무나 멀리있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 또한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멸시 등을 겪어왔던, 재일동포들의 삶이 오버랩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필자는 동북아코리안네트워크 국제회의를 주최한 주최측의 입장에서, 이번 회의가 코리안네트워크에 대한 동포사회와 NGO들의 가감없는 생각들을 듣고, 서로 연대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설정했다.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의 여러사람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생각많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네트워크의 개념과 방법에 대한 생각의 차이들이 확인될수 있었다. 그 주요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거주국의 동포사회의 입장에 서지 않으면 결국 네트워크의 본래의 의미인 수평적인 연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방적인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외면하다싶이 한 재외동포들에 대해 모국이 한민족공동체, 무슨무슨 네트워크, 민족의 동질감 회복 등등, 각종 거창한 문구를 들이대며 다가서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의심의 눈초리가 있기도 하다. 또 정부단위에 대한 불신 뿐만이 아니라, 민간단위에서도 동포사회의 현장에 대한 이해없이 전시성위주의 행사나 생색내기, 재외동포의 실제요구와 동떨어진 무리한 접근 또한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종종 발생시킨 것도 사실이였다.

재외동포와의 네트워크는 이제 초보적인 수준이다. 국내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국가적, 민족적 비젼을 세우고 관련된 법안과 정책을 정비해야하는 과제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각국의 재외동포들이 처한 현실을 잘 이해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아무리, 전략적으로 훌륭한 정책을 생산한다고 해도, 재외동포의 현실에 부합되지 않거나, 재외동포사회가 불신으로 이를 외면한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신뢰를 쌓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오지않을 것이다. 가능한 서로 자주만나서 상호 불신을 조금씩 허무는 일, 지속적으로 협력가능한 일을 찾아내어 좀 더 구체적인 연대의 결과들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존재의 이유”를 들으며 재일동포들의 존재감을 느꼈다면, 싱거운 일일수 있겠다. 그러나, 일본에서 지냈던 동안 머리에서 맴돌았던,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 그들의 삶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그만 일상의 부분임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코리안네트워크, 회의를 참가하며 많은 좋은 의견과 견해가 나왔지만, 오히려, 재일동포의 “존재의 이유”가 네트워크의 기본을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가르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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