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의 현재와 미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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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의 현재와 미래 (2)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7.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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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슬람학 - 이슬람 용어 사전과 꾸란의 한국어 의미번역 새로이 해야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이슬람학 - 이슬람 용어 사전과 꾸란의 한국어 의미번역 

이슬람학은 이슬람과 관련된 학문이다.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 사용하는 이슬람 용어는 학자마다 제각각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책들 중에 이슬람 용어가 정확히 뜻매김된 책이 드물다.

이슬람 용어 사전은 해당 표제어를 뜻풀이할 때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해당 분야의 전공자란 ‘아랍어’ 또는 ‘이슬람’ 전공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랍어 언어학 중에서도 의미론 전공자이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학자들 중에 아랍어 의미론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

그리고 이슬람 전공은 세부 전공으로 나뉘므로 이슬람 교리, 이슬람 철학, 이슬람 법학, 이슬람 경제와 금융, 이슬람 정치, 이슬람 문화, 꾸란의 해석과 주석, 하디스학 등 다양하다. 지금까지 국내 학자들 중에서 이슬람학 세부 전공 영역을 모두 섭렵한 학자는 없었다. 그만큼 이슬람학 학문영역이 방대하기 때문에 학자들이 협업을 해야 한다.

필자가 요르단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때 서울에서 온 교수들이 이슬람의 어떤 용어를 묻길래 이슬람 샤리아 대학의 학장에게 갔더니 학장은 자신은 전공이 아니라며 전공교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지하드는 ‘성전(聖戰)’이 아니라...

그런데 국내 이슬람 전문가는 너무 많은데(?) 이슬람 용어를 풀이하는 것을 보면 그가 전공자인지 의심스럽다. 이를테면 지하드는 아랍국가에서 아랍인을 위해 개념을 새롭게 했지만 이것을 우리가 인용하지 않더라고 지하드는 ‘성전(holy war)’이 아니라는 것을 아랍인 학자들이 확인해 주었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성전’이라고 풀이한 논문과 저서들이 있다.

특히 한국어로 번역된 꾸란을 마치 ‘꾸란’인냥 언론과 학자들이 그대로 인용해 꾸란 본래의 의미가 사라져버리고 개념이 왜곡된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한국인의 관점이 서로 달라진 원인들 중의 하나는 이런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서로 자신이 맞다고 주장한데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혼란으로 지난 20여 년간 너무나 많은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치렀다.

꾸란학과 하디스학 그리고 꾸란 해석과 주석의 원리와 방법 등을 잘 알고 있는 학자들이 함께 번역위원회를 만들어 꾸란을 번역해 보지 못한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 꾸란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전에 꾸란학과 관련된 연구가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발표가 됐더라면 좀 더 나은 의미번역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수사학’과 ‘꾸란 해석의 원리’

더구나 꾸란 해석에서 중요한 과목들 중 하나인 ‘수사학’과 ‘꾸란 해석의 원리’가 국내에서 학자들 사이에 충분히 연구되지 못한 상황에서 꾸란이 의미번역됐고, 그 책이 지난 20여 년간 이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를 혼란스럽게 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이제라도 꾸란학의 제반 학문이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심도 있게 연구되고 다양한 주석이 검토된 후에 꾸란의 의미번역 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이슬람을 잘 안다고 해도 아랍어 꾸란과 순나를 모르면 이슬람 담론이 혼란에 빠지기 쉽다.  

이슬람은 ‘신앙’과 ‘공동체’로 나눠서 생각해야 

두 번째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국내 이슬람 담론을 갱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슬람은 ‘신앙’과 ‘공동체’로 나눠서 생각해봐야 하고 현재와 과거를 연결 지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의 제 양상을 꾸란과 순나와 비교해봐야 한다. 

지금 한국의 이슬람 담론은 새로운 규준(criteria)에 따라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 무슬림이 쓴 책에서 직접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러 성향의 학자들의 견해를 분석해보고 종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류 무슬림은 무슬림의 테러를 부인하지만 테러를 일으키는 무슬림 자신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한다. 주류 이슬람에서는 과격함을 버리고, 생각과 신앙에서 극단을 피하고, 폭파와 살인과 사회적 평화를 깨뜨리는 타크피르(Takfir, 상대를 카피르라고 단정함)를 그만 두고, 중도의 이슬람(와사띠야)을 따르라고 한다.
 
이슬람 초기부터 카피르라는 말이 나돌았다. 카피르는 알라가 한 분인 것과 무함마드가 예언자인 것을 믿지 않거나,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지 않는 자를 가리킨 말이다. 그리고 이슬람의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타났고 이슬람학자들은 꾸란과 하디스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극단주의 세력, 특히 IS(이슬람국가) 무장조직이 등장했다고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

이슬람 극단주의는 주류 이슬람과 더불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중동, 아랍, 이슬람국가에 사는 재외동포 자녀들이 친구들에게서 극단적인 사고에 물들지 않도록 부모는 자녀들과의 대화를 많이 하고 비평적 사고를 장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슬람은 신앙, 법, 정치, 경제, 사회구조, 국제관계, 문화 등을 망라하는 것인데, 일부 한국인들은 “이슬람이 문화다” 또는 “이슬람이 이데올로기다”라고 하며 이슬람의 총체적인 개념을 흐리게 했다.

이슬람주의를 통해 이슬람이 재기(resurgence)된 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한다. 일부 무슬림 지도자들이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정치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슬람의 재기에는 걸프 지역과 산유국의 오일달러가 사용됐다. 이슬람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슬람이 아닌 타종교인들이 핍박을 당했다.

일부 서구학자들은 이슬람 세계의 모멘텀(움직임의 기세)은 ‘민주 세력’이 아니라 ‘이슬람 부흥 세력(revivalist)’이라고 했다. 1970년대에 시작된 이슬람의 재기는 지금도 가야할 길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므로 무슬림들의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줄곧 지켜봐야 한다.  

‘꾸란의 의미 번역’은 다수 전공자 참여해야

세 번째는 꾸란의 한국어 의미번역과 이슬람 용어의 개념을 여러 전공자들이 참여해 정확히 개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만일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참여한 교수가 세부 전공이 ‘이슬람 교리’나 ‘꾸란학 전공’이 아니라면(물론 해당 내용에 따라 세부 전공별로 동원돼야 하지만) 그가 제안한 이슬람 관련 내용의 교과서 개정 작업은 이제라도 시행돼야 마땅하다. 비전공자가 어떻게 교과서 편집에 자문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국내 각 학교 교과서 개정작업에 참여한 교수가 무슬림이라면 순니 파인지 시아 파인지 그리고 신학적으로는 아쉬아리 파인지 마투리디 파인지 또는 살라피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이슬람 교리, 이슬람 역사, 무함마드 전기는 물론 아랍어 꾸란을 읽고 해석하고 여러 종파마다 다른 아랍어 주석서들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종파적 그리고 신학적 차이 때문에 교과서 개정 작업에는 비무슬림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꾸란의 의미 번역’은 ‘꾸란’이 아니다

국내 언론과 각 학교 교과서 그리고 대학 교수들이 연구재단에 신청한 논문들 중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의미번역 책에서 인용한 것을 ‘꾸란 0 장 0 절’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아랍어가 아닌 한국어나 영어 등으로 번역된 것은 ‘꾸란(혹은 쿠란)’이 아니다. 아랍어 꾸란을 외국어로 번역한 것은 ‘꾸란’이 아니고 ‘꾸란의 의미 번역’이라고 한다.

꾸란의 한국어 의미번역은 이슬람을 전파하고 아랍어를 모르는 무슬림이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지 의미번역 책을 통해 이슬람 교리를 찾고 이슬람법을 찾는 것은 아니다. 물론 특정 의미번역을 참조는 할 수 있으나 적어도 꾸란 연구자는 아랍어로 된 꾸란 원본을 읽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아랍어 꾸란은 모든 아랍 무슬림들이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꾸란의 의미 번역은 번역한 사람이 꾸란을 이해하고 해석한 후 외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국어로 의미번역 책을 사우디아라비아 종교 기관의 검증을 받았다고 해서 그 의미번역에 오류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구재단에 실리는 논문은 아랍어 꾸란에서 직접 인용돼야 학술적인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하면, 꾸란을 한국어로 누군가가 번역을 했는데 그가 이슬람 교리, 아랍어 문법과 의미론, 수사학, 이슬람 법학, 꾸란 학, 하디스 학, 무함마드 전기, 꾸란이 내려온 배경, 메디나장과 메카장, 무흐캄과 무타샤비흐, 나시크와 만수크, 꾸란 독법(독경) 그리고 꾸란의 해석 원리 등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마친 사람인지 확인해 봐야한다. 이런 과목들은 꾸란 해석을 위한 기본 학문이다.

부정확한 이슬람 용어들은 수정돼야 한다

또 국내에서 통용되는 이슬람 용어들 중에서 부정확하고 틀린 것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 중고등학교 사회나 세계사에 인용된 꾸란 구절들 중에는 아랍어 꾸란 본문과 전혀 다른 의미와 해석으로 기록돼 있는데,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이슬람 수피즘의 용어는 수피즘 전문용어를 알아야 하고 이슬람 철학에 관련된 이슬람 용어는 이슬람 철학 전문용어 사전을 참조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슬람학의 전 학문을 섭렵한 한국인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학자들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일한 단어라도 어느 학문(예: 문법, 수피즘, 철학, 교리 등)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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