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 중동 사막에 K-뷰티 바람을 일으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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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중동 사막에 K-뷰티 바람을 일으킬 때
  • 양상근 주이집트한국문화원장
  • 승인 2019.07.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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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근 이집트한국문화원장

고대 이집트의 벽화를 볼 때면, 수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 잘 보존돼 온 아름다운 색조에 감탄하게 된다. 벽화 속에 등장하는 모습들은 저마다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화려한 색채로 화장한 등장인물들을 보면 그 시대의 미(美)적 생활양식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집트인들 역시 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월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는 한국의 뷰티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케이뷰티(K-Beauty)행사가 열렸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카이로무역관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한국의 화장품에 대한 이 나라 국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한국의 미용제품뿐만 아니라, 미스코리아 출신 조세휘 씨가 시연한 한국인들의 화장법에 높은 관심을 보여 ‘케이뷰티(K-Beauty)’가 또 하나의 한국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우리 화장품의 입지는 여전히 빈약하기 짝이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작성한 ‘2018 글로벌 화장품 산업 백서’를 보면, 2017년 이집트 내 한국화장품의 수입액은 72만 달러로 전체 수입시장의 0.67%(점유율 17위)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이집트인들은 여전히 프랑스, 독일, 미국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은 이집트 국민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금년 4월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응답자 총 414명 중 한국 브랜드를 한 가지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51%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한 번 이상 사용해 본 사람은 41.5%로 절반을 밑돌았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국문화원 페이스북에 접속한 사람들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실망스런 결과다.

하지만 그간 한국화장품을 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화장품을 파는 가게가 없어서(46.2%) ▲비싸서(24.7%) ▲잘 몰라서(14.5%) 등을 들고 있어, 한국화장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망이 개선된다면 우리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제품을 사용해 본 일부 마니아 계층은 SNS를 통해 단체구매를 하는 등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화장품을 알게 되는 계기는 주로 SNS(40.1%), TV드라마(27.3%), 케이팝(18.6) 등 최신 한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 이집트에서의 한국문화 확산이 실제 한국제품 사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이집트 내 한국화장품 수입액 및 시장점유율이 2017년 기준 전년대비 크게 성장했다는 점(수입액 3.5만불 → 72.6만불 / 점유율 0.03% → 0.67%)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 알리기를 넘어 커다란 유형, 무형의 이익을 가져온다.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면, 정부 간의 외교 보다 더 친밀한 양국 간의 우호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이는 그 나라 상품에 대한 기호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집트에서는 낭만닥터 김사부, 질투의 화신 등 한국드라마가 TV에 연속 방영되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학당의 한국어강좌 경쟁률은 매년 6:1을 상회하고 있고, 금년도 한국문화원의 한식요리강좌도 26:1의 높은 경쟁률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이 지역에서 어렵게 마련한 모멘텀을 잘 살려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은 물론, 케이푸드, 케이콘텐츠, 케이뷰티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의 다양한 강점을 주재국 국민들에게 잘 알리고 이것이 실체적인 국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야야 할 것이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은 금년도 케이뷰티 사업의 효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내년에도 후속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한 방울의 낙수가 모여 바위를 뚫듯이 이 작은 시작이 두터운 울타리를 허무는 커다란 발판이 되어줄 날이 올 것이다.

내년에는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보다 많은 한국의 업체가 참여해 다함께 중동 사막에 뜨거운 케이뷰티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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